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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하늘나라 남편이 주는 돈, 유족연금 10년째 20만원대 묶여

중앙일보 2017.09.01 01:20 종합 16면 지면보기
A씨(57·여)는 올 2월부터 94만7110원의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의 하나인 유족연금이다. 남편이 지난 1월 숨지면서 받게 됐다. 남편은 생전에 29년1개월 동안 연금 보험료를 납부했다. 남편이 받을 연금의 60%가 유족연금으로 나온다.
 

수령자 64만 명 중 92%가 여성
가입기간 따라 40~60%인 지급률
공무원연금처럼 60%로 통일하면
19만원 받던 사람 41만원으로 늘어

A씨의 유족연금은 국내 최고액이다. 국민연금이 성숙하면서 최근에 고액 유족연금 수령자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80만원이 넘는 사람이 264명, 61만~80만원은 1만1279명이다.
 
국민연금 수령자나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 또는 자녀가 받는 연금이 유족연금이다. 연금 수령자나 가입자가 늘면서 유족연금 수령자도 크게 증가한다. 지난해 말 현재 64만7445명이 받고 있는데, 이는 2006년(27만9358명)의 2.3배다.
 
수령자는 급증하지만 연금액은 거북이걸음이다. 지난해 유족연금 평균액은 26만5940원이다. 2006년(20만4250원) 이후 연평균 6000원 정도 올랐다. 10년째 20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쥐꼬리 유족연금’은 여성 빈곤 해결에 큰 도움이 못 된다. 유족연금 수령자의 92%가 여성이다. 남편이 경제활동을 하다 숨진 뒤 아내가 받는다. 그래서 유족연금은 남은 아내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 배우자를 잃은 슬픔을 누르기 전에 ‘소득 절벽’에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30만원 이하 75%, 20만원 미만도 20만 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민연금공단이 매년 연금수령자 수기 공모전을 하는데, 유족연금 수령자가 대부분 최우수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최우수상 수상자인 김모(38)씨는 “아이(8)와 함께 살아야겠다는 생각은커녕 내가 살아 있는 것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연금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는데 매달 25일 30만원의 유족연금이 입금되면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고 썼다. 김씨는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서 용돈 받는 날’이라고 표현했다.
 
김씨의 연금은 그나마 전체 평균을 조금 넘는다. 수령자의 75%가 30만원 이하를 받는다. 약 20만 명은 20만원도 안 된다.
 
유족연금이 적은 이유는 지급률이 기본연금액의 40, 50, 60%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사망자의 평균보험료를 산출해 이걸 20년 냈다고 가정해 기본연금액을 구한다. 사망자의 가입기간이 10년 미만이면 기본연금액의 40%, 10~19년이면 50%, 20년 이상은 60%를 받는다.
 
가령 월소득이 220만원(근로소득 공제 전 369만원)인 근로자가 2013년 국민연금에 가입했다가 올해 숨졌다면 유족연금은 기본연금액의 40%인 19만9120원이다.
 
공무원연금은 퇴직연금의 60%를 유족연금으로 받는다. 국민연금도 이를 따라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과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유족연금 지급률을 60%로 올리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있다. 만약 지급률이 60%로 단일화되면 월 소득 220만원인 가입자의 유족연금은 41만5550원이 된다.
 
여성가족부도 지난해 4월 3단계 유족연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선안을 복지부에 권고했다. 2018년에 가입기간 20년 미만은 50%, 20년 이상은 60%로 두 단계로 줄이고 2026년에 60%로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 노인의 노후생활 애로를 줄이기 위해서다.
 
복지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정영숙 복지부 연금급여팀 사무관은 “유족연금은 보험료 불입 기간에 관계없이 유족을 지원하는 제도다. 40~60%인 지급률을 60%로 올리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이렇게 하려면 재정 지출이 늘기 때문에 내년 4차 재정재계산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혼하면 유족연금 끊는 것도 문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족연금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중복조정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본인연금과 유족연금이 중복될 경우 선택해야 한다. 본인연금을 택하면 유족연금의 30%만 받는다. 지난해 11월 20%에서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최도자 의원은 법률개정안에서 30%를 50%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재혼하면 유족연금이 사라지는 문제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분할연금(이혼할 경우 부부가 연금을 나누는 제도)은 그렇지 않다. 월 82만원의 유족연금을 받는 서울 강남의 정모(56·여)씨는 “사별하면 생계에 위협을 받는데, 재혼할 경우 유족연금이 사라지는 것은 심각한 여성 차별”이라고 말했다.
 
유족연금을 받던 아이가 입양을 가거나 장애등급이 2급에서 3급으로 호전되면 연금이 사라지는 점도 문제다. 입양 후 파양되거나 장애등급이 2급으로 악화되면 유족연금이 되살아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더민주당 정춘숙 의원,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이를 개선한 법률 개정안을 올 초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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