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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17' 주인공은 가전 아닌 소프트웨어...'AI' 'IoT' 날개 단 스마트홈 인기

중앙일보 2017.09.03 17:32
“안녕 ‘빅스비’, (나) 집에 가고 있어(Hi 'Bixby', coming home).”
 

에어컨 온도 맞춰 틀고, 원하는 TV 채널 켜고
귀가 전에 음성 명령하면 AI 비서가 알아서 척척
삼성·LG·소니·밀레 등 글로벌 가전기업들 프리미엄 전략에도 영향

‘국제가전박람회(IFA) 2017’가 열리고 있는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행사장 내 삼성전자 부스에서 한 관람객이 이렇게 말하자 음성 인식 인공지능(AI) 서비스 빅스비가 바삐 움직였다. 귀가한 주인이 쾌적해진 집안에서 쉴 수 있도록 에어컨·TV·조명을 켜고, 구석에 있던 로봇청소기를 작동시켰다.
'IFA 2017' 행사장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에서 독일인 진행자가 음성 인식 AI 서비스 '빅스비'와IoT 기술을활용한 최신 스마트홈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창균 기자]

'IFA 2017' 행사장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에서 독일인 진행자가 음성 인식 AI 서비스 '빅스비'와IoT 기술을활용한 최신 스마트홈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창균 기자]

 
목소리의 주인공이 집이 아닌 바깥에서 명령했다고 가정해서다. 이 모든 일에 몇 초도 안 걸렸다. 설정값을 미리 입력해 에어컨 온도와 TV 채널, 조명 색깔까지 하나하나 원하는 대로 맞출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연결된 삼성의 프리미엄 가전제품들이 명령을 전달받아 그대로 시행한다.
 
통상 하드웨어인 ‘가전’이 주인공이었던 IFA에서 올해는 주인공이 소프트웨어인 ‘AI’와 ‘IoT’로 바뀌었다. 가전은 이들 주인공의 맛깔나는 활약을 뒷받침해주는 조연이 됐다. 같은 날 국내외 다른 글로벌 기업들 부스에서도 음성 명령에 스마트홈 가전이 작동되는 풍경이 일제히 연출됐다.
LG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AI 스피커 ‘스마트씽큐 허브’와 허브 로봇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LG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AI 스피커 ‘스마트씽큐 허브’와 허브 로봇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LG전자 부스에선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를 기반으로 한 AI 스피커 ‘에코’가 음성을 인식해 IoT로 최신 유기발광다이오드( OLED) TV를 제어했다. 알렉사는 독일 업체 밀레 부스에서도 주인공 행세를 했다. 밀레 세탁기에 “언제 빨래 끝나?”라고 묻자 “10분 후에 종료된다”는 답변을 해줬다. 지멘스와 보쉬도 알렉사와 연동된 다양한 가전을 전시해 관람객들 시선을 사로잡았다. 소니·파나소닉·필립스 부스에선 구글의 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가 연동된 제품들이, 레노버 부스에선 마이크로소프트 AI ‘코타나’를 탑재한 신형 노트북이 선을 보였다.
 
소니 부스에 구글의 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된AI 스피커가 전시돼 있다. [사진 이창균 기자]

소니 부스에 구글의 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된AI 스피커가 전시돼 있다. [사진 이창균 기자]

현장을 둘러본 가전업계 관계자는 “과거 IFA와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IoT가 바닥을 다져주고 그 위에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전 세계 스마트홈 기술이 한층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기업들이 부스 안에 스마트홈을 중점 배치하면서 소비자들이 직접 가치를 발견하도록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들은 휴가 중 누수(漏水) 현상 등 예기치 못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신 스마트홈 기술이 해법을 찾아주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보안’과 ‘안전’ 마케팅에도 힘쓰는 분위기였다. 그러는 만큼 많은 소비자에게 스마트홈이 꼭 필요한 기술이며, 꼼꼼히 준비됐음을 호소할 수 있어서다.
 
한 가전업체는 스마트홈 '보안' 기술의 원리를 곰인형과 디오라마로 알기 쉽게 설명했다. [사진 이창균 기자]

한 가전업체는 스마트홈 '보안' 기술의 원리를 곰인형과 디오라마로 알기 쉽게 설명했다. [사진 이창균 기자]

IFA의 달라진 풍경은 가전업체들의 ‘프리미엄 전략’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동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간 기업들이 선보인 고가 프리미엄 제품들은 집약된 기술력을 과시하는 ‘플래그십(기함)’의 의미를 더 크게 가졌다. 사는 사람만 사는, 수요가 많지 않은 제품이지만 다른 일반 제품들의 구매를 유도해 수익에 도움을 주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홈이 소비자의 일상 속에 빠르게 자리 잡으면 AI와 IoT로 연동된 각 프리미엄 가전들도 자연스레 더 많은 수요를 확보하게 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알렉사 등에 이번 IFA의 주인공 자리를 앞 다퉈가며 흔쾌히 내준 것도 그래서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스마트홈은 스마트폰처럼 널리 애용되면서 가전업체들에 폭발적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잠재력이 큰 분야”라고 말했다.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스마트홈 투자 규모를 배로 확대하고 연구개발 인력도 50%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베를린=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IFA
매년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디지털·가전 전시회. 올해는 50여 개국 1640여 업체가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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