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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오바마도 교육은 부모입장…자녀 공립학교는 카터 유일

중앙일보 2017.09.03 09:00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장녀 말리아[말리아 인스타그램]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장녀 말리아[말리아 인스타그램]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2009년 1월 취임하면서 미국 대중을 실망시킨 사건이 있었다. 두 딸, 10살 말리아와 7살이던 사샤를 공립학교가 아니라 연 학비 4만 달러(약 4500만원)인 사립명문 시드웰프렌즈 스쿨에 입학시킨 거였다. 큰딸 말리아가 지난달 30일 하버드대에서 첫 학기를 시작하며 결과는 성공한 셈이지만 당시 비난은 거셌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교육 혁신’을 어젠다로 내건 교육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재임중 학업 성취도, 대학 진학률, 모범교육 사례 등으로 공립학교 경쟁을 붙여 1위 학교 졸업식에 직접 참석하는 이벤트까지 했다.
 

미국 대통령은 왜 자녀를 사립학교 보낼까
닉슨·클린턴·오바마, 딸들 사립 시드웰 프렌즈 보내
트럼프 5남매 사립, 3명 아버지 모교 펜실베이니아대
바버라, 대통령·주지사 vs. 낸시 자녀 '反레이건'앞장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하지만 정작 자신의 자녀교육 문제 앞에선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았다. 2010년 NBC방송에서 “말리아와 사샤도 워싱턴 공립학교에서 (일반 학생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아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워싱턴이 공교육 개혁에 고군분투하곤 있지만, 노골적으로 말해 대답은 ‘노’”라고 답했다. 그만큼 워싱턴 공교육은 악명이 높다. 학생의 82%가 흑인과 히스패닉인데 고교과정 정규 4년 내 졸업자가 전국 평균 83%에 크게 못미치는 69%다. 전국 50개 주 교육성취도 평가(NAEP)의 수학과 독해력 부문은 꼴찌에서 3번째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사례로 볼 때 자녀들을 사립학교에 보낸 오바마의 선택이 유별난 건 아니다. 최근 100년간 백악관 재임 중 자녀를 워싱턴 공립학교에 보낸 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도 딸 첼시, 리처드 닉슨도 두 딸 줄리와 트리샤를 오바마처럼 시드웰 프렌즈에 보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번째)과 아내 미셸(맨 왼쪽), 딸 말리아(왼쪽 두번째)와 샤사. [중앙포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번째)과 아내 미셸(맨 왼쪽), 딸 말리아(왼쪽 두번째)와 샤사. [중앙포토]

억만장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6개월간 막내 아들 배런을 뉴욕에 남겨 두고 사립학교인 컬럼비아그래머 스쿨을 계속 다니도록 했다. 학비만 4만7000달러(5300만원)다. 퍼스트 레이디인 멜라니아가 뉴욕-워싱턴 생활을 오가는 수고를 덜기 위해 배런은 이번 6학년부턴 매릴렌드 포토맥 세인트 앤드류스 주교학교로 전학했다. 학비는 4만 달러로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첫째 부인 이바나 젤리코바 사이에서 태어난 3남매 트럼프 주니어, 이방카, 에릭은 필라델피아와 코네티컷주의 사립 기숙학교를 졸업한 뒤 아버지의 모교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제학과와 조지타운대를 나왔다. 부모의 이혼 이후 학창시절을 보낸 3남매는 여름방학마다 기숙학교를 떠나 체코 프라하의 외갓집에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보냈다. 억만장자의 상속자인 외손주들에게 구두공장 노동자출신 외할머니 마리아는 “음식을 조금이라도 남기지 말라”고 호통을 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 [CNN 캡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 [CNN 캡쳐]

