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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북한의 완전 고립' 지시…'대북 정책 기조' 변화하나

중앙일보 2017.09.03 19:57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키기 위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추진 등 모든 외교적 방법을 강구하고,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방안을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1시30분부터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의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오후 청와대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관련해 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사진제공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오후 청와대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관련해 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사진제공 청와대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부터 ‘자행’, ‘분노’ 등의 말을 써가며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매우 심각한 도전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더욱 가중시키는 실로 어처구니 없는 전략적 실수를 자행했다”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도 '대화'를 언급했다 . 그는 “북한이 하루 속히 핵ㆍ미사일 개발 계획을 중단할 것임을 선언하고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것(대화)만이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지금까지 대화를 전면에 내세웠던 것과는 온도차를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대화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남북 관계는 이제 ‘긴호흡’으로 가야한다”며 “도발 강도에 따라 압박과 제재 국면의 강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핵시설과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우리군의 타격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에 대해 청와대는 “전술핵이나 자체 핵무기 개발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북한의 완전한 고립을 위한 방법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 북한에 대한 남은 제재의 핵심으로는 ‘원유공급 중단’이 꼽힌다. 지난달 5일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에서도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던 사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고립을 주문하면서 대북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관련한 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사진제공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관련한 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사진제공 청와대

 청와대는 이날 핵실험이 '레드라인(red line)'을 넘었는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레드라인은 북핵에 대한 수용 한계치를 뜻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를 만나 “레드라인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판단에 따라 대북 정책의 완전 전환이 불가피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 발표에서도 ‘완성단계의 진입’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레드라인을 우리가 (먼저)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만 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실장이 NSC 전체회의 중 두차례에 걸쳐 하버트 맥매스터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한 사실을 강조했다. 최근 불협화음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 대응방안 마련 과정에서 긴밀히 협의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 
[북한 조선중앙 TV캡처]

[북한 조선중앙 TV캡처]

 최근 한미간 북한 문제를 놓고 삐걱거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UFG) 중이던 지난달 26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쐈지만 청와대는 “300㎜ 방사포”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추가 도발이 없으면 대화 국면이 올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정의용 실장이 미국에서 맥매스터 보좌관,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장과 만난 뒤 정부 발표는 “탄도미사일”로 번복됐다. 이를 두고 대화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축소 발표' 논란이 일었었다. 지난 1일 빈센트 브룩스 한미 연합사령관은 “미국은 북한과 역내 국가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기 위해 전략폭격기를 파견하지 않았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며 전략무기를 투입하지 않은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와 관련, 일본 아사히 신문은 “미국의 ‘B1B 랜서’ 파견 제의를 문재인 정부가 거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강태화ㆍ박유미 기자 thka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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