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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의 책임만 묻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

중앙일보 2017.09.01 17:06
영화 '청년경찰'의 한 장면. 영화에서 서울 대림동 조선족들을 부정적으로 그려 문제가 되고 있다.

영화 '청년경찰'의 한 장면. 영화에서 서울 대림동 조선족들을 부정적으로 그려 문제가 되고 있다.

'청년경찰'의 이번 파문은 1차적으로는 무조건 영화 제작진의 잘못이다. 그들이 잘못 판단한 것이다. 너무 쉽게 생각한 결과다. 특정계층, 곧 특히 사회 내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약자’들에 대한 배려심이 극히 부족했다. 무엇보다 일반화의 오류를 심각하게 저지른 결과다. 중국동포 중에 오원춘과 같은 ‘악마’는 극소수 중에서도 극소수이다. ‘여기(대림동)에 조선족들만 사는데 칼부림이 자주 나요’와 같은 대사를 만들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옳았다. 영화를 본 사람들, 특히 인지 능력이 그리 광범위하지 않은 청소년들의 경우(이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이다.) ‘대림동 조선족’에 대해 심각한 편견을 갖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중국 동포, 중국인에 대해 (특히 요즘과 같이 중국과의 정치사회적 갈등이 고조돼 있는 시점에서) 매우 잘못된 시선을 가질 수 있다. 결국 영화 한 편이 크게 책임 질 일을 벌인 셈이다. 이 모두가 소홀한 탓이다. 가볍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오동진
"할리우드 영화, 러시아 마피아 부정적으로 그려도
러시아 사람들 원래 저렇다고 생각하는 사람 없어
정치권, 언론 등 모더레이터가 나서 오해 불식시켜야"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영화에만 있다고 ‘밀어붙이는 것’ 또한 단견(短見)이다. 산을 보지 못하는 처사다. 영화는 사회의 수많은 현상들을 투영한다. 그래서 자신의 본질을 외연화한다. 그간 우리 사회에는 일부 중국 동포들에 의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끔찍한 범죄 행각이 알게 모르게 이 영화 속에 배이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경찰'이 얘기하려는 것은 일부 조선족의 범죄라는 문제를 넘어, 이 사회가 밝고 건강해져야 한다는 점에 모아진다. 그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든, 다른 영화에서든, 애초부터 조선족에 대한 편견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사회가 이미 그런 방향으로 작동됐어야 옳다. 사회는 전혀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영화 한 편에만 그 책임을 몰아가는 것은 문제의 올바른 해결방식이 아니다. 그것도 자칫 잘못하면 집단 이기주의이자 우리 안의 파시즘일 수 있다.  
 
 모든 것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다. 따라서 그 문제를 푸는 방식도 구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전체의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 일부 장면을 뽑아서 마치 영화 전체가 그런 양 확대해석하는 것은 자칫 사태의 본질을 호도(糊塗)하는 일이 된다. '군함도'에 대한 역사왜곡 논란, '브이아이피'를 둘러싼 반(反)여성주의 논란 등이 역사를 올바로 세우거나 여성에 대한 올바른 시선을 강화했느냐 하면, 꼭 그렇지 만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결국 영화 한 편에만 뭇매를 때리는데 그친 셈이다. 그것 역시 전적으로 옳은 일이 아니다.
 
 중국 동포들의 항의 시위 혹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특정계층에 대한 영화의 다소 저열한 묘사도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역설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면 그 계층의 항의나 그에 준하는 표현 역시 같은 맥락에서 판단돼야 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다만 이왕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라면 그 이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사회적 모더레이터(정치인, 사회활동가, 언론)들이 영화와 특정 계층 간에 발생한 소요(騷擾)를 더 큰 맥락에서 해결하도록 나서야 할 때다. 중국 동포들에 대한 오해를 사회 스스로가 불식시켜 갈 수 있을 때 영화 한 편을 두고 벌어지는 이런 불필요한 논쟁은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숱한 할리우드 영화에서 러시아 마피아들이 사람을 죽이고 여자들을 인신매매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해서 러시아 사람들은 원래 저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그건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언제쯤 되면 중국 동포들이 범죄 드라마 속 인물이 아니라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 될 것인 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영화평론가 오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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