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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파트 부실시공이 판치는 비밀

중앙일보 2017.09.02 01:47 종합 25면 지면보기
김동재 건축사·광장CM 대표

김동재 건축사·광장CM 대표

최근 경기도와 화성시가 아파트 부실시공과의 전쟁을 선언한 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번에 이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나서게 된 것은 지난 3월 사용 승인된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의 부실시공 때문이었다. 이 아파트 단지는 18개 동 1316가구 규모로 3월부터 입주한 새 아파트인데도 누수와 배수 불량, 침수 등 각종 문제를 일으켰고 하자 보수도 8만 건이 넘었다. 이에 화성시장이 시장실을 이 아파트 단지 내로 옮기고 경기도도 부실공사 책임을 끝까지 따지겠다며 영업 정지와 벌점 부과 등의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파트 단지의 부실시공 맞서
경기도, 전쟁한다며 나섰지만
선분양·감리 등 현행 제도에선
건설사 부실시공 관행 못 막아

부실시공의 경우 제재 근거는 건설산업기본법·주택법·건설기술진흥법 등에 자세히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규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도 않고 쉽지도 않다는 건 건설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번 부영아파트의 경우엔 많은 의문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중 하나가 공사기간이다. 경기도에선 1000가구 이상 아파트의 평균 공사기간이 32.1개월이다. 하지만 이 업체의 아파트 평균 공사기간은 24개월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일정을 촉박하게 진행하면 적정한 품질이 확보되지 않고 부실시공의 위험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공사기간이 확연히 차이 나는데도 그동안 업체에 대한 규제나 감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선분양제도에 대한 악용사례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시공에 들어가기 전 아파트를 먼저 분양해 건설업체들이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건설업체 친화적 환경이 마련돼 있다. 이는 시공사의 성실시공을 전제로 시공사와 수요자 사이의 신뢰를 기반으로 마련된 제도다. 그런데 부실시공을 해도 선분양을 제한해 규제하는 사례는 거의 찾을 수 없다. 건설사가 나쁜 행동을 해도 감시는 할 수 없는 체제로 그냥 굴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선분양제도 개선만으로도 건설업체의 부조리를 상당히 감시할 수 있어 줄기차게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지만 관성적으로 눈감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또 아파트 하자와 부실공사 발생 원인을 따지자면 끝도 없다. 그래도 압축하자면 건설 관행과 제도적 문제가 섞여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불법 하도급 부조리 관행이다. 건설업체들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을 핑계로 신기술 도입이나 질 좋은 자재 사용을 피하고, 공사별로 차액을 챙기기 위해 하도급 단계에서 무리한 공기 단축과 건축비를 낮춰 하도급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하도급업체에선 불량 및 저급 자재를 사용하고 비숙련 기능공을 활용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이 엄격하게 적발하고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행정기관들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오히려 사업주체에 비용을 떠넘기는 일이 많다. 그러니 사업주체에 종속돼 감리 기능이 유명무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관행은 부실업체에 대해서도 관대한 처벌로 이어지기 일쑤다. 입주자에게 손해를 끼친 업체는 등록을 말소하거나 영업 정지를 하는 등 엄벌하면 건설업체도 부실시공의 엄두를 내지 못할 텐데 늘 솜방망이 처벌이니 공기 단축과 부실시공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아주 나쁜 사례는 시공업자들 자체의 사업 윤리가 결여된 경우다. 일부 지방의 시공업체는 시공 능력과 노하우 없이 지역 권력층과 밀착해 무리하게 시공권을 따내는 경우가 있다. 부실공사가 발생되는 구조적인 모순은 이 밖에도 많다. 입주지연금을 변상하지 않기 위해, 또 경비 절감을 위해 무리한 공기 단축과 설계 변경이 수시로 이뤄지는 사례도 빈번하다. 아파트 주민의 편리성과 이용에 따른 견고성 및 사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법규와 설계도에만 맞추기 위해 형식적인 설비와 설계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실시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두 가지만 잘해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나는 선분양관리제도를 엄격하게 개선해 최악의 경우 해당 업체에서 선분양권을 회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또 현행 공동주택감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 감리제도는 전기공사 등 각 공사의 종별로 분리 발주를 하게 함으로써 감리 역시 중복되거나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아 사각지대가 생기는 등의 비효율이 발생한다. 그러나 입주자 등 비전문가는 하자가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발견할 수 없어 문제가 생겨도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야 한다. 공동주택 감리를 통합 시행함으로써 사각지대 없이 감리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은 그래서 필요하다.
 
김동재 건축사·광장CM 대표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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