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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소식에 휴일도 흔들…"전쟁보다 경제가 더 걱정"

중앙일보 2017.09.03 13:22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휴일인 3일 오후 북한의 핵실험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휴일을 맞아 여가를 즐기던 시민들은 TV가 설치된 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북한의 핵실험 관련 속보를 접했다. 직장인 임지훈(35)씨는 "북한이 이 정도로 도발하는 건 처음 아닌가 싶다"며 "군복이라도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다.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느낀다"고 반응했다. 우현석(25)씨는 "김정은은 지금 사면초가 아닌가. 중국도 손을 놨고, 미국도 대북시위한다고 얼마 전에 전투기도 띄우지 않았나. 이렇게 위기가 고조되다 보면 이번에는 북한이 진짜 핵을 한번 터트리고 '다 죽자' 할 것 같아서 솔직히 겁이 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미국의 대응에 주목하면서도 현 상황을 초래한 김정은을 비난하기도 했다. 김성환(31)씨는 "수소이라니 위력이 더 강력한 것 아닌가? 레드라인을 넘겼으니 미국이 어떻게 대처할지 봐야겠다"고 했다. 중학생 송모(15)양은 "김정은이 관종병(병적으로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을 뜻하는 속어)이 있는 것 같다. 관심받고 싶어서 한거라면 페북이나 인스타그램같은 SNS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일갈했다.
 
군 복무 중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난데없는 핵실험 소식에 또 가슴을 졸여야 했다. A(57)씨는 이날 뉴스를 보며 공군부대에서 군 복무 중인 둘째 아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A씨는 "아들이 전방에 근무하는 것은 아니지만, 핵 도발은 전후방이 따로 없다"며 "양보만 하다간 벼랑에 몰리는 상황에 봉착할까 두렵다. 후손들에게도 죄짓는 일이다"며 우리도 상응하는 핵 억지력을 갖추어야 할 때가 온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재기'같은 동요는 없었다. 오히려 계획대로 휴일을 즐기는 시민이 많았다. 이날 두 아이를 데리고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나들이를 간 김태윤(37)씨는 "평소 다른 휴일과 다름없이 가족 단위로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오히려 아이들로 북적대는 분위기라 핵실험 소식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신윤재(24)씨는 같은날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친구와 쇼핑을 하고 돌아왔다. 신씨는 북한 핵실험에 대해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처음도 아니고 벌써 여섯번째라 다들 비슷하게 느끼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에 사는 교민 지모(60)씨는 "한국에 가족이 있는 중국 사는 교포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 분위기를 뉴스로만 보니까 심각하게 여기는데 막상 걱정돼서 전화해보면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무덤덤한 반응이다"고 전했다.
 
오히려 증시 등이 타격을 입어 ‘피부에 와닿는 피해’를 입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10여년째 주식 투자를 해온 직장인 이모(36)씨도 "솔직히 북한 핵실험 자체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내일 주식 시장이 출렁일까봐 짜증이 났다. 요즘 주가가 오를만 하면 북한 이슈에 발목이 잡힌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4)씨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두려움'보다는 '짜증'을 느꼈다. "이걸로 당장 전쟁이 터질거라는 생각은 안하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행사에 외국인들이 안오는 등 경제적으로 피해를 준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씨는 "미국은 이제 세계질서 관리 역할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 같으니 우리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한번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현·최규진·하준호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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