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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통행료 '먹튀' 지난해 348억 역대 최다…수법 보니 기가 막혀

중앙일보 2017.09.01 14:31
하이패스 차로를 이용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지 않고 지나가는 이른바 '고속도로 통행료 먹튀'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차로를 이용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지 않고 지나가는 이른바 '고속도로 통행료 먹튀'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김모(41)씨는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에 투명한 스티커를 자기 자동차 번호판 숫자 위에 붙인다. 스티커는 인터넷에서 샀다. 이 스티커를 붙이면 단속 카메라가 김씨 차를 찍어도 번호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 카메라 플래시에서 나온 빛을 스티커가 반사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통행료가 만만치 않은 먼 구간을 갈 때 스티커를 붙인다”고 말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누구나 내야 하는 통행료를 안 낸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납 1429만건 사상 최다…348억원 떼먹어
전년보다 315만 건, 86억원 껑충

번호판에 반사스티커 붙여 카메라에 안 찍혀
번호 안 보이게 꺽거나 아예 떼고 다니기도
차주 따로, 사용자 따로인 '대포차'도 많아

민자고속도로는 징수권 약해 속수무책
도로공사가 차 압류해도 후순위로 밀려

 김씨 같은 ‘고속도로 통행료 먹튀족’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미납한 차량이 1429만대. 2015년(1114만대)에 비해 315만대(28%)나 늘었다. 미납 액수로 보면 지난해 348억원으로 2015년의 262억원보다 86억원(33%) 증가했다. 하이패스 도입 이후 미납 건수와 금액에서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연간 20회 이상 통행료를 안 낸 차도 지난해 8만4696대이나 됐다. 2015년의 6만4612대에 비해 2만 여대(31%) 늘었다. 2012(3만9397만대)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들의 미납통행료는 지난해 74억원으로 2015년 48억원에 비해 54%나 급증했다.  
2012년 이후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통행료 미납 건수

2012년 이후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통행료 미납 건수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의 상습 미납 차량 현황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의 상습 미납 차량 현황

 이렇게 먹튀가 급증한 데는 고속도료 통행료 징수가 현금에서 하이패스로 넘어가는 측면이 크다. 2000년 도입된 이후 현재 고속도로를 다니는 자동차 중 하이패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80%에 이른다. 2020년엔 모든 톨게이트가 무인징수 방식으로 바뀐다. 이 가운데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면서 통행료를 안 내는 차량이 늘고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가장 흔한 수법은 김씨처럼 카메라에 찍혀도 자동차 번호를 식별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번호판에 특수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반사 스티커를 붙이는 수법은 익히 알려져 있다. 검은색 천이 내려와 번호를 가리게 하거나, 번호판이 180도 뒤집어져 번호가 사라지거나, 번호판이 바람에 꺾이게 해 고속 주행 시 번호가 안 보이게 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번호판에 반사 스티커를 붙인 차량 [사진 한국도로공사]

번호판에 반사 스티커를 붙인 차량 [사진 한국도로공사]

번호판을 가린 차량 [사진 한국도로공사]

번호판을 가린 차량 [사진 한국도로공사]

번호판에 이물질을 부착한 차량 [사진 한국도로공사]

번호판에 이물질을 부착한 차량 [사진 한국도로공사]

훼손된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차량 [사진 한국도로공사]

훼손된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차량 [사진 한국도로공사]

번호판에 이물질이 많이 껴 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하는 차량 [사진 한국도로공사]

번호판에 이물질이 많이 껴 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하는 차량 [사진 한국도로공사]

 자동차 소유주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이른바 '대포차'도 상습 먹튀 주범이다. 경찰청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대포차 거래 2만2849건이 적발해 2만3805명을 검거했다. 이들이 거래 또는 이용한 대포차는 총 2만4601대에 달했다. 2015년 같은 기간에 적발된 대포차 9870대에 비해 149%나 증가했다.   

 
 민자고속도로에선 먹튀가 더욱 심각하다.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에 비교하면 먹튀를 해도 추후에 통행료를 받아낼 수 있는 권한이 약해서다.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에선 미납한 통행료는 차량 압류 등을 통해 강제 징수할 수 있다. 하지만 민자고속도로의 민간사업자는 소송을 제외하고는 통행료를 징수할 방법이 없다. 최근에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자고속도로에서 통행료 먹튀족이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역시 미납 통행료를 못받는 경우가 전체 미납금액의 6% 가량된다. 상습 미납 차량은 이동 경로와 이용시간 패턴을 파악해 이들 차가 고속도를 빠져나가는 나들목에서 차량을 강제로 인수하기도 한다. 더러는 차적 주소지를 방문해 차량을 인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해당 차에 이미 압류가 걸려있는 경우가 많다. 도로공사가 돈을 받아낼 권리는 뒤로 밀리는 게 대부분이다.  
 
 한국도로공사 이덕성 영업처 차장은 “상습 체납을 줄이기 위해선 한국도로공사에 문제 차량의 고속도로 진입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되면 번호판 훼손 차량이나 상습 미납 차량 등을 톨게이트 진입 전에 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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