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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산업부 엇박자, 공적 자금 회수율 20년간 68%뿐

중앙선데이 2017.09.03 01:10 547호 12면 지면보기
정치 논리에 꼬이는 금호타이어 매각
지난달 16일 금속노조 지부원들과 윤장현 광주시장(앞줄 왼쪽에서 넷째)이 금호타이어 매각에 반대하는 항의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금속노조 지부원들과 윤장현 광주시장(앞줄 왼쪽에서 넷째)이 금호타이어 매각에 반대하는 항의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국책은행이 주도하는 금호타이어 매각작업이 또 한 번 꼬이게 됐다. 이번에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지난달 28일 국회 현안보고에 출석한 백 장관은 “금호타이어에 대해 매각 이외의 다른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장관의 발언은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정부 당국이 내놓은 첫 공식 입장이다.

정부, 中 더블스타 매각 반대 입장
호남 지역정서에 실적 악화 겹쳐
불발될 경우 대우건설 매각도 암초
미국, GM 자금 5년 만에 90% 회수
한국은 대우조선 지분 17년째 보유

 
타이어 3사 가운데 올 상반기 나홀로 적자
당장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올 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 더블스타와의 협상을 이어가려 했지만 주무부처인 산업부 장관이 이에 반론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29일 “현재까진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고 난 뒤 하루 만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장관이 겉으로는 방산기술·산업경쟁력 등을 근거로 들었지만 결국 호남 정서 때문 아니냐”며 “국책은행의 최우선과제라 할 수 있는 공적 자금 회수가 또다시 벽에 부딪힌 모양새”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금호타이어는 2010년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공적 자금만 약 5조원을 지원받았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금호타이어는 골칫거리다. 지난해 9월 매각 공고 이후 1년 가까이 성과가 없을뿐더러 올 들어 금호타이어가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더블스타 역시 금호타이어의 상반기 실적을 근거로 매각가격을 종전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16% 인하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지분은 없는 박삼구(72)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존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2010년 채권단과 박 회장은 주식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조건을 박 회장 본인과 박 회장의 장남 박세창(42) 금호타이어 사장으로 한정했지만 박 회장 측은 올 4월 돌연 “유동성이 부족하니 우선매수청구권을 컨소시엄 형태로 행사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밖에도 금호타이어 브랜드 사용료를 둘러싸고도 박 회장 측과 채권단은 두 달 넘게 마찰을 빚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컨소시엄 요구를 비롯해 노골적으로 매각작업을 지연시키는 사이 회사 실적만 악화됐다”며 “결국 회사 가치를 떨어뜨려 놓고 제값에 매각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내몰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가 올 상반기 영업적자(507억원)를 낸 가운데 경쟁업체인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각각 4368억원, 891억원의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채권단과 더블스타의 계약 조건에 따르면 계약 종결시점(이달 23일)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5% 이상 감소할 경우 더블스타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부진도 향후 금호타이어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중국 난징(南京)·창춘(長春)·톈진(天津) 등 금호타이어 공장 가동률은 평시 대비 25%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현대 공장 4곳의 생산라인이 지난달 일시 중단된 여파다. 금호타이어의 중국법인 매출액의 약 30%는 현대차에서 발생한다.  
 
국부 유출, 노동자 권익 악화 명분으로 막혀
금호타이어의 차입금은 현재 3조5000억원이고 올해 만기 도래 여신만 1조8000억원이다. 최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근로자들이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광주고법이 ‘신의칙’의 주요 근거로 삼은 부분이다. 현재 채권단은 매각 무산 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금호타이어 문제는 한국의 전형적인 공적 자금 회수 딜레마로 볼 수 있다. 국민의 세금인 공적 자금을 돌려받는 일이 국부 유출, 노동자 권익 악화 등 또 다른 명분으로 가로막히는 현상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매각이 불발될 경우 올해 예정된 또 다른 대형 인수합병(M&A) 작업인 대우건설 매각 역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은이 지분 51%를 보유한 대우건설 매각작업을 다음달까지 마무리 지으려 하지만 노조가 반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 정리를 위해 투입한 공적 자금(168조7000억원) 가운데 지금까지 회수한 비율은 68.3%(115조2000억원)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이후 6년째 60%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통해 공적 자금 4264억 달러(약 497조원)를 투입했다가 6년 만에 원금에 이자(153억 달러·약 17조2000억원)까지 합쳐 회수한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당시 682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은 GM은 철저한 구조조정 덕분에 2009년 235억 달러 적자에서 2010년 47억 달러 흑자로 1년 만에 실적이 급반등했다. 미국 정부는 2013년까지 593억 달러를 회수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정부는 공적 자금을 더 많이 회수할 수도 있었지만 GM을 계속 국영기업으로 둔다면 다시 비효율이 쌓일 것으로 판단하고 조기 매각했다”며 “2000년 공적 자금을 투입한 이후 17년 넘게 대우조선을 매각도 못하며 자회사로 두고 있는 산업은행과는 정반대 행보”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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