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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의 글로벌J카페]콧대 높은 롤스로이스ㆍ람보르기니가 SUV 출시하는 까닭은

중앙일보 2017.09.02 00:39
[박현영의 글로벌J카페]

슈퍼카, 초럭셔리 브랜드 잇따라 SUV에 도전
여가 중시 라이스프타일, 저유가 덕에 SUV 붐

젊은 부자가 세단보다 SUV 선호하는 것도 반영
업체, 하이엔드 SUV시장 개척으로 돌파구 마련
기존 고급 세단 소비자들은 탐탁치 않게 생각하기도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의 변신 
 
초호화 자동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 슈퍼카의 대표주자인 람보르기니. 두 회사의 공통점은 그동안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SUV는 패밀리카, 영업용 이미지가 강해서다. 고급 자동차 메이커가 그런 차를 만드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콧대도 꺾이고 있다. 슈퍼카 브랜드를 앞세워 '슈퍼 럭셔리' SUV 시대를 열고 있다. 
 
‘차 위의 차’로 불리는 롤스로이스가 내년에 SUV 신차를 출시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롤스로이스가 SUV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고급 브랜드 롤스로이스도 SUV 시장에 진출한다. 내년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테스트 드라이브 중인 롤스로이스의 첫 SUV '컬리난'이 사진에 포착됐다. [사진 오토 익스프레스]

초고급 브랜드 롤스로이스도 SUV 시장에 진출한다. 내년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테스트 드라이브 중인 롤스로이스의 첫 SUV '컬리난'이 사진에 포착됐다. [사진 오토 익스프레스]

 
이탈리아 수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이미 SUV 행렬에 동참했다. SUV 신차 ‘우르스(Urus)’를 오는 12월 공개하고 내년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영국의 수제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 마틴도 SUV 신차를 준비 중이다.
 
람보르기니 SUV 우르스

람보르기니 SUV 우르스

람보르기니 SUV 우르스

람보르기니 SUV 우르스

 
럭셔리 세단에 집중하던 벤틀리ㆍ마세라티는 한발 앞서 SUV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벤틀리는 지난해 최초의 SUV 모델 '벤테이가(Bentayga)'를 선보이고 올해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마세라티도 SUV 신차 '르반떼'를 올해 처음 선보였다. 
 
마세라티 르반떼 [사진 마세라티]

마세라티 르반떼 [사진 마세라티]

마세라티 르반떼.   [사진제공=마세라티]

마세라티 르반떼. [사진제공=마세라티]

마세라티 르반테

마세라티 르반테

마세라티 르반테

마세라티 르반테

 
롤스로이스·람보르기니·벤틀리·마세라티 같은 브랜드는 자동차 브랜드 지형도에서 초고가, 최고급 브랜드로 꼽힌다. 이들은 그동안 고성능 세단 또는 스포츠카에서 승부를 걸었다. 도심에서의 드라이빙 퍼포먼스와 수려한 디자인에 주력해 온 만큼 4륜 구동 SUV와는 거리를 뒀다. 
 
초기 SUV 시장은 픽업트럭을 연상시키는, 둔탁한 차량이 지배했다. 넓은 공간을 강조해 사커 맘의 패밀리카, 영업용 차량 이미지가 강했다. 2000년대 들어서 여가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SUV 시장이 확 커졌다.
 
소비자가 이동하자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들도 SUV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WSJ은 “다목적 차량을 선호하는 젊은 고객들을 잡기 위해 자동차 업계 내 가장 화려한 브랜드들이 하이엔드(high-end·고급) SUV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자동차 업계를 인용해 “요즘 젊은 부자들은 기사가 운전하는 세단보다 안락하면서 고급스러운 SUV를 손수 운전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토르스텐 뮐러외트보스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보통 사람들이 옷을 여러 벌 갖고 있듯, 부자들은 용도에 따라 필요한 자동차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롤스로이스 세단을 보유한 사람이 레인지 로버 SUV나 메르세데스-벤츠의 G클래스 SUV를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스키를 타러 알프스 별장에 가거나 저녁 식사를 하러 해안가 요트 클럽에 갈 때 탈만한 차종을 제공하기 위해 SUV를 라인업에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SUV 붐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SUVㆍ미니밴·픽업 트럭 카테고리는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의 62.5%를 차지했다. 2009년 절반 이상이던 승용차 점유율은 올해 초 37.5%까지 떨어졌다. 
 
자동차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마크 웨이크필드 매니징 디렉터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으로 인한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시장이 그쪽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가 SUV 시장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여유 있는 삶의 방식에 눈뜨기 시작한 중국에서도 SUV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서 세단 판매는 4.7%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SUV 판매는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국제 유가 약세도 SUV 붐의 한 요인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초 중국의 휘발유 소매 가격은 2014년보다 23% 떨어졌다. SUV는 세단에 비해 연비가 떨어져 연료비가 많이 들지만 낮은 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부담이 덜 느낄 수 있다. 
 
