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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_this week] "깔창을 왜 깔아?" 키 작은 남자들의 반란

중앙일보 2017.09.03 00:01
MBC 예능 '무한도전'에 나온 키 작은 연예인들. '작아파티'를 열어 키가 작아 느끼는 여러가지 고충을 주고 받았다. [중앙포토]

MBC 예능 '무한도전'에 나온 키 작은 연예인들. '작아파티'를 열어 키가 작아 느끼는 여러가지 고충을 주고 받았다. [중앙포토]

 
8월 26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키 작은 남자 연예인이 대거 등장했다. 고정 출연자인 하하(171.5㎝)를 필두로 유병재(162.5㎝)· 양세형(166.3㎝)·쇼리(163.7㎝)·하성운(167㎝)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키 작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대변하겠다"는 의미로 '작아(작고 아름다운) 파티'를 기획하며 단신으로서의 갖가지 고충을 털어놨다. 

173.5㎝ 평균 키 밑돌아도 멋쟁이 되는 법
유니섹스 브랜드로 선택 폭 넓히고
화려한 컬러와 무늬로 주목도 높여
"요즘엔 키 큰 남자보다 멋진 남자"

당연히 옷 입기도 그중 하나였다. "찢어진 청바지를 사면 무릎 부분이 생각보다 아래 있다"거나 "명품 청바지가 50만 원이라고 치면 사서 20만 원어치를 자른다"는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에피소드를 공유했다.
 
'작아파티'의 멤버로 나온 '워너원'의 하성운. 운동화를 벗고 실제 키를 공개했다. [사진 방송캡처]

'작아파티'의 멤버로 나온 '워너원'의 하성운. 운동화를 벗고 실제 키를 공개했다. [사진 방송캡처]

 
웃자고 만든 방송이지만 실제로 아담한 남자들의 옷 입기에는 난관이 많다. 일단 사기부터 쉽지 않다. 마에스트로·갤럭시·캠브리지멤버스 등 국내 정장 브랜드들이 표준으로 삼는 신장 사이즈는 170~175㎝. 일부 업체는 165㎝가 최소 사이즈이지만 워낙 소량 제작이라 웬만한 매장에서는 구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캐주얼 브랜드는 아예 사이즈가 M(미디엄)·L(라지)인 경우가 대다수다. 포털사이트의 지식 검색에서는 "쇼핑몰이든 백화점 브랜드든 키 180㎝를 기준으로 옷을 만들었으니 (키 작은) 내가 입으면 후줄근해 보인다" "(큰 옷 줄이느라) 수선비가 옷값보다 더 많이 나온다" 등의 하소연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게다가 요즘 유행이 어떤가. 품이나 길이를 넉넉히 입는 오버사이즈가 거리를 휩쓸면서 멋을 부리기가 더 만만치 않다. 패션 마케터 한성륜(29)씨는 "내 키가 173㎝인데도 워낙 옷이 크게 나오다 보니 코트나 재킷 주머니가 아래로 내려가 있다거나 바지 밑단에 장식이 있는 옷은 아예 입어볼 생각조차 못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틈새시장 역시 활발하기 때문이다. 아담한 남자들을 겨냥하는 인터넷 쇼핑몰만 10여 개가 넘는다. 예컨대 쇼핑몰 '키작은남자'는 160~175㎝ 남자들을 위해 기성복 사이즈보다 한 단계씩 작거나 짧은 옷을 주로 선보인다. 이 업체 채가영 주임은 "수선할 필요없는 딱 맞는 바지가 인기 품목"이라며 "180㎝대 모델을 쓰는 일반 쇼핑몰과 달리 우리 모델은 168~172㎝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쇼핑몰 '키작은남자'에서 제품을 착용하는 모델들. 168~172㎝가 주를 이룬다. [사진 키작은남자]

쇼핑몰 '키작은남자'에서 제품을 착용하는 모델들. 168~172㎝가 주를 이룬다. [사진 키작은남자]

 
'170도'의 경우 같은 옷 다른 느낌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특별히 사이즈 작은 옷을 파는 게 아니라 똑같은 의류라도 신장 173㎝ 모델이 입은 사진을 올려놓고는 '(키 작은) 내가 입으면 어떨까'라는 고객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으로 차별점을 삼았다는 얘기다. 
 
옷도 옷이지만 관건은 어떻게 스타일을 살려 입는가다. 바지와 상의 길이를 짧게 하라거나 상반신에 포인트를 주라는 조언은 교과서 같은 기본 중의 기본 팁이다. 비법은 따로 있다. 165~170㎝키를 남다른 감각으로 살려내는 패션계 종사자들이 몸소 깨우친 실전 노하우다. 

