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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수능 개혁, ‘어떻게’보다 ‘왜’가 먼저

중앙일보 2017.09.01 02:31 종합 29면 지면보기
윤석만 사회1부 기자

윤석만 사회1부 기자

“도대체 왜 바꾸는 거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한다는 교육부의 31일 발표를 접하면서 기자는 얼마 전 한 중학교 3년생에게서 들은 이 질문을 새삼 떠올렸다. 교육부는 이날 수능 개편을 연기하는 배경, 향후 계획을 한 시간 가까이 언론에 설명했다. 하지만 “왜 바꾸느냐”는 그 중학생의 궁금증을 풀어 줄 설명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교육부가 개편 시안을 발표한 지난달 10일도 마찬가지였다. 절대평가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1안,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2안을 학생과 학부모 앞에 던져 놓고 “이 중 하나로 확정하겠다”는 일방적 통보만 있었다. 그로부터 3주 사이에 교육부가 주최한 네 차례 공청회와 각종 토론회에서도 ‘방식(1안이냐, 2안이냐)’과 ‘절차(개편을 강행할 거냐, 연기할 거냐)’에 관한 양극단 논의만 오갔다. 따라서 졸속 개편안을 강행하느니 1년 말미를 얻은 게 다행이다. 향후 논의는 그 중학생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수능에 대해 교육공동체 구성원 각자가 지닌 생각을 꺼내 놓고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게 먼저다.
 
수능 개편안 발표가 연기된 31일 오전 대전의 한 중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수능 개편안 발표가 연기된 31일 오전 대전의 한 중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수능에 대한 공급자(교육부)와 수요자(학생·대학)의 기대가 전혀 달라요.” 서울 지역 대학 한 입학사정관의 말이다. 그는 “교육부는 수능이 대학 공부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평가하는 거라고 보지만 수험생과 대학은 합격자를 선별하는 입학시험으로 여전히 여긴다”고 말했다. 그래서 교육부는 수능에 절대평가를 도입해 수능의 영향력을 낮추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수요자가 입시에서 요구하는 ‘공정성’(학생)과 ‘변별력’(대학)을 현재의 수능만큼 두루 갖추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금수저 전형’이라는 학생부종합전형, 대학이 불신하는 고교 내신이 수능의 빈자리를 메우기는 역부족이다.
 
교육부가 할 일은 두 가지다. 수능을 왜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득해 입시 수요자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교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 등 미래의 학업 평가 방향을 아울러 제시하는 것이 좋다. 이와 더불어 기존 수능 정도의 공정성 요소를 새로운 입시시스템이 갖추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교육제도와 교육정책은 찬반이 엇갈리는 만큼 공정하고 공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과 ‘공감’이야말로 수능 개편 유예기간인 향후 1년간 교육부가 명심할 코드 아닐까.
 
윤석만 사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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