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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부근 “삼성은 선단장 부재중 … 미래전략 결정 못해 참담”

중앙일보 2017.09.02 01:00 종합 12면 지면보기
IFA가 열린 지난달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 [사진 삼성전자]

IFA가 열린 지난달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인한) 경영 애로를 참담할 정도로 느끼고 있다”.
 

베를린 IFA 개막 앞두고 간담회
“나는 한 배의 선장 역할을 할 뿐
세계 IT 변화 제대로 대응 어려워
외국 보면 배 가라앉는 건 순식간”
이재용 부회장 공백에 고민 토로

삼성전자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사장)가 경영 공백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국제가전박람회(IFA) 2017’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총수 부재로 사업에 지장이 있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라든지 사업 구조 재편에 대한 애로사항이 많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삼성을 여러 척의 배가 공동 작업하는 어선의 선단에 비유했다. 그는 “저처럼 선단에서 한 배의 선장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선단장이 부재중이라 정보기술(IT) 업계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부회장의 공백을 선단 전체를 이끄는 리더의 공백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경영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영위원회 비중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내가 맡은 한도 내에서는 사업 구조 재편을 할 수 있어도 일개 배의 선장이 모든 결정을 할 순 없는 일”이라며 “외부에선 별일이 아니라고 해도 저희 모두 참담할 정도로 애로사항을 느끼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당장 올해나 내년 전략이야 짠다고는 하지만 인사이트(통찰력) 있는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그걸 하나도 못하게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표는 “해외 IT 기업들의 사례를 봐도 배가 가라앉는 건 순식간”이라며 “신종균 사장이 ‘졸면 죽는다’고 했는데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을 더 이상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모바일과 함께 삼성전자의 양대 사업 부문인 가전을 이끄는 윤 대표의 발언에는 총수 부재로 인한 중장기적 위기감이 배어 있다는 분석이다.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미래를 결정할 의사결정 과정에서 오너십의 공백은 치명적이어서다. 실제 올 들어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삼성전자가 성사시킨 굵직한 M&A는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 글로벌 1위 전장 기업인 미국의 하만 인수 등 6건의 M&A를 성사시킨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윤 대표는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 부문 성과에 대해서는 “커넥터를 도입해 타사와의 연결성을 차별화(강화)한 점이 괄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삼성 커넥터는 기기의 종류나 운영체제와 관계없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모든 제품에 하나의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을 적용해 제품 간 연결성을 강화한 제품이다. 삼성의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를 쓰면 소비자는 음성만으로 삼성 커넥터에 연결된 모든 제품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다. 삼성은 빅스비가 탑재된 AI 스피커를 내년에 출시하면서 스마트홈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이번 IFA에서 삼성전자는 AI 스피커와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스마트홈 신기술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1만1084㎡ 규모의 전시장 입구를 ‘가전의 꽃’ TV 대신 스마트홈으로 장식했다. 웨어러블 기기 라인업도 강화했다. 스마트워치 ‘기어 스포츠’ 등 3종의 웨어러블 기기를 새로 공개했다.
 
TV에선 최근 출시한 88인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를 전시했다. 자체 개발한 고화질 영상 구현 기술인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10+’ 플랫폼으로 일본 제조사 파나소닉, 미국 영화사 20세기폭스와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QLED TV 생태계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LG전자 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기업들에 맞설 채비를 갖췄다는 분석이다.
 
◆IFA
매년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디지털· 가전 전시회. 올해는 50여 개국에서 1640여 업체가 참가했다.

 
베를린=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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