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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인종 다양성 경영 통해 성장·혁신 모멘텀 마련할 때

중앙선데이 2017.09.03 01:50 547호 22면 지면보기
[경영, 인문학에 길을 묻다] 프리쉬의 『안도라』
1961년 『안도라』의 취리히 초연을 위해 조언하는 막스 프리쉬(가운데).

1961년 『안도라』의 취리히 초연을 위해 조언하는 막스 프리쉬(가운데).

막스 프리쉬(Max Frisch, 1911~91)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희곡 및 소설작가다. 1958년에 발표된 그의 희곡 작품 『안도라(Andorra)』는 나치 독일 시대의 반유대주의를 비판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안도라는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의 피레네 산맥에 위치한 조그만 나라로서 인구 8만 명에 면적은 제주도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안도라』의 작품에 등장하는 안도라는 가상의 나라며 프리쉬가 살던 스위스를 모델로 상징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생의 비밀 지닌 유대인 주인공
검은군대에 총살 당하는 비극
反유대주의 낳은 집단 편견 비판

애플·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
조직 구성원의 성·인종 다양
수평화된 구조로 혁신 이뤄내

 
프리쉬는 독일의 부조리 문학 대가이자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연극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주로 부조리한 사회현상을 비판하는 작품을 썼다. 안도라는 프리쉬의 사회비판적 경향과 함께 인간 내면의 의식을 잘 그려냈다. 『안도라』의 대략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안도라에 칸이라는 교사가 처와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안드리는 양자이고 바블린은 친딸이다. 안도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웃 검은나라에서 유대인 대학살이 일어났을 때 칸은 그곳에서 한 유대인 아이를 구출해 와서 그를 양자로 삼고 친자식처럼 길러 왔다. 안드리는 안도라에서 자라 20세의 청년이 되었지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로부터 차별과 멸시를 받는다. 아버지는 마을 목수에게 부탁하여 그가 견습생으로서 목수일을 배우게 하였다. 그러나 목수는 안드리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목수일보다는 증권 브로커나 판매원처럼 돈을 만지는 직업이 더 어울린다는 편견을 갖고 그가 보여 준 뛰어난 능력을 인정해 주지 않고 도제시험에서 탈락시킨다.
 
보건소 의사는 안드리의 면전에서 “유대인들은 땅속으로 꺼져야 한다”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그리고 한 군인은 안드리를 집요하게 괴롭힌다. 안드리가 유대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고 아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안드리의 여동생 바블린을 차지하고 싶어 하는 그는 그녀가 자신의 약혼자라고 주장하는 안드리에게 질투와 증오를 느낀다. 이복남매인 안드리와 바블린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서 부모의 결혼승락을 받기를 원하지만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 부닥쳐 심한 좌절을 겪는다. 아버지는 둘의 결혼을 반대하는 실제 이유를 숨기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괴로워하며 술을 마신다.
 
 
혼외자식 낳고 입양했다고 속여
사실 칸은 검은나라의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어 안드리를 낳게 되었지만 안도라인들에게 혼외자식을 낳았다는 불륜사실을 알릴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유대인 아이를 죽음으로부터 구출하여 양자로 삼았다고 거짓말을 꾸민 것이었다. 결국 안드리는 친아버지의 비겁함 때문에 유대인이라는 누명을 쓰고 살아온 것이다. 친남매 간의 결혼을 막기 위해 아버지가 결국 안드리에게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으며 그가 자신의 친아들이라고 고백하지만 안드리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안드리는 자신은 유대인이라고 자조하면서 자신의 생명을 구해서 양자로 삼아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안드리 가정이 큰 혼란에 빠진 그날 밤, 군인은 바블린의 방에 몰래 들어가 그녀를 범하고 만다. 안드리는 그 사실을 알고 크게 낙담한다.
 
얼마 후 검은나라의 한 여인이 안도라에 홀연히 나타난다. 그녀는 안드리의 생모로서 자신의 친아들 안드리가 안도라에서 유대인으로 오인되어 박해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찾아온 것이었다. 그녀는 칸을 찾아가 안드리를 유대인이라고 거짓말한 이유를 따지고 항의한 후 안드리를 만난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자신의 생모인 것을 끝내 알지 못한다. 그녀는 안드리에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자신의 반지를 선물한다. 그런데 그녀가 검은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누군가가 던진 돌을 맞고 숨진다. 여관주인은 안드리가 그녀를 죽였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안드리가 그녀의 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범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살해당한 그 시간에 그는 본당 신부와 상담 중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드리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 와중에 안도라에 최고의 위기가 닥친다. 이웃 검은나라의 군대가 안도라를 기습 점령한 것이다. 검은군대는 유대인 색출을 위한 검열을 실시한다는 포고문을 발표한다. 유대인 감별사인 검열관이 광장에 모인 안도라 사람들의 머리와 발을 일일이 검사한 후 안드리를 따로 선별하여 어디론가 끌고 간다. 얼마 후 안드리는 유대인으로 오인되어 검은군대에 의해 총살을 당했고, 그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학교 교실에서 목을 매어 자살한다. 끔찍한 비극이 한 바탕 지나간 후, 안드리의 여동생 바블린은 머리카락이 잘린 채로 나타나 실성한 듯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안도라의 광장에 하얀 페인트칠을 하기 시작한다. 안도라 사람들은 그녀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손가락질을 하면서 수군거린다. 이 장면에서 연극은 막이 내린다.
 
