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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MBC 사장의 체포영장까지 꼭 발부해야 했는가

중앙일보 2017.09.02 01:39 종합 26면 지면보기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어제 전격적으로 발부됐다. 서울서부지검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받아온 김 사장의 체포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MBC 노사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사측은 “공영방송 MBC 장악을 위한 정권의 탄압이 드디어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로 노골화됐다”며 “말도 안 되는 사유로 현직 언론사 사장을 강제 체포하는 경우는 국제적으로 드문 사례”라고 주장했다. 반면 4일 총파업을 선언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노조)는 “김 사장은 취임 전 보도국장·보도본부장으로 있으며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실무에서 총괄했다”며 “당연한 법 절차”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고용노동부의 출석 요구에 몇 차례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한다. 하지만 적법절차에 따라 선출된 현직 방송사 사장을 강제수사할 만큼 긴급성이 요구되는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어제 방송의 날 행사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돌연 참석을 취소했다. 방송 주무 장관인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물론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도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MBC와 KBS 파업기간 중 해당 방송에 출연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MBC 사장에게 체포영장까지 발부되니 여권이 전방위적으로 방송 장악에 나선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공영방송은 독립성과 공공성이 무너져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라며 방송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당연히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정권이 보수와 진보를 오갈 때마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이라는 명분 하에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로 경영진이 교체되곤 했다. 이렇게 자기 편이 아닌 언론인을 핍박하고 쫓아내는 것은 언론 탄압이지 방송 개혁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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