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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소금 전지’ 네바다 ‘열차발전’ … 전기 모으는 마법 경쟁

중앙일보 2017.09.02 01:00 종합 14면 지면보기
신재생 에너지 저장 기술의 진화 
미국의 ARES가 미국 네바다주에 만든 열차 발전 ESS. 남는 전기로 열차를 언덕 위로 올려보낸 후 전기가 필요할 때 내려보내면서 전기를 만든다.[사진 ARES]

미국의 ARES가 미국 네바다주에 만든 열차 발전 ESS. 남는 전기로 열차를 언덕 위로 올려보낸 후 전기가 필요할 때 내려보내면서 전기를 만든다.[사진 ARES]

구글의 비밀연구소 ‘X’는 최근 소금을 이용한 에너지 저장장치(ESS) 기술을 공개했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남는 전력으로 열펌프와 냉각 펌프를 가동한다. 열펌프는 염화나트륨(소금)을 녹여 고온의 액체 상태로 만들고 탱크에 저장한다. 냉각 펌프는 부동액을 냉각시켜 다른 탱크에 보관한다. 이후 에너지가 필요할 때 두 탱크의 온도 차를 이용,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태양광 낮에만 되고 풍력은 불규칙
어떻게 담아두고 쓸 것이냐가 열쇠

수소·메탄·압축공기 등 이용해
지하자원 안 쓰고 폐기물도 없는
그린 에너지 저장장치 개발 가속

한번 만들면 50~100년 가지만
천문학적 초기 비용 최대 걸림돌

이 ESS는 터빈이나 열교환 펌프 같은 기존 설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지도 않는다.
 
X 측은 “태양광은 낮에만 사용할 수 있고 바람은 불규칙적이라서 에너지원으로는 안정적이지 않다”며 “소금을 이용한 ESS 기술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脫)원전’을 선언한 정부의 핵심 대안은 태양광·풍력발전 같은 신재생 에너지 시설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날씨가 변덕을 부리면 전력 수요에 맞춰 가동하기 어렵다. 전력 수요가 적은 시간에 남는 전력을 저장한 뒤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공급해 주는 ESS가 충분하다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그래서 ESS와 신재생 에너지는 야구에서 짝을 이루는 투수와 포수에 비유되곤 한다.
 
배터리 효율이 높아지고, 관련 부품도 싸지면서 발전소 규모로 전기를 저장하는 ESS 시설이 세계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초대형 배터리’인 셈이다. 웬만한 중소도시가 하루 정도 쓸 수 있는 저장장치도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코발트·니켈 같은 지하자원을 쓰지 않는 비(非)배터리식 ESS 기술도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다.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폐기물도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재생 에너지와 진정한 짝을 이루는 ‘그린 ESS’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1일 블룸버그·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그린 ESS는 주로 전기에너지를 낙차·압력 등의 기계 에너지로 바꿔 저장한다. 대표적인 게 ‘양수 발전소’다. 1892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상업화한 ESS가 원조 격이다. 버려지는 전기를 사용해 펌프로 물을 끌어올린 후 나중에 전기가 필요할 때 물을 아래로 흘려보내면서 전기를 만든다.
 
비슷한 원리로 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먼저 전기의 힘으로 엔진을 돌려 열차를 언덕 위로 올려보낸다. 이후 열차가 언덕 아래로 내려갈 때 바퀴에 달린 발전기로 전기를 만든다. 미국의 ARES는 지난해 미국 네바다주에 선로를 만들고 기술의 상용화에 나섰다.
 
ARES 측은 “양수 발전과 달리 유휴 부지만 있다면 물이 없어도 발전이 가능하다”며 “충전 대비 방전 전기 효율을 85%까지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구글 X가 공개한 소금을 이용한 ESS. 두 탱크의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사진 구글]

구글 X가 공개한 소금을 이용한 ESS. 두 탱크의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사진 구글]

 
미국·독일 등지에서는 압축공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우선 암반이나 해저에 공기를 압축해 저장해뒀다가 필요하면 공기를 빠른 속도로 뿜어져 나오게 해 전기를 만든다.
 
