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업은 사람과 성장 두 날개로 난다

중앙선데이 2017.09.03 01:00 547호 30면 지면보기
Outlook
지난달 30일 오전 7시쯤 조찬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로를 지나가면서 시위대가 도로를 막고 농성하는 것을 봤다. 문득 사람중심 경제에 대한 기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기업가정신 없는 사람중심 경제는 노동자의 기대치만 높여 노사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 경제에서
사람은 비용이 아니라 창조의 원천
성과 공유만큼 혁신 성장도 중요
기업가정신 북돋을 터 닦아야

 
사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한 사람중심 경제는 내 꿈과 같은 것이었다. 훌륭한 기업이란 돈을 추구하는 사업중심 기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꿈을 키워 주는 사람중심 기업이라고 믿어 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5년 6월 두바이에서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사람중심 기업가정신(humane entrepreneurship)’을 선언했다. 기업가정신은 중요하지만 점차 기업가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의 헌신과 몰입 없이 기업의 지속성장은 불가능하다. 직원들의 헌신과 몰입이 기업의 혁신을 만들어 내고, 혁신 성장의 성과를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직원과 기업이 선순환하면서 지속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베론·해난 교수는 실리콘밸리를 대상으로 한 7년간의 연구를 통해 사업중심 기업보다 사람중심 기업이 더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임을 밝힌 바 있다. 금전적 보상을 매개로 사람을 모으고 성과를 추구하는 사업중심의 스타 모델(star model)보다 사람의 헌신과 몰입을 이끌어 내는 사람중심 모델(commitment model)을 택한 창업기업이 생존 가능성과 성장성에서 더 우수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유사한 사례연구가 있다. 호세이 대학의 사카모토 코우지 교수는 40년 동안 7000개의 중소기업을 연구한 결과 경기에 관계없이 이익을 내고 있는 10% 정도의 중소기업은 사람중심 기업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기업의 성과를 종업원들과 나누는 미래성과공유제를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채택하고 있다. 종업원 성장과 기업 성장의 선순환을 통해 사람중심 경제를 실현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사람중심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성과 공유만큼이나 혁신을 통한 기업 성장도 중요하다. 종업원의 기대가 커진 만큼 기업은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아직 이런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불러온 우리나라의 경제 생태계를 살펴보면 첫째, 미래를 설계하고 선제적으로 혁신하는 기업가형(entrepreneurial) 경제 관료보다는 현재의 문제를 관리하고자 하는 관리자형(managerial) 경제 관료가 많다. 기업가적 지향은 혁신성·선제성·위험감수의 세 가지 잣대로 측정할 수 있다. 사람중심 경제는 글로벌 시장을 통해 미래 성장에 도전하는 기업가적 지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경제관료들은 해외시장 정책보다 내수시장 정책에 거의 몰입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시장은 해외에서 만들어지는데 아직 글로벌 중소기업 전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미래 시장 개척이나 관리보다는 현재의 예산관리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해서는 기업가적 혁신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사람중심 경제는 기업가정신의 회복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 생태계에 기업가정신을 불어넣는 것이 급선무이다.
 
둘째, 우리 사회에서 임금이 과도하게 정책 변수로 등장했다. 오히려 선진국일수록 기업문화 혁신으로 이 문제를 많이 푼다. 지금처럼 직원과 기업의 관계를 임금을 매개가 풀어 가는 것은 사업중심 사고의 전형이다. 사람은 인정받을 때 주인의식이 만들어진다. 직원이 힘든 이유는 사업중심의 문화다. 청년들이 어렵게 취업한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대부분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너무 좋아하는 잘못된 기업문화도 문제다. 사람은 비용이 아니라 혁신과 창조성의 원천이다. 돈을 주는 기업이 아니라 꿈을 줄 수 있는 기업이 많아지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사람중심 경제의 길이다.
 
걱정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 기업가들의 설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부분이다. 기업가정신은 현저히 감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세 종류의 사람들이 존경받는다. 세금을 내는 납세자, 경제를 일으키는 기업가,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다. 기업가는 미래를 위해 도전하고 젊은이들에게 일자리와 꿈을 주는 사람이다. 혁신을 통한 성장은 이 정부의 네 바퀴 성장축의 하나다. 이제 정부에서도 혁신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야 할 때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