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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인재 양성할 장기 교육정책 마련할 때

중앙선데이 2017.09.03 01:46 547호 19면 지면보기
[새 정부에 바란다] 제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정책 대응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설명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책 논의가 활발하다. 이를 반영하듯 내년 정부예산에서도 국가 연구개발(R&D)예산의 상당 부분을 4차 산업혁명 대응에 할당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학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지만, 세계를 놀라게 한 구글의 알파고, 무인 수퍼마켓의 가능성을 보여 준 아마존 고 등이 보여 주는 급격한 기술 발전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개인정보 보호, 국경 간 사업 증가에 따른 관할 및 규제 문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도전과제들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래 세 가지 부문에 있어서는 지금 태동하고 있는 기술발전을 활용해 한국 사회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의 공공DB 구축 성공적이나
통합 분석 및 활용은 아직 미흡
이론·실무 겸비한 전문가 키워야

 
북유럽 국가들 교육·직업 정보 등 통합 관리
첫째 부문은 공공데이터 통합을 통한 질과 효용성 증가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한국 정부는 일반 대중에게 이미 많은 종류의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편리하게 제공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실시된 정보 공개 노력으로 주요 통계는 ‘국가통계포털’에서, 공공기관이 수집한 원자료는 통계청의 ‘MDIS 마이크로데이터’ 서비스나 ‘공공데이터 포털’ 등을 통해 제공한다.
 
이러한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이제는 공공 정보의 질적인 향상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이미 수집한 다양한 공공 빅데이터는 각각 별도로 이용할 때보다 통합해서 이용할 때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실업문제를 생각해 보자. 실업은 개인의 사회경제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들과 연계되어 있는 배우자·자식·부모에게 경제적·정신적·육체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수요자 중심의 복지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실업이 본인과 연관된 사람들에게 어떠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실증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통상적인 데이타에서는 개인의 실업 여부, 재무상황, 건강 상태 등의 정보가 각각 별도로 수집돼 있어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현재 한국에서는 이러한 공공데이터를 개인별로 연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반면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 북유럽 선진국은 전 국민에 대해 출생 당시 정보에서부터 학력, 직업, 노동시장 경력 등의 정보를 일괄적으로 통합하는 통계 기구가 설치돼 있고, 엄격한 조건하에 비영리 및 공공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 영국도 2012년말 ‘행정데이터리서치네트워크(Administrative Data Research Network)’라는 독립기구를 발족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둘째 부문은 양질의 통합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마트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도입하기로 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이런 행정 서비스의 일례다. 출석률과 건강검진기록을 연계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학대 위험이 큰 아동을 특정해 현장조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적절한 데이터가 통합되고, 데이터 사이언스 기법이 이용된다면 이러한 선제적인 행정서비스는 다른 분야에도 확장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소득 자료와 금융거래, 소비 지출, 출입국 기록을 이용한 해외여행기록 등의 자료가 통합된다면 개인의 실질적인 경제력을 예측할 수 있고, 조세 포탈이나 부정한 복지지원 수급 등의 가능성이 높은 케이스를 자동적으로 선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통합 데이터로 금융위기·탈세 방지도 가능
빅데이터에 기반한 행정은 금융시장 등 시장 전반에 대한 정책에도 활용될 수 있다. 외환위기같이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오는 경우, 금융감독기관은 실시간으로 금융회사의 재무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이때 월간 혹은 분기별로 수집되는 전통적인 재무제표 정보는 이용하기 어렵다. 대신 금융회사의 시간별 유동성(liquidity) 거래 빅데이터를 경제학 이론과 결합해 분석하면 실시간으로 금융회사의 재무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제이컵 카슬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 기법을 이용해 ‘조기경보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캐나다 금융시장에 적용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급변하는 과학기술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인력양성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사무 행정 등 전통적인 화이트 칼라 직종을 포함한 상당수의 일자리가 감소하나, 데이터 분석, 컴퓨터 및 수학관련 직종의 일자리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국의 교육 인프라와 높은 교육열을 양질의 과학기술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쓰이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한국이 4차 산업혁명기에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요구하는 데이터 분석, 컴퓨터 능력 등은 단기간의 직업훈련이나 대학 교육만으로 갖추기 어렵다는 점이다. 초·중등 과정을 통해 수학과 과학, 논리력을 쌓고 고등 교육에서의 전문적인 이론 교육과 함께 강도 높은 실습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인력양성이 쉬웠다면 아마존·넷플릭스·에어비엔비 등 주요 기업들이 매년 막대한 자금을 들이면서 미국의 유명대학 경제학 교수들을 핵심 관리자로, 경제학 및 공학 박사들을 실무자로 영입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의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PISA 수학 시험 결과 경쟁국인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서 낮은 수준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그림1). OECD가 성인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PIAAC 수학 시험 성적은 더 저조하다(그림2). 더욱이 이 수학 능력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일본 등 상위 국가와의 차이가 더 많이 벌어진다. 수학 성적이 과학기술 이해도나 전반적인 인적 자본과 양의 상관 관계가 있음을 고려할 때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이에 새정부의 교육 정책 논의에 있어서 대학입시뿐만 아니라 초·중·고등 교육을 아우르며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 많은 관심과 고려가 필요하다.
 
 
이수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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