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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강타한 휴스턴, 한인 미용용품점 20곳 약탈당해

중앙일보 2017.09.02 01:00 종합 8면 지면보기
초대형 허리케인 ‘하비’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이 초토화된 가운데 한인 동포들이 운영하는 이 지역의 ‘뷰티서플라이(beauty supply)’ 업체들이 약탈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 침수로 가게 못 나가는 상황
“집에서 CCTV로 지켜보며 당해”
최소 8억원대 피해 본 상인도

뷰티서플라이는 가발, 붙임 머리, 파마액 등을 판매하는 미용용품점이다. 196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들이 기반을 닦았던 가발산업을 시작으로 미국 내에서 한인 동포들이 주도하는 업종으로 꼽힌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휴스턴 한인회에 따르면 허리케인이 휴스턴을 강타한 지난 주말 뷰티서플라이 매장을 노린 범죄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10여 곳의 한인 점포가 몰려 있는 홈스테드 지역에서만 최소 9곳에서 약탈이 이뤄졌다.
 
점포 매니저 서정호씨는 “경찰 출동이 어려운 상황을 노려 약탈범들이 뒷문을 부수고 점포에 난입했다”면서 “120만 달러(약 13억4000만원) 상당의 물품 가운데 최소 80만 달러어치를 훔쳐갔다”고 말했다. 그는 “도로가 모두 침수돼 이튿날 오후까지 가게를 찾아갈 수도 없었다”며 “집에서 폐쇄회로TV(CCTV) 영상으로 약탈 장면을 빤히 지켜보면서 당한 셈”이라고 했다.
 
김기훈 한인회장은 “정확한 집계를 해봐야 알겠지만 최소 20건의 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뷰티서플라이 점포들은 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사태 때도 큰 피해를 봤다.
 
일주일 넘게 연간 총 강수량과 맞먹는 ‘물폭탄’을 쏟아부은 하비는 텍사스·루이지애나 접경 지역을 거쳐 현재 북동쪽으로 빠져나간 상태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하비가 열대성저기압으로 약화됐지만 당분간 비는 계속될 것으로 예보했다. 현재까지 47명이 숨지고 약 50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텍사스주 임시보호소엔 3만여 명의 주민이 대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하비로 인한 피해 복구, 수재민 지원을 위해 59억 달러(약 6조6000억원) 규모의 긴급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비로 인한 총 피해액은 480억 달러(약 53조8000억원)에서 최대 750억 달러(약 84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NHC는 대서양에서 형성된 또 다른 허리케인 ‘어마(Irma)’가 미국에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어마는 지난달 31일 오후 시속 185㎞ 수준의 강력한 돌풍을 동반한 3급 허리케인으로 세력을 확장한 뒤 푸에르토리코와 남미 대륙으로 접근하고 있다. 
 
강혜란 기자, [연합뉴스]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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