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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강에 둘러싸인 서울, 한국인이 잘 모르는 축복”

중앙일보 2017.09.04 01:07 종합 16면 지면보기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과 배형민(왼쪽)·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 총감독이 대화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과 배형민(왼쪽)·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 총감독이 대화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은 “서울에 수많은 보물이 있는데 우리는 지금껏 알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다. 이 자리에는 자에라폴로·배형민 비엔날레 공동 총감독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였다. 예일대 건축학과 연구교수인 자에라폴로는 일본 요코하마항 국제터미널 등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좌담회
자에라폴로 “도시재생 해법 공유”
박원순 “시민 추억 보존하는 개발”
배형민 “젊은이들, 도시 살펴봐주길”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한 도시건축비엔날레는 1980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시작됐다. 서울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비엔날레의 주제는 ‘공유’와 ‘도시재생’이다. 서울시는 2015년 1월 도시재생본부를 출범시키며 적극적으로 도시재생 정책을 추진해왔다. 도시재생의 핵심은 철거·재개발이 아닌 지역 고유의 역사성과 개성을 살리는 개발이다. 서울역고가를 공원으로 꾸민 ‘서울로 7017’ 사업과 세운상가 리모델링 등이 대표적 사례로 비엔날레에서 소개되고 있다. 좌담회에서도 도시재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 총감독(이하 자에라폴로)=이번 비엔날레는 세계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교통·환경 문제와 해결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자는 주제 의식 속에서 준비됐다. 서울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박원순 서울시장(이하 박)=서울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제조업의 쇠퇴다. 1980년대 종로 세운상가는 제조업의 ‘메카’였다. 세운상가를 한 바퀴 돌면 항공모함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활기를 잃었다. 낙후한 상가를 허물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과거를 완전히 지우고 새로 쓰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의 삶과 추억을 보존하면서 도시 개발을 하고 싶다.
 
▶배형민 총감독(이하 배)=다행인 것은 세계 대도시들에 비해서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런던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제조업자들이 쫓겨났다. 도시가 노후화되니 재개발이 시작되고, 땅값이 올라 더 이상 공장을 도심에 둘 수 없었다. 하지만 서울은 아직 창신·숭인동 봉제산업, 세운상가 전자산업, 을지로 일대의 도심 제조업이 명맥을 잇고 있다.
 
▶자에라폴로=서울의 도시재생과 공유경제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생활 패턴이 다른 사람들끼리 겹치지 않게 주차장을 공유한다든지, 차나 주거지를 공유함으로써 비용을 크게 절감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박=수많은 유적이 서울에 남아 있다. 삼국시대부터 한강을 둘러싸고 쟁탈전을 벌인 흔적부터 근현대의 대한민국 수도로서 간직한 수많은 유산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역사를 파괴하며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올렸다. 서울만의 어마어마한 보물과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 이런 것을 지키며 개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에라폴로=이 정도 규모의 대도시가 아름다운 산과 강에 둘러싸여 있는 것은 큰 축복이다. 서울에는 수많은 보물이 있다. (한국에는) 지금껏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박=인구 1000만 도시 중 산과 강을 포함한 천혜의 자연을 누리는 곳이 거의 없다. 이런 환경을 해치지 않는 도시 계획이 필요하다.
 
▶배=이번 비엔날레를 계기로 미래 세대인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이 도시 구석구석을 봐주기 바란다. 돈의문 마을, 세운상가, 을지로 뒷골목에 미래가 있다. 젊은이들이 세운상가의 로봇 실험실에 와서 ‘저거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면 그것이 곧 비엔날레의 성공이다.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
스페인 출신의 건축가. 스페인 마드리드 ETS 건축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건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교수를 거쳐 미국 예일대 건축대학원 연구교수로 있다.

◆배형민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관 큐레이터를 맡았다. 이때 한국관이 비엔날레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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