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통령 “의문사 의혹” 발언 사흘 만에 김훈 중위 순직 결정

중앙일보 2017.09.02 01:05 종합 6면 지면보기
국방부가 지난달 31일 고 김훈 중위 사망을 19년 만에 순직으로 인정했다. 김 중위는 1998년 2월 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지하벙커에서 총상으로 숨진채 발견된 뒤 부실수사 등으로 타살 논란이 일며 군 의문사 사건이 됐다. 김 중위 유해(가운데)가 경기도 벽제 군 제7지구 봉안소에 안치돼 있다. [신인섭 기자]

국방부가 지난달 31일 고 김훈 중위 사망을 19년 만에 순직으로 인정했다. 김 중위는 1998년 2월 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지하벙커에서 총상으로 숨진채 발견된 뒤 부실수사 등으로 타살 논란이 일며 군 의문사 사건이 됐다. 김 중위 유해(가운데)가 경기도 벽제 군 제7지구 봉안소에 안치돼 있다. [신인섭 기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부대 소대장으로 근무하다 벙커에서 사망한 고(故) 김훈(당시 25세, 육사 52기·사진) 중위에 대해 국방부가 ‘순직’ 결정을 내렸다. 1998년 2월 24일 JSA 최전방 소초(GP) 안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지 19년 만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열고 김훈 중위 등 진상규명 불능 판정을 받은 5명에 대해 전원 순직으로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 벽제의 군 봉안소에 있는 김 중위의 유해는 곧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98년 당시 군 수사당국은 김 중위가 권총으로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족과 언론을 중심으로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진실 공방 속에서 JSA 경비부대 소속 일부 장병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군과 교류했고, 김 중위가 이를 제지하다 살해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는 2000년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모티브를 제공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법원과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도 김 중위 사건 사망의 진상을 밝히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가 임무 수행 중 ‘사망 형태 불명의 사망’인 점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2012년 김 중위의 순직을 인정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그동안 순직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했고, 유족 측이 자살을 전제로 한 순직 심사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김 중위의 아버지인 김척(75·예비역 육군 중장)씨는 “지난 19년간 아이를 제대로 묻지 못해 아비로서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면서 “기쁘기보다는 착잡하다. 정부가 부실 수사한 점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의 군 의문사 처리 과정을 적폐로 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군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군 의문사를 비롯한 군 인권 개선과 병영문화 혁신이야말로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방개혁 2.0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군 의문사 의혹은 여전하다”며 “군의 태도를 보면 고루한 뭔가를 지켜야 한다는 데 집착하며 늘 방어적으로 대응한다. 주요 사건에 대해 군 발표를 믿지 못하고, 불신이 계속되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군 의문사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고 군 의문사 문제의 근원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군 의문사 조사·제도개선 추진단’을 발족했다. 김 중위와 같은 진상규명 불능 사건을 순직으로 분류하는 내용으로 군인사법 시행령도 고칠 방침이다. 또 의무복무 과정에서 사망한 병사는 순직으로 인정한다는 군 인사법·병역법 개정안(일명 ‘이등병의 엄마법’)을 적극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아래에 군 인권보호관(옴부즈맨)을 둬 군 인권 침해 사건을 조사하고 군 인권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권한을 주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