미국 폐기 요구 협정상으론 가능
한국 “모든 가능성 열어 두고 대응”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첫 회의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어떤 합의도 없다”며 “우리 입장 충분히 설명했고 의견 차이 있다”고 밝혔다.이날 한미 FTA 공동위 첫 회의는 8시간 만에 종료됐다.김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 영문으로 된 ‘한미 FTA협정문’책자를 들고 나왔다..20170822.조문규 기자
한·미 FTA 폐기는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면 협정상으론 가능하다. 협정문 24조 5항은 ‘협정은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 종료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폐기 요청을 받은 상대국은 서면 통보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양국은 요청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통보 후 180일 이내에 한국 정부가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협정은 자동 폐기된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실제 협정 폐기 요청을 하긴 쉽지 않다. 미 정부가 폐기를 선언하려면 자국 내에서 규정된 법률·행정적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협정 체결을 위해 미 의회에서 비준을 받아야 하듯 폐기도 의회가 반대하면 불가능하다. 현재 한·미 FTA로 수혜를 보고 있는 미국 제조업계나 농·축산업계 등은 한·미 FTA 폐기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가 폐기 수순에 돌입하는 순간 이들의 지지를 받는 의회 내부의 반발 등으로 정치적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양측 모두 한·미 FTA 폐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어 (트럼프의 발언은) 사실상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엄포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