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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동시파업” … 정권 초 또 공영방송 사장 거취 논란

중앙일보 2017.09.01 01:46 종합 6면 지면보기
윤인구 KBS 아나운서(왼쪽 둘째)가 3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을 방문해 제작 거부에 나선 MBC 아나운서들을 격려하고 있다. KBS와 MBC의 노조는 4일부터 공영방송 정상화와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며 일제히총파업에 돌입한다. 양대 공영방송 노조가 함께 총파업에 나서는 건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김민규 기자]

윤인구 KBS 아나운서(왼쪽 둘째)가 3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을 방문해 제작 거부에 나선 MBC 아나운서들을 격려하고 있다. KBS와 MBC의 노조는 4일부터 공영방송 정상화와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며 일제히총파업에 돌입한다. 양대 공영방송 노조가 함께 총파업에 나서는 건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김민규 기자]

KBS와 MBC노조의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와 KBS본부(새노조)는 4일 ‘공영방송 정상화와 경영진 사퇴’를 조건으로 일제히 연대파업에 들어간다. KBS노동조합(1노조) 또한 7일부터 총파업에 동참한다. 양대 공영방송사 노조의 동시 파업은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양사 노조 “경영진 퇴진” 4일 총파업
대통령 “지난 10년 공영방송 참담”
방통위원장도 인적 청산 뜻 밝혀

해임권 쥔 이사진 여당 몫이 과반
정파 논리에 휘둘리기 쉬운 구조
“중립적 인사 사장 맡게 제도 고쳐야”

방송 파행은 불가피하다. 현재도 KBS의 경우 전국의 기자·PD 등 1100여 명, MBC는 400여 명이 제작을 거부하고 있다. KBS는 지난달 30일 ‘추적 60분’ 대신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방송했고 주말 프로인 ‘다큐 3일’ ‘역사저널 그날’ ‘세계는 지금’ 등도 결방 예정이다. MBC도 이미 낮시간대 뉴스 프로그램들이 축소되거나 결방되고 있다. 간판 예능인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도 다음주부터 재방송 편집본이 방송된다. MBC 사측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최악의 경우 컬러바를 띄우는 ‘정파(停波·전파 송출 중단)’ 사태까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양사 경영진은 “불법 파업”이라며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MBC 김장겸 사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 KBS 고대영 사장은 내년 11월까지다.
 
한편 정부는 공영방송 사장 거취 문제에 적극적인 개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지난 10년간 가장 심하고 참담하게 무너진 부분이 특히 공영방송”이라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게 특별히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 또한 지난달 11일 “공영방송 사장이 공적 책임과 공정성을 지키지 않았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하는 등 감독권을 행사할 뜻을 수차례 밝혔다. 이에 비춰볼 때 파업 돌입 이후 방통위가 직접 나서 양사 사장 혹은 이사진에 대한 해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실제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전 정부에서 임명한 정연주 KBS 사장을 방만 경영 등의 책임을 물어 해임한 선례가 있다. 다만 사장에 대한 해임권을 행사하려면 KBS는 11명 이사로 구성된 ‘KBS 이사회’(여당 7명, 야당 4명 추천), MBC는 9명 이사로 구성된 ‘방송문화진흥회’(여당 6명, 야당 3명 추천)가 해임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현재는 두 이사회 모두 이전 정부에서 구성돼 쉬운 상황은 아니다. 두 이사회 모두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정연주 KBS 사장이 해임되기에 앞서 신태섭 KBS 이사가 해임됐던 것처럼 방통위가 관리·감독 의무 소홀을 물어 KBS 이사회나 방문진 이사들을 교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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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수장의 거취 문제는 정권 교체기마다 뜨거운 감자가 돼왔다. 노무현 정부가 대선특보를 지낸 서동구씨를 KBS 사장으로 임명했다가 낙하산 인사 논란 속에 한 달 만에 자진 낙마한 것을 필두로 진보·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았다. 공영방송을 ‘대선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정치권의 인식, 사장을 선출하는 이사회의 인적 구성 자체가 정파 논리에서 벗어나기 힘든 제도적 한계와 맞물린 결과다. KBS 이사를 맡고 있는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현재의 법은 어떤 정부든 야당에서 코드 인사 논쟁을 촉발시킬 논리적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던 지난해 7월 방송법 및 방문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소관위 계류 중이다. 일부 야당 추천 이사도 동의해야 사장 선임이 가능하게 만드는 게 골자다. 이외에도 비상임이사를 상임이사로 바꿔 이사회를 실질적 기구로 만들거나 여러 사회기구에서 추천하는 이사 수를 대폭 늘려 정치성을 희석시키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그동안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 안 됐던 이유는 새 정부가 집권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사장을 임명하려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사람이 사장으로 올 수 있게 해놓아야 정권에 따라 공영방송이 흔들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태의 본질이 정치적 헤게모니 잡기가 아니라 공영방송을 바로잡는 문제임을 명심하고 제도적 정비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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