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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억원 횡령했는데 아무도 처벌 받지 않은 함양 농협 사건

중앙일보 2017.09.03 14:38
돈다발 이미지. 함양농협 사건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돈다발 이미지. 함양농협 사건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경남 함양농협에서 한 직원이 26억원을 횡령했지만, 이 직원은 물론 당시 관리·감독 선상에 있던 임직원 8명 모두 법적 책임을 면하게 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함양농협이 횡령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뒤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수년간 은폐하면서 공소시효가 지나버린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창원지법, 26억원 횡령 사건 관련 8명 전원 무죄·면소 판결
사건 은폐로 공소시효 지나거나 신협조합법 한계로 불가
26억 횡령한 A씨 처벌 받지 않고 차장과 상무 승진 후 퇴직

창원지법 거창지원 형사1단독 김덕교 판사는 신용협동조합법 위반과 범인도피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함양농협 전·현직 임직원 8명 전원에게 무죄 또는 면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함양농협 가공사업소에 근무하던 A씨(47)는 2002년 5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자신의 가족 2명으로부터 농작물을 사들인 것처럼 전산을 조작해 26억2000여만원을 횡령했다. A씨는 이 돈은 주식 등에 투자해 쓴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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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범행은 함양농협이 2007년 10월 재고조사를 하면서 처음 드러났다. 그러나 해당 농협은 이 직원을 검·경에 고발하거나 처벌하지 않고 이 같은 사실을 은폐했다. 횡령액에 대한 손실처리 없이 2009∼2015년 사이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해 조합원 총회의 승인은 얻은 뒤 공시했다.
 
결국 2015년 하반기 NH농협은행이 특별감사를 하면서 A씨의 횡령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 검·경이 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A씨는 공소시효(2007년까지 업무상횡령은 공소시효 7년 적용, 이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10년으로 늘어남)가 지나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그 사이 26억원이나 되는 큰돈을 횡령한 A씨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같은 지역 다른 단위농협으로 옮겨 차장과 상무(2013년 2월)로 승진한 뒤 2015년 하반기 농협은행 특별감사에서 적발된 뒤에야 그해 말 사직했다. 
 
대신 검·경은 A씨의 횡령 사실을 덮고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해 조합원 총회의 승인을 얻은 뒤 공시를 한 혐의로 당시 관리·감독 라인에 있던 8명의 전·현직 임직원을 2016년 8월 불구속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8명이 범죄 사실을 은폐해 결과적으로 A씨의 범행이 숨겨졌다며 범인 도피 혐의도 적용했다. 
창원지방법원 전경. [사진 창원지방법원 홈페이지]

창원지방법원 전경. [사진 창원지방법원 홈페이지]

 
그러나 법원은 검찰이 8명에게 적용한 혐의가 공소시효가 지나거나 검찰에서 적용한 신용조합협동법 등의 범위를 벗어난다며 면소 판결을 했다. 
 
신용조합협동법은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회계처리기준 또는 결산에 관한 기준을 위반하여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총회의 승인을 받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하고 있다. 또 경영상황에 관한 주요 정보 및 자료를 거짓으로 공시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미만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용조합협동법 공소시효가 5년이어서 이들 8명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가담한 회계조작 및 거짓 공시를 한 부분은 처벌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지만 신용조합협동법에는 농협의 신용사업(예금·대출·보험 등)과 경제사업(농작물 수매 및 판매 등) 2가지 중 신용사업의 경우에만 법 적용을 할 수 있게 돼 있어 역시 처벌을 면한다고 판결했다.
8명에게 적용된 범인 도피 혐의도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26억원의 공급이 증발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황당한 결과 때문에 검찰이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안성일 변호사는 “법 이론적으로는 그런 결론이 도출될 수 있으나 26억원이나 되는 돈을 횡령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 법 감정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 보인다. 항소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거창=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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