자동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도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들을 SUV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실제로 SUV 출시는 시장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틀리 SUV 벤테이가는 미국에서 출시되자마자 단번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시장조사 업체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올 1~7월 미국에서 벤테이가는 606대 팔렸다. 같은 기간 벤틀리 세단 판매량(697대)에 육박한다. 벤틀리에 따르면 벤테이가를 구입한 고객의 절반 가량은 벤틀리 차량을 처음 산 사람들이다. 
 
롤스로이스·마이바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럭셔리카의 대표 주자 벤틀리가 지난해 첫 SUV '벤테이가'를 내놨다. [중앙포토]

롤스로이스·마이바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럭셔리카의 대표 주자 벤틀리가 지난해 첫 SUV '벤테이가'를 내놨다. [중앙포토]

 
SUV 라인업 강화는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이기도 하다. WSJ은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물려받은 부(富) 보다는 스스로 부를 쌓은 고객들은 자동차를 고를 때 전통적인 기준보다 오프 로드 성능 같은 특징을 중시한다”며 “SUV 라인업을 구비하면 고객 평균 연령이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58명의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벤테이가의 내부. 원목·가죽을 사용해 벤틀리 특유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사진 벤틀리]

58명의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벤테이가의 내부. 원목·가죽을 사용해 벤틀리 특유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사진 벤틀리]

 
앞서 포르셰가 좋은 선례가 되고 있다. 고성능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였던 포르셰는 2002년 처음으로 SUV 카옌을 출시했다. 정통 스포츠카라는 브랜드 헤리티지에서 벗어나 '딴짓'을 시도하는 데 대해 일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이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포르셰는 스포츠카보다 SUV를 더 많이 팔고 있다. 올 1~7월 포르셰의 SUV 판매량(2만171대)은 승용차 판매량(1만1298대)보다 78.5% 많다. 
 
전체 매출도 자연히 올라갔다. 벤틀리는 지난해 세계에서 차량 1만1023대를 판매했다. 2015년보다 판매 대수가 9% 늘었다. 증가분은 대부분 SUV 벤테이가가 차지했다. 람보르기니도 이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연말께 SUV 신차 우르스가 출시되면 전체 매출액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고급차 브랜드의 SUV 출시가 늘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판매 실적은 좋을 수 있지만 충성도 강한 고객을 놓칠 수도 있다. WSJ은 벤틀리가 벤테이가를 출시했을 때 벤틀리 열혈팬들은 이를 곱게 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자동차 평론가는 “아무도 하지 않은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놓을 꼴”이라고 조롱라기도 했다. 
 
람보르기니도 골수팬층이 가장 신경 쓰이는 눈치다.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CEO는 2015년 WSJ 인터뷰에서 “소수만이 가질 수 있는 람보르기니의 고급스러움을 좋아하는 람보르기니 애호가들은 SUV 출시를 언짢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람보르기니 SUV 우르스는 비용 절감을 위해 플랫폼(자동차의 기초 골격)을 모그룹인 폴크스바겐그룹과 공동 사용하기로 했다. 벤테이가, 카옌, 아우디 Q7 등 럭셔리 SUV들이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다. 람보르기니는 1986년 SUV ‘LM002’를 내놨으나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아 7년 만에 단종했다.  
 
롤스로이스 SUV

롤스로이스 SUV

롤스로이스 SUV

롤스로이스 SUV

롤스로이스 SUV

롤스로이스 SUV

  
하지만 출시 일정이 다가오면서 슈퍼카 브랜드들이 내놓는 SUV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슈퍼카라는 상징성을 SUV에 어떻게 녹여냈을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우르스는 650마력의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레산드로 파르메치 람보르기니 미국법인 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르스를 “SUV의 몸을 입은 슈퍼카”라고 소개했다. 
 
롤스로이스 SUV는 '컬리난(Cullinan) 프로젝트’로 불린다. 컬리난은 초대형 다이아몬드 이름이다. 최근 컬리난이 독일 뉘르브르크링과 미국 데스밸리에서 테스트 드라이브를 하는 모습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애호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위장 천막을 씌운 상태였지만 전면부는 롤스로이스의 플래그십 세단인 팬텀 특유의 박스형 외관을 닮은 점이 두드러졌다. 
 
세단보다는 대중적인 SUV이지만 롤스로이스는 가격도 대중적으로 낮추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세단과 마찬가지로 핸드메이드 맞춤형 자동차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롤스로이스 세단 가격은 약 25만 달러(약 2억8000만원)이다. 컬리난은 30만~60만 달러(약 3억3600만~6억7000만원)쯤 될것으로 업계에서 보고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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