유럽에서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역사가 오래 되었다. 반유대주의(anti-semitism)는 독일의 나치 정권이 유대인을 박해하고 학살한 홀로코스트의 비극으로 절정에 달한다. 『안도라』는 표면적으로 반유대주의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한 개인에 대한 사람들의 부당한 차별과 집단 편견이 그를 파멸시키는 비극을 주제로 삼고 있다.
 
 
편견에 빠진 대중, 인식 쉽게 안 바꿔
막스 프리쉬가 『안도라』의 모티브를 얻은 지중해 이비자 섬의 옛 시가지.

막스 프리쉬가 『안도라』의 모티브를 얻은 지중해 이비자 섬의 옛 시가지.

반유대주의와 같은 집단 편견을 조직심리학에서는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으로 설명한다. 스테레오타입은 특정 집단에 속한 구성원은 모두 동일한 특질을 지니고 있으며 그 특질에 따라 그들은 모두 유사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믿는 신념 또는 인식을 말한다. 이러한 집단 편견이 무서운 것은, 일단 한번 형성되면 사람들은 특정 집단의 특성을 예외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인지기능에는 한계가 있어서 어떤 사람이나 사건을 이해하는 데 일종의 지름길을 활용하여 쉽게 인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생겨난 집단 편견은 그 집단에 속한 예외적인 구성원들으로서는 매우 억울한 일이므로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강변해 본다. 하지만 한번 편견에 빠진 대중은 자신의 인식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다. 『안도라』에서는 상징기법을 통해서 안도라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안드리의 죽음 후에 안도라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검은 광장바닥을 흰 페인트로 칠하는 희생자의 여동생 바블린의 행동을 통해 작가는 안도라 사람들의 냉정함과 비정함, 그리고 회개해야 할 시커먼 죄악을 고발하고 있다.
 
프리쉬의 『안도라』는 1965년 한국에서 처음 공연된 이래, 격동의 70년과 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에서 절찬리에 상연된 대표적 사회비판 연극이었다. 당시 젊은이들은 『안도라』를 통해 안드리의 비극과 자신의 비극을 동일시했으며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였고 비뚤어진 사회를 통렬히 비판했다.
 
작품 『안도라』는 직장에서의 ‘다양성 경영(Diversity Management)’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다양성 경영의 대상은 성(性)·연령·국적·인종·종교 등이지만 여기에서는 안드리의 문제, 즉 외국인 문제에 초점을 두고 논하고자 한다. 2016년 우리나라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국내에 체류하는 15세 이상 외국 이민자들은 142만5000명이며 이중에서 취업자는 96만2000명이다(67.5%). 이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과의 결혼을 통해 탄생한 다문화가정은 이제 우리의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또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숫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화한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상당수의 외국인 임직원들을 채용하고 있으며 이들은 구성원으로서 나름대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동질성을 통한 획일적 사고방식과 자국 중심적 행동보다는 다양성이 조직의 효율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차츰 인식하고 있다. 닛산자동차와 소니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에서 이미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은 장래에 외국인이 대기업 CEO로 영입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다양성 경영의 대가 콕스는 “다양성이 구성원들의 잠재적인 장점이 최대화되고 단점이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조직의 시스템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관리”라고 정의한다. 결국 다양성 경영이란 이질적 종업원의 채용을 통해 그들의 잠재력과 장점을 최대화하는 관리를 의미한다.
 
 
이질적 종업원 잠재력 최대화 과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100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였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저출산은 우리나라의 장기적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겠지만, 유럽 국가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의 직장에서 외국 이민자들의 고용을 증대시키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고려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선결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예컨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체벌이나 임금체불과 같은 차별 대우와 인권유린 사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아직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다. 
 
오늘날 애플·구글·페이스북 같은 세계적인 혁신기업들은 조직 구성원의 성·국적·인종이 매우 다양하며, 조직구조가 수평화되어 있다. 그래서 다양한 의견을 가진 구성원들이 격식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제시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혁신제품을 만들어 내고 결국엔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내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하는 우리의 기업은 이제 다양성 경영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과 혁신의 모멘텀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됐다.
 
 
김성국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서울대 인문대 졸업. 독일 만하임대 경영학박사. 베를린 자유대 등 객원교수·이화여대 경영대학장 및 경영전문대학원장·대한리더십학회 초대회장·한국인사조직학회장·한국경영대학 대학원 협의회 이사장 역임. 『인적자원관리 5.0』 『모멘트 리더십』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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