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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처럼 핵 보유국 인정받으려는 북한

중앙일보 2017.09.03 15:31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근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은 이미 여러번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끝내겠다고 밝혔다”면서 “국제적으로 판을 흔들 수단을 놓고 고르다 미사일보다는 그동안 5차례 실험으로 입증된 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통해 외부 세계에 알리려는 메시지는 핵 보유국으로서의 인정이다.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따라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중국ㆍ러시아 등 5개 국가만이 국제법적으로 핵보유국이다. 그러나 인도ㆍ파키스탄ㆍ이스라엘은 합법적인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사실상(de facto)의 핵보유국으로서의 대접을 받는다. 핵 실험을 했거나(인도ㆍ파키스탄) 핵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이스라엘) 3개국은 현재 핵 때문에 국제 사회나 개별 국가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 다르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로부터 촘촘한 제재망에 둘러쌓여 있는 상태다. 외국과의 정상적인 통상ㆍ거래가 불가능할 정도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핵에 의한 제재 여부로 사실상의 핵 보유국 인정을 판가르는 건 국제적 관습(norm)“이라며 “북한이 파키스탄 모델을 따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1998년 5월 28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6차례의 핵실험을 한 뒤 미국으로부터 무기금수 조치 등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2001년 9ㆍ11 테러 발생 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기지로 사용하기 위해 파키스탄에 대한 제재를 풀었다.
 
핵 보유국 인정의 전제 조건은 수소탄의 완성이다. 북한으로선 작은 크기이지만 강한 폭발력을 지닌 핵탄두의 소재인 수소탄을 개발하는 건 국제 사회를 상대로 한 판돈을 크게 키울 수 있는 수단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원장은 “북한은 6차 핵실험으로 한국ㆍ미국ㆍ중국을 한꺼번에 쥐고 흔들 수 있는 1타3피를 노렸다”고 말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 핵은 완성단계고 실질적 위협”이라며 “6차라는 핵실험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승부수로 던진 패 앞에 국제 사회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러나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더군다나 북한은 핵탄두를 미 본토로 실어 나를 ICBM마저 완성시킬 기세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현재 ICBM 핵심 기술을 아직 갖고 있지 않지만, 이를 확보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은 군사적 옵션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때 미국은 엄청난 전력을 동원하자 북한이 유감 표명을 한 사례가 있다”며 “미국은 그때처럼 북한에게 최후통첩을 건넬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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