 
165㎝ 키의 김선태씨는 유니섹스 브랜드를 즐겨 입는다. 청바지도 직접 잘라 올을 자연스럽게 풀어 입는다. [사진 김선태]

165㎝ 키의 김선태씨는 유니섹스 브랜드를 즐겨 입는다. 청바지도 직접 잘라 올을 자연스럽게 풀어 입는다. [사진 김선태]

 
일단 가장 먼저 꼽을 만한 건 '단점을 이용하라'다. 패션쇼 연출·기획자인 김선태(28)씨는 아담하면서 마른 체형이다. 웬만한 여자 옷이 맞는 사이즈다. 그는 이런 점을 적극 활용한다. 아예 남자·여자 옷의 구분이 없는 유니섹스 브랜드를 즐겨 찾는다. 체격 좋은 남자들은 맞지 않는 옷들이 주류인 데다 남성복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컬러와 무늬의 옷이 많기 때문이다. 지드래곤이 여성복 샤넬의 트위드 재킷을 멋스럽게 소화하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매니시하게 입는 여성 스타일을 참고해 옷을 고르기도 한다"고 하면서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다"고 말했다.  

 
여성복 샤넬의 옷을 제대로 소화하는 지드래곤. [중앙포토]

여성복 샤넬의 옷을 제대로 소화하는 지드래곤. [중앙포토]

 
이헌(43) 패션 컨설턴트는 "상식을 깨 보라"고 말한다. 단추가 두 개씩 달리는 더블 브레스트 재킷이나 가로 줄무늬, 큼직큼직한 무늬는 키를 작아 보이게 한다는 게 정설이지만 무턱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가로 줄무늬라도 가령 빨간색이라면 주목도를 높이면서 시선이 퍼지지 않는다"면서 "재킷의 컬러가 산뜻하다거나 커다란 물방울 무늬 타이를 매면 그 자체로 시선을 끌어 키가 크다, 작다라는 어떤 인상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 가수 윤종신, 힙합 래퍼 도끼, 배우 이동휘 등이 실루엣은 단정하지만 화려한 디자인의 옷을 입으며 '패셔니스타' 로 꼽히는 것도 이런 조언을 뒷받침한다. 
 
이헌 패션 컨설턴트는 슈트를 고를 땐 오히려 더블 브레스트를 고집한다. [사진 이헌]

이헌 패션 컨설턴트는 슈트를 고를 땐 오히려 더블 브레스트를 고집한다. [사진 이헌]

아담한 키에 패셔니스타로 통하는 가수 윤종신. 패치워크 장식을 더한 재킷과 광택이 나는 타이를 택했다. [중앙포토]

아담한 키에 패셔니스타로 통하는 가수 윤종신. 패치워크 장식을 더한 재킷과 광택이 나는 타이를 택했다. [중앙포토]

빨간색 점퍼로 시선을 한 눈에 모으는 배우 이동휘. [중앙포토]

빨간색 점퍼로 시선을 한 눈에 모으는 배우 이동휘. [중앙포토]

 
남성백 브랜드 아담스피치의 김현수(37) 대표와 패션 브랜드의 이벤트 담당자인 민효기(30)씨는 작지만 큰 차이를 만드는 비결을 제시한다. 가령 김 대표는 바지 길이를 줄일 땐 무릎부터 복숭아뼈까지 통을 살짝 줄여 입는다. 길이만 줄일 때보다 원래 모양이 지닌 전체적인 실루엣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더 수선비가 들더라도 고집한단다. 
 
바지를 입을 땐 무릎 아래부터 살짝 폭을 줄여 입는다는 김현수 대표. [사진 김현수]

바지를 입을 땐 무릎 아래부터 살짝 폭을 줄여 입는다는 김현수 대표. [사진 김현수]

 
민씨는 재킷을 고를 때 몸통이 살짝 여유 있는 옷을 찾아 어깨를 수선한다. "키 작은 사람들이 딱 맞는 옷을 입으려고 사이즈를 몸통에 맞추다 보면 어깨가 죄어 들어 보기 안좋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면서 "여자들이 입는 보이프렌드 재킷의 느낌도 살짝 있어서 멋스럽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스타일링 원칙을 지닌 이들이 공통적으로 거부하는 게 있다. 키높이 신발 깔창을 깔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작은 키가 깔창으로 얼마나 커지겠냐는 이유에서다. 또 오히려 주변에서 깔창을 봤을 때 스스로 자존심만 더 상할 가능성이 크다. 김현수 대표는 "183, 185㎝가 되는 것도 아닐 바에야 차라리 스타일로 승부하는 남자가 멋져 보이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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