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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포 혐오 없이는 이야기 자체가 성립 안 되는 영화"

중앙일보 2017.09.01 19:05
서울 대림동 중국 동포를 부정적으로 그려 논란을 빚고 있는 영화 '청년경찰' 포스터.

서울 대림동 중국 동포를 부정적으로 그려 논란을 빚고 있는 영화 '청년경찰' 포스터.

'청년 경찰'은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가 없으면 이야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영화다. 혐오는 단순히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아니다. 기울어진 권력관계 안에서 공동체의 불안과 적폐를 사회적 소수자에게 떠넘겨 기존의 삐뚤어진 질서를 보전하려는 보수적인 욕망의 산물이다. 이기적인 여자들 때문에 출산율이 바닥을 친다, 동성애 때문에 가정윤리가 파탄 난다, 노조 때문에 한국경제가 망하기 직전이다, 등의 진단은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해 추상화시킨다는 점에서 혐오에 속한다. '청년 경찰'을 보고 나오면서 묻고 싶었다. 중국 동포가 한국사회에 도대체 무슨 해악을 끼쳤기에 그들을 혐오하지 못해서 안달인가?  

◆영화평론가 박우성
"소수자 혐오는 공동체 적폐 떠넘겨 체제 지켜려는 보수적 욕망의 산물
중국 동포는 야생, 미개의 이미지 필요할 때 소환되는 영화적 자양분
표현의 자유가 소수자 혐오 설파할 자유는 아냐…중국 동포 입장 지지"

 한국영화에서 중국 동포의 왜곡된 이미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황해'에서 맨손으로 게걸스럽게 고기를 뜯던 중국 동포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신세계'에서 지저분한 몰골로 일말의 감정도 없이 청부 살해를 감행하는 이미지도 인상에 남아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신체 포기각서를 받고 장기를 밀매하는 모습, '아수라'에서 돈 되는 일이라면 그 어떤 지저분한 일도 마다치 않는 설정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영화에서 중국 동포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넘어와 고되게 일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원시, 야생, 미개, 살인의 이미지가 필요할 때 간단하게 소환되는 영화적 자양분에 가깝다. 이를 전면적으로 차용한 영화가 바로 '청년 경찰'인 것이다.
 경찰을 지망하는 두 청년이 기성세대와는 다른 사명감으로 여성 대상 인신매매 사건과 대결한다는 내용의 '청년 경찰'은 얼핏 가벼운 성장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성장은 가볍기는커녕 상당히 불편하다. 성장의 자양분이 거북하기 때문이다. 두 청년이 납치된 여성을 찾아 나서면서 악당의 실체가 드러난다. 납치범은 중국 동포다. 납치된 곳은 중국 동포가 모여 사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대림동이다. 그러니까 중국동포 집단이 가녀린 한국여성을 그들의 밀집지역으로 납치해 불법 난자적출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분노한 청년 경찰은 악전고투 끝에 승리하고 기어이 피해 여성들을 구한다. 하지만 이 성장은 정의롭지 못하다. 그것은 폭력적이다. 혐오를 딛고 선 성장이기 때문이다.  
  '청년 경찰'에는 최소한의 해명이 빠져 있다. 이야기 설계의 기본은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나 동기를 쌓는 것이다. 대개의 실패한 서사, 그러니까 합당하게 설득하는 게 아니라 무모하게 강요하는 앞뒤 안 맞는 서사는 이 기본 수칙을 간과한 결과이다. 이런 점에서 '청년 경찰'은 극단적으로 기울어진 서사다. 두 청년과 관련된 사연은 비교적 성실하게 쌓아간다. 반면 중국동포와 관련해서는 일말의 사연도 쌓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중국 동포는 원래 원시적이고, 태생적으로 야만적이며, 그냥 위험한 존재다. 중국 동포가 모여 사는 대림동 역시 실제 범죄율 지표와 상관없이 무작정 우범지구로 확정된다. 이런 맥락에서 청년 경찰의 승리는 가짜다. 공동체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그것의 원인을 정확하게 응시하는 대신 당연하다는 듯 악마화된 중국 동포에게 불안의 원인 일체를 떠넘기는, 혐오의 승리이기 때문이다.  
 보다 문제적인 것은 악마화에 멈추지 않고 그것을 보다 생생한 이미지로 표상하려 한다는 점이다. 대림동에 있는 대림역 12번 출구를 직접적으로 포착하고, “밤에 함부로 돌아다니다 칼 맞을 수 있는 곳”이라는 택시기사의 말을 인용하며, 대림동의 수많은 모습 중 하필이면 철거직전의 건물에만 카메라를 들이민다. 이 영화에서 혐오는 서사 차원을 넘어 실감나는 이미지와 상황으로 중계되는 것이다.  
  '청년 경찰'의 누적 관객수가 500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를 보고 무서워서 대림동에 못 가겠다는 관객 반응이 보인다. 중국동포단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청년 경찰'의 상영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한다. 중국동포뿐만 아니라 대림동 주민마저 생활터전이 졸지에 우범지대가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청년 경찰' 관계자가 해명을 내놨다. 제작진 모두는 중국 동포에 대한 편견이 없으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영화장치로 봐달라는 것이다. 의문이 생긴다. 근거 없는 혐오가 편견이 아니면 무엇일까? 특정집단을 악마화하는 게 영화장치라면 영화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는 어디쯤일까?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보인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비판받지 않을 자유가 아니다. 소수자 혐오를 설파할 자유는 더더욱 아니다. 혐오를 자양분 삼는 '청년 경찰'에 반대한다. 중국동포단체의 입장을 지지한다.  
 
 
 영화평론가 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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