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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호를 타고 방탄소년단과 함께 떠난 25주년 시간 여행

중앙일보 2017.09.03 15:07
2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 서태지. [사진 서태지컴퍼니]

2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 서태지. [사진 서태지컴퍼니]

데뷔 25주년을 맞은 서태지(45)는 공연 시작부터 호언장담했다. “음악 하나로 원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라며 “피아노 한 소절이면 여러분 모두를 소년ㆍ소녀 시절로 보낼 수 있다”고 말이다. 2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롯데카드 무브: 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에 모인 3만 5000명의 관객들은 그렇게 ‘서태지 호’에 탑승해 시간여행을 떠났다.
 

2일 잠실 주경기장서 3만5000명 관객과 25주년 축하
1집 '난 알아요'부터 9집 '소격동'까지 28곡 눌러 담아
95년 공연 재현한 '교실이데아', 첫 공개 '굿바이'에 열광
"8팀 참여한 리메이크 프로젝트도 좋지만 신곡도 듣고파"

[사진 스포트라이트]

[사진 스포트라이트]

비밀 결혼과 이혼, 그리고 재혼 사실이 알려지면서 20주년을 제대로 축하하지 못한 그는 단단히 칼을 갈고 나온 듯했다. 1992년 발표한 데뷔곡 1집 ‘난 알아요’부터 9집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까지 앙코르까지 170분간 28곡을 시대별로 쏟아냈다. 국카스텐ㆍ어반자카파 등 평소 서태지의 팬을 자처한 가수들의 오프닝 무대까지 더하면 공연 시간은 무려 240분에 달했다.  
방탄소년단과 함께 무대에 오른 서태지는 1집 '난 알아요'부터 4집 '컴백홈'까지 8곡에 걸친 댄스곡을 안무와 함께 소화했다. [사진 서태지컴퍼니]

방탄소년단과 함께 무대에 오른 서태지는 1집 '난 알아요'부터 4집 '컴백홈'까지 8곡에 걸친 댄스곡을 안무와 함께 소화했다. [사진 서태지컴퍼니]

“25곡에 25주년을 꾹꾹 눌러 담아봤다”는 서태지는 그가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긴 족적을 충실하게 고증해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20살이 넘는 나이 차이가 무색하게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 댄스곡 8곡의 안무를 소화했다. 좌 제이홉 우 지민과 함께 ‘환상 속의 그대’를 부르며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을 재현하고, ‘하여가’가 나오면 태평소 소리가 울려 퍼지는 등 발표 당시 오리지널 버전을 만날 수 있었다. 심지어 ‘너에게’ 무대에서 입고 나온 빨간 정장마저 당시 입었던 옷 그대로였다. 콘셉트가 ‘타임 트래블러’인 만큼 ‘추억 여행을 한다면 이 정도는 돼야지’라고 작정한 듯했다.
[사진 스포트라이트]

[사진 스포트라이트]

 
아마 최고의 무대는 사람마다 달랐을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을 그리워하는 팬이라면 은퇴를 고하는 내용 때문에 일명 ‘금지곡’이 됐지만 처음 무대에서 들려준 ‘굿바이’가 가장 마음을 후벼팠을 것이고, 솔로로 독립한 서태지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시원하게 내지르는 ‘울트라맨이야’나 2008년 상암에서 선보인 ‘서태지 심포니’를 재현해 3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모아이’가 심금을 울렸을 것이다. 양쪽으로 개폐되는 방식으로 무대 자체를 스크린으로 탈바꿈시킨 미디어 메쉬 LED 위로 펼쳐진 영상은 보고 듣는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1995년 '다른 하늘이 열리고' 콘서트 당시 스타일로 재현한 '교실이데아' 무대. [사진 서태지컴퍼니]

1995년 '다른 하늘이 열리고' 콘서트 당시 스타일로 재현한 '교실이데아' 무대. [사진 서태지컴퍼니]

하지만 이날의 정수는 ‘교실이데아’ 무대였다. 1995년 ‘다른 하늘이 열리고’ 콘서트 당시 했던 연설을 재현함과 동시에 제복을 입고 깃발을 휘두르며 등장한 방탄소년단은 마치 음악대장과 친위대 같은 모습이었다. 서태지가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라며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에 저항하는 90년대 아이콘이었다면, 방탄소년단은 ‘어른들과 부모님은 틀에 박힌 꿈을 주입해’(‘노 모어 드림’)라며 자신만의 꿈을 갖자고 외치는 2017년 현재의 아이콘이다. 25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선후배의 합동 무대는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협업은 지난 4월 공연 소식을 알릴 때부터 예고된 이번 공연의 키워드이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 함께 한 방탄소년단과 어반자카파 외에도 헤이즈ㆍ에디킴ㆍ크러쉬 등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 8팀이 각자 제일 잘하는 방식대로 서태지의 곡을 리메이크해 차례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1998년 ‘테이크 파이브’ 포스터를 통해 처음 얼굴을 알린 배우 신세경이 이번 앨범 포스터에 다시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대화 음악평론가는 “리메이크는 자칫 잘못하면 원곡의 매력은 훼손되고 신곡은 평범해지기 쉬운데 핵심 아이디어를 살린 채 각자의 매력이 어우러져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의미있는 앨범이 탄생했다”고 평가했다.  
서태지가 밴드와 함께 돌출무대로 나가 노래하고 있는 모습. [사진 서태지컴퍼니]

서태지가 밴드와 함께 돌출무대로 나가 노래하고 있는 모습. [사진 서태지컴퍼니]

하지만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문화대통령’의 이미지를 공고하게 다지는 방식을 선택하면서 스스로 그 안에 갇혀버리는 모순이 생기기도 했다. 실제 2014년 ‘소격동’ 발표 당시 그간 고수해온 신비주의 전략을 버리고 아이유와 각기 다른 버전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도전을 했지만 음악적으로는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동시대의 가장 뜨거운 이슈를 만들어내던 서태지가 이제 완전히 과거의 영역으로 넘어가 해외 트렌드를 버무리는 방식으로 연명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회춘한 것 같은 기분”이라 말하고 3년 전 노래를 가장 최신곡이라 디스하는 그가 비록 “10집은 언제 나올지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30주년 전에는 여전히 핫한 신곡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사진 스포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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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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