넷째 딸 티파니는 배우출신 둘째 부인 말라 메이플과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네 살때 부모가 헤어진 후로 캘리포니아에서 친어머니와 함께 살며 아버지와는 서먹한 사이다. 캘리포니아 사립명문인 뷰포인트스쿨을 12년 다녔다. 중ㆍ고교시절 용돈이 필요할 때 아버지에게 직접 연락하지 못하고 언니 이방카를 통해 신용카드를 받아쓰기도 했다고 한다. 대학은 아버지 모교인 펜실베이니아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이번 학기부터 조지타운대 로스쿨에 입학해 워싱턴으로 왔다. 이번에도 백악관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지 않고 친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란성 쌍둥이 두 딸 바버라와 제나는 아버지의 대통령 당선 전 공립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원래 두 사람 모두 텍사스주 덜레스의 기숙학교를 다녔지만 부시가 1994년 텍사스 주지사에 당선된 후 공립인 오스틴 고등학교를 나왔다. 바버라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조지 HW 부시의 모교인 예일대를 졸업했고, 제나는 텍사스주립대를 나왔다. 부시 대통령의 취임 첫해 대학 신입생이던 바버라와 제나는 각각 성년이 되기 전 술을 소지해 경범죄로 체포돼 아버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1993년 취임하자마자 오바마처럼 외동딸 첼시를 공교육이 아닌 사립 시드웰 프렌즈로 보낸 데 비판을 받았다. 당시 클린턴은 “첼시가 언론의 주목을 끄는 걸 좋아하지 않으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하길 원한다”고 해명했다. 또 대통령의 미성년 자녀에 대해선 언론을 포함해 대중의 과도한 관심으로부터 보호가 필요하다는 재클린 케네디의 조언을 따른 것이기도 했다고 한다. 힐러리 클린턴은 딸이 97년 가을학기에 스탠퍼드대에 입학하자 “딸을 혼자 내버려둬 달라”는 공개 서한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 부부가 딸의 대학 입학에 동행하자 250여명의 기자가 따라 붙었다. 결국 부모의 바램과 달리 첼시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ㆍ박사학위를 마칠 때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맨 왼쪽)과 아내 힐러리 전 국무장관(가운데), 딸 첼시. [중앙포토]

빌 클린턴 전 대통령(맨 왼쪽)과 아내 힐러리 전 국무장관(가운데), 딸 첼시. [중앙포토]

1980년대 미국의 보수주의 전성기를 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조지 HW 대통령의 경우 퍼스트 레이디의 자녀 교육 스타일이 정반대였다. 조지 HW 대통령이 세계 2차대전 참전, 석유사업과 정치를 오가며 29번 이사하는 동안 양육은 부인 바버라 부시 여사가 전담했다. 1953년 장녀이던 로빈이 4살에 백혈병으로 사망한 충격으로 머리가 백발로 세었지만 이후 평생 백혈병ㆍ암치료 연구를 지원하게 됐다. 넷째 닐이 어린시절 난독증 진단을 받자 이를 계기로 평생 문맹퇴치에 애썼을 정도로 바버라의 자녀 교육열은 대단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젊은 시절 사고뭉치였던 장남은 아버지에 이어 대통령이 됐고 차남은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낸 후 대선후보로 꼽힌다.
 
반면 사교계의 여왕이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인 낸시는 전 부인 소생은 물론 자신이 낳은 패티와 론 남매와도 자주 충돌했다. 패티는 아버지가 캘리포니아 주지사일 때 대학을 다니던 중 보수적 정치성향에 반대해 패트리샤 앤 레이건이란 이름을 버리고 어머니 낸시의 처녀적 이름인 패티 데이비스로 개명했다. 이후 아버지가 대통령 재임 중엔 반핵운동에 나서고 부모를 비판하는 책도 여러 권 냈다. 막내 론 역시 다니던 사립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예일대에 진학했다가 전문 무용가가 되기 위해 중퇴했다. 현재는 누나 패티처럼 자유주의 성향의 정치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가운데)과 그 가족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가운데)과 그 가족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재임중 막내딸 에이미를 공립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보냈다. 대선 때부터 약속을 지킨 거였다. 그는 “정치ㆍ경제 엘리트 자녀들이 다니는 폐쇄적인 사립학교들이 공립학교가 위험하거나 열등하다는 인식을 퍼뜨려 기피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카터는 1980년 재선 도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내가 13살 에이미에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뭐냐고 물으니 ‘핵무기와 핵무기 통제’라고 하더라”는 말로 쏘아 붙였다. 소련과 대결론자인 레이건을 딸의 말을 빌어 공격한 셈이다. 이후 에이미는 레이건 대통령 시절 명문 브라운대에 진학한 후 반핵운동에 나서다가 제적을 당하고 멤피스대학을 졸업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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