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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최고가 돌파 과열…결국 규제 칼 빼든 금융위, 은행서 본인 확인 거쳐야

중앙일보 2017.09.04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가상화폐 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칼’이 드디어 나왔다. 앞으로는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거래하고 싶으면 은행의 본인 확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는 가상화폐 투자자의 거래 내용을 국내 금융회사가 파악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거래 내용이 파악되면 장기적으로 가상화폐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도 가능해진다. 또 가상화폐를 이용한 유사수신행위 처벌이 강화된다. 금융위원회는 3일 “현행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실행 가능한 조치를 신속 추진하고 사각지대 보완을 위한 규제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은행에서 본인 확인 의무화
거래액 코스닥 시장 넘어서 과열
통신판매업 규정, 법 보호 못 받아

‘유사 코인’ 이용한 자금 모집 차단
분산 출금 등 자금 이상 흐름도 추적
장기적으로 양도 차익 과세도 검토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정부가 손 놓은 사이 폭주하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지난달 19일 거래량은 2조6000억원을 돌파, 코스닥 시장 거래액을 넘어섰다. 빗썸에 따르면 연초 37만 명이던 이용자 수는 지난달 말 현재 87만 명으로 늘어났다. 빗썸의 시장 점유율을 고려하면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 수는 12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가상화폐거래소는 금융회사가 아니라 통신판매업자로 규정된 탓에 해킹 등 사고가 나도 이용자들은 보호를 받지 못한다.
 
정치권에서는 ‘거래소인가제’ 등 대안을 내놨지만 금융 당국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상화폐거래소를 금융위 인가를 받는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순간 이용자들에게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공식 인정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놓은 방안이 금융회사를 통한 우회 규제다. 그동안은 전자우편만 있으면 가상화폐거래소에 가입, 누구나 지갑(계좌)을 만들어 가상화폐를 사고팔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은행이 반드시 실명 인증을 해야 한다. 가상계좌가 개설된 은행은 이용자의 이름·계좌번호·가상계좌번호 등으로 이용자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 이용자 본인 계좌에서 돈이 입출금된 경우에만 가상화폐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같은 본인 확인 절차는 올 12월까지 마련된다. 은행은 가상화폐거래소가 이용자 본인 확인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계좌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은행은 아울러 가상화폐거래소 이용자의 자금에 이상한 흐름이 있는지를 감시해야 한다. 가상화폐거래소에 있는 돈을 소액으로 나눠 분산 출금·송금하거나 가상계좌에 거액을 빈번하게 입금하는 등의 경우다. 주홍민 금융위 전자금융과장은 “가상화폐를 이용하더라도 은행의 본인 확인을 통해 원화의 입출금 시점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 추적이 쉬워질 것”이라며 “자금 세탁 방지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24시간 도박판’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한 조치도 마련한다. 예를 들어 원금의 몇 배를 거래할 수 있는 마진 거래를 금지하고, 증권 발행 형식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해 자금조달(ICO·Intial Coin Offering)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하기로 했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유사 코인’에 대한 대응책도 내놨다. 유사수신행위규제법상의 유사수신행위에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 모집도 포함할 계획이다.
 
처벌 수준 역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고,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추징 규정도 신설해 처벌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향후엔 거래소 인가 및 양도 차익 과세 문제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협회를 준비 중인 김진화 코빗(국내 3대 가상화폐거래소) 창업자는 “은행의 실명 인증 절차는 업계에서도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바라던 바였고,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마진 거래를 금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며 “다만 스타트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인 ICO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변화한 시대상에 맞는지는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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