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모범생이었는데 음악은 고집 세 혼 많이 났죠

중앙일보 2017.09.04 01:00 종합 27면 지면보기
피아니스트 원재연(29·사진)이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린 제 61회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에 올랐다. 1일(현지시간) 시상식에서 원재연은 청중상도 함께 받았다.
 

부조니 콩쿠르 2위 입상한 원재연
연주 무대에선 긴장 않고 희열 느껴
콩쿠르는 내 스타일 아니라 힘들어
피아노 뿐 아니라 전 분야 통달할 것

“콩쿠르에 어울리는 성격의 연주자가 아니라서인지 대회 내내 정말 많이 떨었습니다.” 수상 직후 원재연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고 내 자신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지만 콩쿠르 무대는 아주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개성이 강한 연주자다. 기존의 스타일을 따르는 대신 자신만의 생각을 강하게 드러낸다. 지난달 22일부터 볼차노에서 열린 네번의 콩쿠르 무대에서 원재연은 아이디어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제 목소리로 연주를 계속했다. 한 심사위원은 “그의 해석에 대해 호불호가 정확히 갈렸다”고 귀띔했다. 원재연은 “어려서부터 다른 면에서는 모범생이었는데 유독 음악에 있어서는 고집이 셌다. 한국에서 배웠던 강충모 선생님에게도 많이 혼났다”고 말했다.
 
“콩쿠르와 달리 연주 무대에서는 희한하게 전혀 긴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대 위 나에게만 시선이 집중될 때의 희열이 있죠. 특히 정말 작은 소리로 연주할 때 모든 사람이 내 소리만 듣는 기분, 그것 때문에 음악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연주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콩쿠르에 계속 도전해야했다. 연주 기회를 얻는 데 콩쿠르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나이도 있고, 무엇보다 더 이상은 콩쿠르에 나오고 싶지 않아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콩쿠르에 그만 나오기 위해 콩쿠르를 잘 해야 하는 모순이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청중이 내 연주를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연주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부조니 국제 콩쿠르는 만 32세까지 참가할 수 있고, 최종 후보에 올라온 6명 중 원재연은 나이가 가장 많았다. 게다가 직전 대회의 우승자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참가자로서 부담도 컸다. 최종 결선 무대에서 베토벤 협주곡 4번을 연주할 때 원재연은 빠른 속도로 몰아붙이는 부분과 음악적으로 노래하는 부분을 대비시키며 청중의 환호를 이끌어내고 청중상까지 받았다.
 
원재연은 라이프치히·잘츠부르크를 거쳐 현재 쾰른 음대에서 클라우디오 마르티네즈 메너와 공부 중이다. 그는 “단지 피아노를 잘 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다. ‘이 음악이 이렇게 좋다는 걸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청중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음악 뿐 아니라 전 분야의 예술에 통달한 예술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이탈리아의 작곡가인 페루치오 부조니의 사망 25주기를 기리며 1949년 출범했다. 한국인 중에는 백건우·서혜경이 입상했고, 2015년 문지영이 동양인 최초로 우승했다. 이번 콩쿠르의 1위 입상자인 이반 크판(20·크로아티아)은 문화예술기업 WCN이 주최하는 ‘부조니 콩쿠르 위너스 콘서트’로 내년 5월 서울·인천·대구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볼차노(이탈리아)=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