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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로 사람 쳐도 처벌 못 해…이상한 전동 킥보드 법률 조항

중앙일보 2017.09.01 14:40
전동킥보드를 타다 넘어진 10대 남학생이 킥보드를 일으켜 세우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전동킥보드를 타다 넘어진 10대 남학생이 킥보드를 일으켜 세우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최근 전동 킥보드와 세그웨이 등 전동 휠을 활용한 이동수단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규제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와 세그웨이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된다. 배기량 50cc 이하의 오토바이와 같은 취급을 받기 때문에 반드시 운전면허가 필요하고 인도나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면허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원동기 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타던 한 시민은 "구매할 때도 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무면허로 전통 킥보드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도 장소에 따라 처벌조차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한 공원 자전거도로에서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타다 60대 남성과 부딪혀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그러나 무면허 운전을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공원 안의 자전거도로는 법률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무면허 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도로교통법상 개인형 이동수단은 인도나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없게 되어있어 전동 킥보드를 합법적으로 타려면 차도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안전을 담보하는 법 규정은 마련되어있지 않아 시중에 나온 제품 태반이 방향지시등, 전조등, 룸미러, 브레이크 램프 등을 갖추고 있지 않다. 사고가 나도 관련 보험이 없어 사고처리도 쉽지 않다.  
 
결국 전동 킥보드를 타려면 위험해도 차도를 달려야 하고, 이를 어기고 공원 내 자전거도로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상 도로가 아니라서 무면허로 처벌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형 이동수단의 이용자가 늘면서 사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현실에 맞게 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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