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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물질 탐지전쟁,스모킹건인 제논을 찾아라

중앙일보 2017.09.03 15:20
미 공군의 특수정찰기 WC-135. [사진 미 공군]

미 공군의 특수정찰기 WC-135. [사진 미 공군]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조용하지만 치열한 전쟁의 시작 버튼을 눌렀다. 북한이 어떤 종류의 핵물질로 어느 규모의 핵실험을 감행했는지 알아내는 '탐지전쟁'이 바로 벌어졌다.
 
핵실험을 가장 먼저 안 곳은 지질자원연구원이다. 산하 한국지진파관측소(KSRS)가 운영하는 강원 고성군 간성읍에는 지진파 관측 장비가 있다. 평안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핵실험으로 일어난 엄청난 충격은 그대로 이 장비로 전해졌다. 이 데이터는 서울 기상청 지진화산센터 상황실로 전송됐다. 
 
기상청은 곧 지진파 분석에 들어갔다. 핵실험으로 인한 지진은 자연 지진과 지진파가 다르다. 핵실험 지진은 보통 위아래가 흔들리는 S파보다 좌우가 요동치는 P파가 자연 지진보다 더 많이 나타난다. 핵실험 지진파는 처음 파형이 높게 나타난 뒤 점점 작아지는 특징도 있다. 반면 자연 지진파의 파형은 불규칙하고 복잡하다. 기상청은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이날 지진은 핵실험으로 인해 일어난 것으로 판정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가 추정한 지진 발생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과 상당히 가깝다. [자료 USGS]

미국 지질조사국(USGS)가 추정한 지진 발생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과 상당히 가깝다. [자료 USGS]

핵실험 후 공중으로 전달되는 특이한 음파도 가려낸다. 핵실험 후 보통 사람이 들을 수 없는 20㎐ 미만의 음파가 나온다.
 
하지만 지진파 분석으론 핵실험의 폭발 위력과 핵실험 장소에 대한 정보만을 알 수 있다. 핵물질 종류는 다른 수단으로 파악해야 한다. 핵실험으로 외부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을 공기 중에서 포집한 뒤 분석하는 방식이다. 핵실험 판정의 스모킹건은 제논(Xe)이나 크립톤(Kr)과 같은 불활성 기체다.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하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핵실험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특히 제논은 반감기(원자 수가 반으로 줄 때까지 걸리는 시간)가 짧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찾아야 한다. 그래서 육ㆍ해ㆍ공 방사능 핵종 탐지기가 총동원된다. 이를 위해 전국에 3대의 고정식 탐지기가 설치됐고, 1대의 이동식 탐지기는 함정에 탑재해 해상에서 방사성 물질을 탐색한다. 이 함정에는 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전문가들이 탄다. 공군의 전술통제기(KA-1)도 포집 장비를 달고 대기 중 방사성 물질을 찾아 나선다. 
올 3월 28일 상업 인공위성에서 찍은 풍계리 영상. [사진 38노스]

올 3월 28일 상업 인공위성에서 찍은 풍계리 영상. [사진 38노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때 마다 WC-135 스니퍼(Snifferㆍ냄새 탐지기)란 특수 정찰기를 일본으로 출동시켰다. 6차 핵실험도 마찬가지다.
 
입체적 탐지작전이 펼쳐지지만 매번 북한 핵실험의 핵종을 알아내진 못했다. 지금까지 2006년 1차 핵실험 때만 북핵 방사성 물질을 잡아 북한이 풀루토늄탄을 터뜨린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미국의 WC-135가 동해상 울릉도 근처에서 제논을 포집했다. 2013년 3차 핵실험의 경우 50일이 지난 후 멀리 일본과 러시아에서 제논이 검출됐다. 이때는 핵종을 가리기엔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한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1차 핵실험 때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암석을 제대로 메우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3차 핵실험 때 몇달이 지난 뒤 핵실험장의 갱도를 다시 팠는데 그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핵종 파악이 어려운 건 북한이 핵실험장으로 만든 풍계리 만탑산의 특징 때문이다. 이곳의 지반은 화강암으로 이뤄졌다. 핵 폭발은 순간 1억도의 초고열로 화강암을 녹인다. 화강암 속 물질인 석영만 남게 돼 핵 폭발 장소를 단단한 장막으로 치는 것처럼 만들어준다. 그런데다가 핵실험 갱도를 낚시 바늘 모양으로 파 내려 간 뒤 9중의 칸막이를 쳤다. 핵실험 후에는 철근 콘크리트ㆍ고무ㆍ아연 등으로 2~3중 밀폐를 한다. 핵종이 새 나갈 틈이 없는 이유다.
지난 2013년 2월 북한 3차 핵실험의 증거가 될 방사성 물질인 제논(Xe)이 분석결과 검출되지 않은 가운데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한 연구원이 2월13일에 이어 2차로 육군 헬기로 이송해 온 방사성 물질이 든 가방을 연구동으로 옮기고 있다. KINS는 전 날 동해상에서 이동식 제논 포집기인 '사우나'를 함정에 탑재해 12시간 동안 대기 포집을 마친 뒤 시료에 대해 분석 작업을 벌였지만, 방사능 핵종인 제논이 탐지되지 않았다. 이에따라 기술원은 1차 포집 시료에서 제논이 탐지되지 않음에 따라 2차, 3차로 포집한 시료에 대해 분석을 벌일 계획이다. 포집은 12시간마다 한 번씩 이뤄지며, 사우나 1대당 8개 세트로 이뤄져 있어 연속으로 나흘 동안 측정할 수 있다. KINS는 공기 중 제논의 비율에 따라 북한의 핵실험 원료가 우라늄 폭탄인지, 플루토늄 폭탄인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2013년 2월 북한 3차 핵실험의 증거가 될 방사성 물질인 제논(Xe)이 분석결과 검출되지 않은 가운데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한 연구원이 2월13일에 이어 2차로 육군 헬기로 이송해 온 방사성 물질이 든 가방을 연구동으로 옮기고 있다. KINS는 전 날 동해상에서 이동식 제논 포집기인 '사우나'를 함정에 탑재해 12시간 동안 대기 포집을 마친 뒤 시료에 대해 분석 작업을 벌였지만, 방사능 핵종인 제논이 탐지되지 않았다. 이에따라 기술원은 1차 포집 시료에서 제논이 탐지되지 않음에 따라 2차, 3차로 포집한 시료에 대해 분석을 벌일 계획이다. 포집은 12시간마다 한 번씩 이뤄지며, 사우나 1대당 8개 세트로 이뤄져 있어 연속으로 나흘 동안 측정할 수 있다. KINS는 공기 중 제논의 비율에 따라 북한의 핵실험 원료가 우라늄 폭탄인지, 플루토늄 폭탄인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공정식

 
그래서 매번 북한의 핵실험 전모를 그려내지 못하고 북한의 공식발표로 보충했다. 북한은 핵실험마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신속히 이 사실을 알렸다. 2016년 1월 4차 핵실험에선 수소탄을, 그해 9월 5차 핵실험은 핵탄두를 터뜨렸다고 북한은 주장했다.
 
그러나 한ㆍ미 정보당국은 4차의 경우 북한이 수소탄 전단계의 증폭핵분열탄을 시험한 것으로 추정했다.  5차에선 핵실험 규모(10㏏)가 핵탄두(40㏏)보다 적게 나와 핵탄두 단계에 이르지 못하다고 봤다. 이런 사항들은 한ㆍ미가 다양한 루트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종합한 것들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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