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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의 공감의 과학] 전자기파는 좋고 전자파는 나쁘다?

중앙일보 2017.09.02 01:53 종합 24면 지면보기
최성우 과학평론가

최성우 과학평론가

오늘날 우리는 가히 전자기파(電磁氣波)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전자파(電磁波)·전파(電波)라는 약칭으로도 불리나 본질적으로 모두 동일한 것으로서, 물리학적으로는 주기적으로 세기가 변화하는 전기장과 자기장 한 쌍이 파동을 이루며 공간 속으로 전파(傳播)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전자기파 관련 언론 보도 등을 잘 살펴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이로운 측면 등을 강조할 때에는 ‘전자기파’라고 하지만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가능성 등의 부정적 의미로 사용할 때에는 ‘전자파’로 지칭한다는 점이다.
 
최근 논란이 돼 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환경영향평가에서 전자파가 인체 보호 기준치 이하인지 여부를 측정하게 돼 있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휴대전화를 꺼야만 하는 이유인 전자파 간섭, 전자파 장해(EMI) 역시 널리 쓰이는 용어다. 그러나 마르코니가 발명한 무선전신에 대한 설명에서 “1912년 타이태닉호 침몰 당시 긴급구조신호를 통해 수많은 인명을 구한 고마운 전자파 통신”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전자레인지에 대한 백과사전 설명을 보니 전자기파를 이용하여 식품을 가열하는 조리기구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우리 일상생활에 편리한 이 전자레인지가 가끔 공포를 부르기도 한다. 마그네트론이라는 부품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의 일종인 마이크로파는 동일한 것인데, 그것이 따뜻한 음식을 제공해 줄 때에는 전자기파가 되고 차폐망을 뚫고 나와 나쁜 영향을 끼칠 때에는 전자파로 둔갑하는 것일까?
 
전자파라는 용어가 혼란을 줄 우려는 또 있다. 그것이 전자파(電磁波· electromagnetic wave)인지, 전자파(電子波·electron wave)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각종 용어사전들조차도 전자파의 두 가지 한자 표기를 혼동하기 일쑤다. 고작 한 음절 차이인데 이처럼 대중에게 여러 혼란을 준다면 이참에 전자파라는 용어를 아예 폐기하고 전자기파로 통일하는 것이 어떨까? 
 
◆약력
서울대 물리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LG전자 연구소 선임연구원, 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최성우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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