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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 투자는 토건족을 위한 적폐가 아니다

중앙선데이 2017.09.03 01:00 547호 2면 지면보기
사설
서울 1호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이 2일 정식 개통됐다. 2009년 9월 공사를 시작한 지 8년 만이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과 동대문구 신설동까지 13개 역 11.4㎞를 23분에 주파한다. 기존 버스를 이용할 때보다 이동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 지하철 사각지대로 불리던 강북구 일대의 교통난 해소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우이신설선은 2008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민간투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공사가 중단되고 개통이 연기되는 난항을 겪었다. 박 시장이 ‘토건 대신 복지·문화’를 내세우며 2013년까지 사업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개통 시기가 3년 늦어졌고, 그만큼 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은 연장됐다.
 
우여곡절 끝에 우이신설선은 운행을 시작했지만, 월드컵대교는 아직도 공사 중이다. 월드컵대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연결하는 길이 1980m의 28번째 한강 다리로 2010년 착공됐다. 당초 2015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7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정률은 42%에 그치고 있다. 박 시장은 총 공사비가 2600억원인 월드컵대교에는 2015년까지 연평균 128억원의 예산만 배정했다. 공사가 마무리되는 2020년까지 하루 최고 23만 대의 차량이 몰리는 성산대교 인근의 교통체증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간접자본(SOC)은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꾸준히 투자해야 하는 분야다. 단순히 토건 마피아를 위한 적폐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에는 박 시장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7.1% 늘어난 429조원에 달한다. 복지 분야는 올해보다 16조7000억원(12.7%) 늘어난 146조원이다. 여기에 교육부문 예산(64조원)을 더하면 전체 예산의 절반에 육박한다. 반면 SOC 예산은 17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0%(4조4000억원)가 줄었다. SOC 예산은 2015년 24조8000억원에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예산안에 대해 복지 예산 증가, 성장 예산 감소라는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과거 시대의 낡은 관점”이라고 말했다. 저출산과 일자리 격차 해소에 드는 예산은 복지 예산이면서 성장 예산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사회안전망을 확충함과 동시에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와 경제를 살리는 포용적 성장과 소득 주도 성장의 길이라는 사실을 각 부처가 국민들께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성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복지를 통한 재분배와 이를 통한 소득 확충이라는 ‘소득 주도 성장론’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대기업과 수출기업 위주 경제성장의 성과가 중소·자영업으로 확산되는 낙수효과가 실종되면서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양극화와 취업난, 이에 따른 출산율 감소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소비를 진작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복지 확대와 임금 상승이 수요 증가로 이어져 경기도 좋아진다는 J노믹스의 논리가 너무 낙관적인 기대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내년에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2조9707억원, 공무원 3만 명 증원을 위해 4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오르면 지원 규모는 5년간 최대 28조원에 달할 수 있다. 예정대로 2022년까지 공무원을 17만4000명 늘릴 경우 추가되는 누적 인건비는 총 1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2023년부터는 올해보다 매년 7조원씩 공무원 인건비가 더 들어간다. 3년마다 4대 강 사업예산(22조원)만큼씩 들어가는 셈이다.
 
경제는 성장과 분배의 두 축으로 돌아간다. 민간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정부 지출로만 씀씀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SOC는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 투자다. 대폭 삭감된 SOC 예산을 보며 기업들이 과연 투자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속 가능한 복지 확대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비전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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