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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이 빼돌린 사망 노인 재산, 후견인이 소송으로 되찾는다

중앙선데이 2017.09.03 01:00 547호 1면 지면보기
[탐사기획] 돌봄의 사회화, 성년후견제 <3> 복지 제도로 정착하려면
성년후견을 받는 당사자(피후견인)가 사망했더라도 필요할 경우 후견인이 계속 활동할 수 있다고 본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후견인 사망 전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린 친족이 있다면 후견인이 소송을 통해 이를 원상 복구하는 과정까지 담당할 수 있다는 취지다.

법원 “긴급한 필요성 있을 경우
피후견인 사망해도 후견인 활동”

 
지난해 사망한 A씨는 자녀가 없었다. 하지만 92세였던 2014년 11월 조카인 M씨(62)를 양자로 입적했다. 그해 4월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면서 건강이 악회된 지 7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러자 또 다른 조카인 L씨(76)가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심판 개시를 청구했다. L씨는 “A씨가 치매로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M씨가 갑자기 등장해 아들 행세를 하며 재산을 빼돌리고 있다. 4명의 조카가 공동 상속인이었는데 유일한 상속인이 되기 위해 양자로 입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M씨는 “어렸을 때 친모가 A씨에게 양육을 맡긴 뒤 A씨를 어머니로 알고 성장했다. 교통사고 이후 법적으로 양자가 아닌 걸 알게 됐고 뒤늦게 입양 절차를 밟았다”고 반박했다.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2015년 8월 변호사인 전문가 후견인을 선임하며 성년후견을 개시했다. 조사 결과 M씨는 A씨의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를 자신의 명의로 돌려놓고 거액의 예금도 인출해 간 상태였다. 후견인은 M씨를 상대로 치매 상태에서 입양이 진행됐다며 입양 무효확인소송을 내는 한편 인출해 간 현금성 자산 25억여원과 아파트를 반환하라는 소송도 제기했다. 문제는 A씨가 2016년 5월 사망하면서 발생했다. 원칙적으로는 피후견인이 사망하면 후견인 임무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에 후견인은 “관련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후견인 사무를 지속해야 할 급박한 이유가 있다”며 법원에 긴급사무처리 허가를 신청했다.
 
쟁점은 후견인 업무를 계속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사정이 존재하느냐 여부였다. 두 차례 특별항고를 거친 끝에 최근 대법원 특별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급박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본 서울가정법원 가사24단독의 판단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후견인 외 상속재산을 관리할 자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후견인 업무를 종료할 경우 입양이 무효가 된다고 해도 상속재산이 남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 후견 사무의 처리를 계속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피후견인 재산이 정상적으로 상속되는 과정까지 후견인 지위를 유지하며 소송을 지휘할 수 있다고 본 최초 사례”라며 “복지제도로서 성년후견제가 정착하려면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할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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