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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2기’ 재정확대 기대감, 중국펀드 다시 꿈틀

중앙일보 2017.09.04 01:00 경제 6면 지면보기
2007년 초 사회생활을 시작한 최모씨는 은행원 권유에 따라 그해 말 ‘차이나펀드’에 매달 50만원씩 붓기 시작했다. 이듬해 수익률이 -50%까지 떨어졌지만 오를 거란 믿음을 갖고 꿋꿋하게 투자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 -2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자 눈물을 머금고 펀드를 환매해 버렸다.
 

증시 상승세 완연, 20개월만에 최고
주식형 펀드는 3개월 수익률 14%
위안화 강세에 하반기 전망도 좋아
“일반펀드 투자보다 ETF가 안정적”

차이나펀드 열풍이 불던 2007년 고점을 탔다가 ‘차이나 트라우마’만 남은 개인 투자자가 적지 않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006년 1100선에서 오름세를 타기 시작해 2007년 10월 6000선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불과 1년 뒤 1800선까지 고꾸라지며 많은 투자자를 의도하지 않은 장기 투자자로 만들어버렸다. 그 후 등락을 거듭하다 2015년 5000선을 넘어섰지만, 이듬해 초 2600선으로 반 토막 나며 투자자를 다시 공포에 떨게 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번엔 다를까. 중국 증시가 최근 완연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일 상하이종합지수는 3367.12로 마감했다. 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로 최근 석 달 동안 8.5% 올랐다. 상승세는 대형주, 특히 소재업종에서 두드러졌다. 상하이·선전 증시 대형주로 구성된 CSI300은 석 달간 9.1% 올랐다. 그 가운데 소재업종은 23.4% 뛰며 강세장을 견인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대형가치주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며 “이런 현상은 내수업종과 경기민감업종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데 중국 내 구조조정과 산업구조 개편이 빨라지면서 1등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증시가 살아나면서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성적표는 국내 주식형을 빠르게 추월했다. 3일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국내 주식형펀드가 1% 수익률을 내는 동안 중국 주식형펀드는 14.3%를 기록했다. 다른 국가 주식형펀드 가운데서도 가장 좋은 성과다. 중국 주식형펀드 중에선 ‘미래에셋인덱스로차이나H레버리지2.0자(주식-파생재간접)종류A’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이 30.7%로 가장 높았다. ‘한국투자KINDEX중국본토레버리지CSI300상장지수(주혼-파생)(합성)’은 29.96%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 사이에선 적어도 올 하반기까진 중국 증시가 견고할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줄어서다. 공급 축소는 중국 정부가 추진해 온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있다. 구조조정은 국유기업, 특히 에너지·철강·화학산업에 집중됐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대형 국유기업 생산을 줄여 이익을 늘린 뒤 부채를 줄이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 정책의 핵심”이라며 “그 영향에 중국 내 주요 소재 가격 강세는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증시에서 소재업종 강세가 이어질 거란 뜻”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요는 늘고 있다. 중국 제조업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8월까지 13개월째 상승했다. 1년 넘게 경기 확장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 상황도 맞물렸다. 다음달 열리는 당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 지도부가 구성되면 재정 확대 정책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당대표 회의 이후 강력한 구조 개혁과 인프라 투자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장기 ‘시진핑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위안화 강세 역시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는 유인이다.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5월 초(6.8969위안)부터 지난 1일(6.5524위안)까지 네달 동안 5% 절상됐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위안화는 지난 5월 중순 강세로 전환한 뒤 8년 만에 200일 장기 추세선을 뚫었다”며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선 뒤 자금이 중국으로 흘러들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6월 중국 A주(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주식)가 MSCI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 신흥국지수에 정식 편입되면 자금 유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험칙은 중국 증시 변동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무작정 올라탔다간 또다시 고점을 찍을 수도 있다. 가입 시점 뿐 아니라 종목 선택에도 신중해야 한다.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는 “지금 중국에서 나타나는 경기 확장세는 기저효과라기보다 실제 수요 증가 때문으로 보이며 경기민감업종이 유망해 보인다”면서도 “일반 투자자라면 과거 수년간 이어진 불황과 구조조정을 잘 버틴 업종 및 회사를 골라 투자해야 하며 상품명과 실제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이 다르거나 투자처가 불분명한 펀드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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