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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화해 기원한 교황 "전쟁 거부 위해 소매 걷어붙여야"

중앙일보 2017.09.03 15:45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5월 김희중 대주교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교황청]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5월 김희중 대주교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교황청]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한국인에게 평화와 형제간 화해라는 선물이 주어지길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2일(현지시간) 바티칸 사도궁에서 한국 종교지도자협의회 소속 인사들의 예방을 받고 “종교 지도자들은 인류의 복지와 화해를 증진하도록 부름 받았다"며 “평화의 전령인 우리는 비폭력적인 평화의 언어로 공포와 증오의 이야기들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바티칸서 김희중 대주교,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 등과 면담
"비폭력적 평화의 언어로 공포와 증오의 이야기에 맞서야"
군사적 수단보다 외교로 문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 재확인
북한 6차 핵실험 전날 종교지도자협의회 소속 22명 예방
"국제사회의 중재" 강조한 바 있어 교황이 역할할 지 주목

 교황은 또 “우리는 전쟁을 거부하고 개인과 공동체, 사람들과 국가가 조화를 이루며 보다 인류애가 넘치는 미래를 가꾸기 위한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단지 목소리만 높일 게 아니라 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 김정은의 거듭되는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적 대응도 배제하지 않는 등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화를 통한 화해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이번 발언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하기 전에 나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월 이집트 방문 후 귀국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긴장이 고조되던 북한 정세와 관련해 “전쟁이 발생하면, 인류가 파괴되므로 외교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국제적 중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이 말로만이 아니라 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고 말함에 따라 남북 화해와 긴장 완화를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인지 주목된다.
 이에 앞서 종교지도자협의회 의장이자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교황에게 7대 종교 수장이 서명한 서한을 전달하며 한반도 긴장 상황을 설명했다.
 김 대주교는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주변 강대국의 전쟁위협 속에 살고 있다”며 “하루빨리 전쟁 상태인 정전협정 체제에서 벗어나 평화협정으로 나아가길 기도하며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를 비롯한 갈등 지역에서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변화가 일어나도록 해달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교황님의 기도를 호소한다"고 요청했다.
바티칸을 예방한 종지협 지도자들. 왼쪽부터 대한성공회 이경호 주교, 천도교 이정희 교령,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유교 김영근 성균관장, 문체부 이성선 과장. [사진 가톨릭 평화신문]

바티칸을 예방한 종지협 지도자들. 왼쪽부터 대한성공회 이경호 주교, 천도교 이정희 교령,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유교 김영근 성균관장, 문체부 이성선 과장. [사진 가톨릭 평화신문]

 이번 바티칸 예방에는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 천도교 이정희 교령, 유교 김영근 성균관장,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이경호 주교 등 22명이 참석했다. 이날 예방은 낮 12시 20분부터 20분가량 진행됐다.
 종교 지도자들은 교황에게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자수와 원불교, 천도교 등 민족종교의 영문판 안내서를 선물했다. 교황은 천주교 성물인 메달을 답례품으로 건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했다. 교황은 이날 “여러분을 보니 아름다운 한국 땅으로 향했던 지난 순례길이 생각난다“며 “우리가 하나 되어 나아갈 힘을 주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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