전기에너지를 회전하는 회전체의 관성에너지 형태로 저장한 다음 이를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플라이휠’도 있다. 예컨대 남아도는 전기로 추를 회전시키고 전기가 부족할 때에는 추의 관성력으로 전기를 만드는 식이다.
 
구글 X처럼 물질의 상태와 온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태양열 발전소는 열에너지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든 뒤 발전기 터빈을 돌린다. 그러나 미국 네바다주에 들어선 ‘크레센트 듄스 태양열 발전소’는 열에너지를 모아 질산염 혼합물을 녹인 용융염(molten salt)을 만든다. 액체 상태로 열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이 발전소는 용융염으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드는 식으로 밤에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전력가스화(Power-to-Gas)’는 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메탄 등을 생성한 뒤 저장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발전량이 충분할 때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들고 차후에 이를 전기를 만드는 연료로 사용한다. 수소는 이산화탄소와 반응시키면 메탄을 얻을 수 있다. 이 방식은 전기에너지를 연료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파이프 등을 이용해 먼 곳으로 수송할 수 있고 보관도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다. 현대자동차는 이 기술을 이용해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ES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전기는 쓰지 않고 그냥 두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만 태양광·풍력발전소가 생산한 전기 가운데 30만㎿ 이상이 충분한 ESS가 없어 버려졌다. 중국에서 생산된 신재생 에너지의 17%도 같은 이유로 사라졌다. ESS가 충분하다면 그만큼 전력 낭비를 줄여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한정된 지하자원을 쓰지 않고 폐기물도 배출하지 않는다면 일석이조다. 그린 ESS가 친환경 기술이자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설을 설치할 때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이 필요하고 지역적인 제한이 따르기 때문이다. 전력가스화·용융염 등의 기술은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다.
 
세키네 야요이 블룸버그 BNEF 연구원은 “석유·천연가스뿐 아니라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기존 배터리의 대체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압축공기를 이용한 ESS. 남는 전기를 이용해 암반·해저 등에 공기를 압축해 저장해 뒀다가(왼쪽) 전기가 필요하면 공기를 빠른 속도로 뿜어져나오게 해 전기를 만든다.

압축공기를 이용한 ESS. 남는 전기를 이용해 암반·해저 등에 공기를 압축해 저장해 뒀다가(왼쪽) 전기가 필요하면 공기를 빠른 속도로 뿜어져나오게 해 전기를 만든다.

 
배터리식 ESS와 그린 ESS는 장단점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린 ESS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경제 수명은 50~100년으로 길다. 반대로 배터리식 ESS는 쉽게 설치가 가능하나, 유지관리 비용이 만만찮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담당 교수는 “신재생 에너지의 불규칙한 전력 공급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ESS를 늘리는 것이 필수”라며 “배터리식 ESS와 그린 ESS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며 공존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S BOX] 요즘 대세는 리튬이온전지, 1년 넘으면 효율 급격히 떨어져
현대적 의미의 배터리는 1800년 이탈리아의 과학자 알레산드로 볼타가 구리와 아연 사이에 소금물을 적신 헝겊을 끼워 만든 것이 시초다. 1901년 토머스 에디슨은 니켈·철을 활용한 배터리를 개발해 포드 자동차에 장착했고, 55년 말로리(듀라셀의 전신)에서 소형 가전에 들어가는 원통형 소형 배터리를 개발하면서 일상생활에 자리 잡았다.
 
현재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리튬이온 전지는 2004년 옛밍 치앙 MIT 교수가 개발했다. 지난 217년간 나온 배터리 중 가장 효율적인 모형으로 꼽힌다. 리튬은 다른 금속 이온에 비해 작고 가벼워 에너지 밀도가 높다. 그 덕에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노트북 등에 널리 쓰인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사용한 지 1년이 넘으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갑작스러운 압력에 전지가 변형되면 내부 온도가 상승해 폭발할 수 있다. 특히 핵심 자원인 리튬이 일부 국가에 편중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은 리튬을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휘고 구부릴 수 있는 ‘플렉서블 배터리’도 화두다. 이 배터리를 사용하면 딱딱한 형태에서 벗어난 유연하고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해져 각종 웨어러블·사물인터넷 기기 등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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