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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약주 뒤 얼굴 벌건 노인, 술 마시면 더 빨리 늙는다

중앙일보 2017.09.01 13:55
술을 마신 뒤 얼굴이 빨개지는 고령층은 적은 양의 술도 노화를 앞당길 수 있다. 김회룡 기자

술을 마신 뒤 얼굴이 빨개지는 고령층은 적은 양의 술도 노화를 앞당길 수 있다. 김회룡 기자

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겋게 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음주 뒤에 구토·두통 등 이상 증상을 더 많이 겪는다. 체내 알코올 분해 효소(알코올 탈수소효소·ALDH)가 부족한 탓이다. ALDH는 알코올이 분해될 때 만들어지는 독성물질(아세트알데하이드)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ALDH가 적으면 알코올이 몸에 '독'으로 쌓이기 쉽다는 의미다.
 

국민대 백인경 교수 한국영양학회지 발표
음주량과 노화 속도 상관성 조사
알코올 분해 효소 적으면 얼굴 벌게져
"이런 노인은 같은 양 마셔도 노화 빨라"

 특히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고령층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는 위·간 등 소화기 질환 위험을 키울 뿐 아니라 노화를 앞당긴다. 특히 술을 마시고 얼굴이 벌게지는 노인은 적은 양의 술만 마셔도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의 한 농촌에서 농부들이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있다. [중앙포토]

경북의 한 농촌에서 농부들이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있다. [중앙포토]

 백인경 국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담은 논문을 최근 한국영양학회 영문학술지(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에 발표했다고 1일 밝혔다.

 
 백 교수 연구팀은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하는 성인 1803명을 대상으로 ▶하루에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 ▶술을 마신 후 얼굴이 빨개지는 등 신체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물었다. 이와 함께 수면 장애·비만도(체질량지수·BMI),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등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이들의 혈액을 뽑아 백혈구 염색체의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했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염색체 끝부분을 말한다. 세포가 성장·재생하면서 조금씩 줄어드는데, 일정 길이 이하로 짧아지면 세포는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스스로 소멸한다. 이런 이유로 텔로미어 길이는 인간의 노화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널리 활용된다.
염색체의 양 끝에 위치한 텔로미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짧아져 노화의 지표로 활용된다. [중앙포토]

염색체의 양 끝에 위치한 텔로미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짧아져 노화의 지표로 활용된다. [중앙포토]

 연구팀은 현재 음주를 하는 897명을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크게 4그룹(알코올 일일 섭취량 1~5g, 6~15g, 16~30g, 30g 이상)으로 나눴다. 소주·맥주 한 잔에 든 알코올 양은 약 8g이다. 이후에 노화와 관련된 만성질환·수면장애 등을 제외한 뒤 음주량이 텔로미어 길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소주·맥주 한 잔에 당 알코올 약 8g 포함돼 있다. 술 한잔에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태생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다. [중앙포토]

소주·맥주 한 잔에 당 알코올 약 8g 포함돼 있다. 술 한잔에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태생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다. [중앙포토]

 그 결과 65세 미만은 알코올 섭취량과 텔로미어의 길이, 즉 음주량과 노화의 연관성이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65세 이상은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30g 이상일 때 비음주자와 비교해 상대적인 텔로미어 길이가 0.46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음주자의 텔로미어 길이를 평균 1이라하면 0.54라는 얘기로, 소주·맥주를 하루 4잔 이상 마시면 더 빨리 늙는다는 의미다.
 
나아가 연구팀은 65세 이상 음주자 중에서 술을 마신 후 얼굴이 빨개지는 41명을 골라 음주량과 텔로미어의 길이를 파악했다. 알코올 섭취량 기준은 15g으로 낮춰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그 결과 하루 15g 이상 마시는 경우 비음주자보다 상대적인 텔로미어 길이가 0.35 짧은 것으로 확인됐다.
술 마시고 얼굴 빨개지면 금주 필수
백인경 교수는 "ALDH 활성도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 음주 횟수를 늘린다고 ALDH 활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고령층, 혹은 나이가 들어서 이런 증상이 새롭게 나타난 고령층은 술 2잔만 마셔도 건강에 해롭다"고 말했다.
 
이어 백 교수는 "음주 시 얼굴색이 변하지 않아도 과음은 노화를 촉진시킬 뿐 아니라 각종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금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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