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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퐁테 까네가 최고가 된 비결

중앙선데이 2017.09.03 01:00 547호 28면 지면보기
와인 이야기
천체 운행에 따른 양조를 추구하며 기존 오크 통을 배제하고 고대에 사용하던 암포라에 와인을 숙성하는 샤또 퐁테 까네의 양조장 모습.

천체 운행에 따른 양조를 추구하며 기존 오크 통을 배제하고 고대에 사용하던 암포라에 와인을 숙성하는 샤또 퐁테 까네의 양조장 모습.

“약속하건대 10년 뒤엔 모든 것이 바뀔 거야. 그때 다시 한번 블라인드 시음을 해 보자고.”
 
10년 전 어느 날 프랑스 메독 지역 포이약 마을에 있는 샤또 퐁테 까네(Pontet-Canet)에서 저녁 식사 중, 오너인 알프레드 테스롱(Alfred Tesseron)은 필자를 비롯한 와인 관련 지인들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그는 자신의 포도밭이 무통 로칠드와 이웃하고 있는데, 와인 가격이 몇 배나 차이 나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했다. 그의 꿈은 메독 지방의 1등급 5개 샤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었다.
 
1705년 장 프랑스와 드퐁테는 이곳에서 조그만 땅을 사들여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포도밭 이름을 까네(Canet)라 지었다. 이후 1855년 나폴레옹 3세의 칙령에 의해 정해진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세 61개 샤또에 당당히 포함되어 명성을 이어갔다.  
 
샤또는 1865년 보르도의 유명 와인상의 손에 들어가 110년 동안 유지되어 오다가, 1975년 현 오너의 부친인 기 테스롱(Guy Tesseron)에게 넘겨졌다. 본래 테스롱 가문은 코냑 지방에 기반을 둔 거상인데, 지금도 오래된 수많은 코냑을 현지 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개혁이 시작된 퐁테 까네의 90년 빈티지.

개혁이 시작된 퐁테 까네의 90년 빈티지.

1989년 아버지로부터 샤또 운영의 전권을 인계받은 알프레드는 야심 찬 계획을 수립했다. 기존의 방식을 유기농과 비오다이나미 농법(Bio+Biodynamie)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이었다. 300년 이상 추구하던 양조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었기에, 장기 계획을 세우고 순차적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1990년 세워진 계획이 2004년 첫선을 보였다. 전체 81㏊의 포도밭 중 14㏊를 비오다이나미로 전환했다. 엄청난 시간과 자금이 투입되는 계획이었다.  
 
친환경 농법으로 양조 철학을 바꾸면서, 기존 포도밭과 양조장의 모든 시스템과 구조도 변경됐다. 우선 포도밭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자연적인 힘을 갖게 하기 위해 화학 약품 살포를 없애고 트랙터 대신 옛 방식대로 말을 사용했다. 2008년 3마리로 시작한 경작용 말은 현재 5마리가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포도밭은 조금씩 원기를 회복했다. 보르도의 많은 오너들이 알프레드의 이 작업을 지켜봤다. 가뭄이나 병충해가 갑자기 올 경우 포도나무들이 과연 버텨 낼 수 있을지 궁금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위험에도 포도는 매년 잘 열렸고 비오다이나미로 전환하는 포도밭은 계속 늘어갔다.
 
포도의 품질도 점점 균형이 잡혀갔다. 포도밭이 자연친화적으로 되면서 양조 방법도 바꾸었다. 천체 운행에 따른 에너지를 사용하고 고대 방식의 흙으로 만든 암포라를 사용해 숙성시키며 그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중이다.
 
그 덕분일까. 좋은 소식이 들렸다. 이웃인 무통을 누르고 전문가들부터 최고 점수를 받았고, 가격도 그 차이를 줄였다. 이런 결과에 이웃 무통도 서둘러 말을 구입했고 다른 샤또들 역시 이 농법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자연스럽게 퐁테 까네는 이 분야 선두 주자가 되었다. 그가 공언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 1등급 대열에 들진 못했지만 1등급과는 다른 길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요즘 알프레드의 목표는 더 이상 이웃과의 경쟁이 아니다. 가장 자연의 맛에 가까운 와인을 만드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와인과 주인이 서로 닮아 가는 모습이야말로 퐁테 까네 와인 맛의 진수일 터다.
 
 
김혁 와인·문화·여행 컨설팅 전문가
www.kimhyu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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