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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년 뒤 고교는? 학년마다 수업·수능·내신 '제각각'

중앙일보 2017.09.03 17:59
현 중2가 고교에 입학하는 2년 뒤 고교는 3개 학년이 모두 다른 교육과정과 다른 수능을 치르는 상황이 된다.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현 중2가 고교에 입학하는 2년 뒤 고교는 3개 학년이 모두 다른 교육과정과 다른 수능을 치르는 상황이 된다.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2019년 서울의 한 일반고. 사회를 가르치는 김모 교사는 수업 준비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포기할 때가 많다. 김 교사가 있는 학교는 규모가 크지 않아 그가 1~3학년 사회 수업을 두루 맡고 있다.  
그런데 3개 학년에서 수업 교재와 방식이 제각각이다. 3학년은 EBS 수능 교재로, 2학년은 '사회문화', 1학년은 '통합사회' 교과서로 수업한다. 수업 방식도 3학년은 강의식, 1·2학년은 토론식이다. 특히 1학년이 쓰는 통합사회는 김 교사도 처음 가르치는 것이라 수업 준비에 부담이 많이 간다. 김 교사는 "같은 과목인데 교재와 수업이 서로 다르니 담당 교사로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고1은 교과서·수능·EBS 연계 모두 현재대로
현재 중3은 새 교과서로 배우고 수능은 과거 방식
현재 중2는 교과서·수능에 내신도 달라질 가능성

"수업·수능·내신 등 '학년별 제각각'은 전례 없어"
"진학 지도 예측 어렵고 학생들 사교육 의존 심화"
"조변석개 교육정책, 신뢰 얻기 어려워"

 
 교육부 발표대로 앞으로 수업하게 될 때 고교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일선 교사들의 설명을 토대로 구성해본 장면이다. 현재의 고1, 현재 중3, 현재 중2로 고교 3학년부터 1학년까지가 채워지게 될 때, 일선 고교들의 겪게 되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고 개편된 수능은 중2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대로라면 개편된 수능의 첫 적용을 받는 현재 고교생이 되는 2년 뒤에는 고교 1~3학년이 학년별로 제각각 다른 교과서를 배우고, 다른 수능을 치러야 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현재 고1은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2009 교육과정'에 따라  배우고 이에 맞춘 현행 수능을 치른다. 현재 중3은 이들에게 처음 도입되는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한다. 하지만 수능은 1년 선배들과 동일하게 기존 교육과정 체제에 따른 수능을 쳐야 한다. 교육과정(수업)과 수능 체제가 따로 노는 사상 초유의 ‘미스매치(mismatch)’다. 현재 중2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배우고 그에 맞춰 개편된 수능을 치르는 첫 세대가 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뿐 아니다. EBS 교재의 수능 출제 역시도 이들 학년에서 서로 달라지게 된다. 교육부는 현재 중3이 치르는 수능(2021학년도)부터는 EBS 연계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현 중3부터는 ‘수능 준비=EBS 교재 문제풀이’라는 공식이 깨지게 된다. 조기성 인천하늘고 교사는 “현 중3부터 EBS 연계가 축소되면 현재와 같은 난이도로 수능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 난도는 훨씬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신 산출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교육부는 고교 내신에도 절대평가(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아직 첫 적용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교육단체인 좋은교사운동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교육을바꾸는사람들 등은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개편 수능이 시행되는 현재 중2가 고교에 진학하는 시점에 맞춰 이들을 대상으로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고교 학점제가 시행돼야 한다. 고교 학점제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내신 성취평가제”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내신 산출 방식의 개편은 외고·자사고의 향방과 관련 있다. 교육부는 외고·자사고가 폐지돼야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를 도입 가능하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혀왔다. 우수 학생 선발권을 가진 외고·자사고를 유지한 채 내신 성취평가제를 도입하면 이들 학교로 상위권 학생 쏠림현장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수능 개편 방향과 함께 고교 학점제,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 발표를 내년 8월로 미룬 상태다. 이렇게 되면 이르면 중2부터 내신 성취평가제가 도입될 수 있다. 2년 뒤에 고교는 '학년별로 수업 따로, 수능 따로'에 더해서 '내신 산출 역시 따로'가 돼 더욱 복잡해진다.   
 
김혜남 문일고 진학부장은 “2년 뒤처럼 교육과정, EBS 연계, 내신 산출방식 등이 학년별로 뒤섞이는 상황은 전례가 없다. 학교 현장이 혼란에 휩싸여 진학 지도에서 예측 가능성이 사라져 학생·학부모는 학교가 아닌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동원 휘문고 교장도 “교육과정과 수능이 매해 제각각이 되면 ‘진학 지도’라는 말 자체가 공염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입에서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학생이 떨어지고, 실력이 안되는 학생이 합격하는 등 실력과 다른 입시 결과가 속출하면 학교의 진학 지도가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잦은 교육 정책 변화가, 가뜩이나 추락한 교권을 더욱 추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현 중3은 통합사회·통합과학을 배우지만 수능에서 이 과목을 치지 않는다.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은 학생들의 집중도가 확 떨어진다. 교사가 학생들을 끌고가기 어렵다”고 얘기했다.  
 
학생·학부모도 심란한 심경을 토로한다. 중2 자녀를 둔 학부모 김미경(42·서울 성북구)씨는 “교육과정과 수능 모두 현재 중3부터 바뀌는 걸로 알고 있었다. 3학년 학생을 보고 따라가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변화의 당사자가 되니 황당하다”며 막막해했다.
아들이 중3이라는 학부모 최종현(47·서울 강남구)씨는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렇게 엄청난 혼란을 부추겨야 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된다”며 심란해했다. 그는 “지금 고2인 큰딸을 가르친 방식대로 중3인 둘째 아들도 가르칠 수 있는 정도의 안정된 교육 환경을 기대하는 게 그렇게 큰 바람이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31일 교육부가 수능개편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하자 입시학원가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반색, 중학교 3학년 안도, 중학교 2학년 경악'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중학교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교육부가 수능개편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하자 입시학원가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반색, 중학교 3학년 안도, 중학교 2학년 경악'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중학교 모습. [연합뉴스]

이런 목소리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폭탄 돌리기를 하듯 수능 개편 시기를 졸속으로 조정하다, 결국 교육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개혁은 장기적·체계적으로 할 때 국민의 신뢰를 얻어 성공할 수 있다. 현재처럼 교육정책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하면 학생·학부모는 이를 신뢰하지 못해 결국 사교육에 의존하는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어 혼란만 가중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런 우려에 잘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고교 학년별로 교육과정과 수능 체계가 제각각이 돼 학교 현장이 혼란스러울 것이란 우려는 확대해석이며 별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직무대리는 “달라진 것은 현 중3이 통합사회·과학을 배우지만 수능은 치르지 않는다는 것 하나 정도다. 현 중2에게 적용될 수능 개편안은 남은 1년 동안 충분히 검토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내놓아 예상된 혼란을 최소한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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