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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영화] 80년 5월 광주의 진실 처음 알린 기록 … 소시민 시선으로 따라간 ‘택시 운전사’

중앙일보 2017.09.02 01:00 종합 21면 지면보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황석영·이재의·
전용호 지음, 창비
 
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면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떠올린 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당시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많은 이들의 증언과 인터뷰, 사건일지를 중심으로 광주의 총체적인 진실을 기록한 최초의 저술이다. 85년 황석영 등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가 엄혹한 감시와 탄압을 뚫고 지하시장에 풀렸을 때, 많은 사람은 이 책이 전하는 참혹한 진실에 눈물을 흘리며 전율했다. 이 책의 생명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과 공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 책의 개정판이 많은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 5월 출간됐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전모를 르포 형식으로 서술한다. 일체의 과장과 주장이 배제됐고 오로지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의 정신이 일관한다. 당시 신군부의 동향과 계엄군의 작전 상황까지 소상히 기록했고, 미국이 무장진압을 방조하고 묵인한 정황까지도 정확히 제시한다. 이 책은 80년 5월을 ‘민중항쟁’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한 최초의 기록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의 장면. [사진 쇼박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의 장면. [사진 쇼박스]

 
여기엔 계엄군이 자행한 끔찍한 진압의 실상에 대한 증언뿐만 아니라 분연히 ‘민중항쟁’의 주체로 일어선 민중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겼다. 5월 18일 수동적인 저항에서 시작해 5월 27일 ‘항쟁의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 펼쳐진다. 이 책은 85년 출간 당시 수많은 독자의 삶과 역사를 뒤흔들었고 그 자체로 역사적 사건이 됐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린 독일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이야기가 나온다. ‘택시운전사’는 실제로 그를 태우고 광주에 잠입한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시선으로 그려진 영화다. 그런 외부자-소시민의 시선은 그날의 진실을 잘 몰랐던 관객에게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가족의 안위를 먼저 염려하고 나날의 생활을 걱정해야 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시선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영화는 아쉽게도 역사적 사실의 무게를 (그래도 나는 어쨌든 할 일을 했다는) 소시민적 자기 위안과 상업영화의 코드(마지막 택시 추격전 시퀀스가 그 정점이다) 속에 용해시켜버린다. 그럼에도 ‘택시운전사’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에 이르는 길을 인도하는 대중적 안내서론 맞춤이다. 때론 어렵게 돌고 돌아 맞는 길을 찾아가는 법도 있을 테니까.
 
김영찬 계명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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