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럼프 결국 전쟁 준비하나, 의회 승인 없어도 90일동안 전쟁 가능해

중앙일보 2017.09.01 01:17
고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은 예방전쟁의 전형
미국 조야에서는 대북 예방전쟁을 논의


기원전 5세기 초반 그리스의 도시국가였던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동맹을 결성하여 페르시아제국의 침략을 성공적으로 물리쳤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지중해 패권을 둘러싸고 일전을 벌였다. 코린트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한 아테네는 코린트를 공격했고, 스파르타는 아테네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현대 국제법의 관점에서 보면 예방전쟁(preventive war)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한 수많은 전쟁 중 상당수는 예방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중앙포토]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중앙포토]


김정은의 괌 포위사격 발언에 이어 북한이 8월 29일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북태평양 해상으로 발사하면서 도발의 수위를 높인 이유는 첫째, 괌을 실제로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의 실전배치가 준비됐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둘째,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개입할 경우 실제로 괌을 타격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며, 셋째,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표명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핵과 미사일을 인정한 바탕에서 미북대화를 강요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했지만 사실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더 커지기 전에 제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2016년 말 미국의 전 합참의장 마이크 멀린 대장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언급한 이래 틸러슨 국무장관과 매티스 국방장관 등 미국 정가의 주요인사 및 안보당국자들은 북한이 이미 미국 본토를 핵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으며, 김정은은 실제로 괌 또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인식 하에 미북 평화협정,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 및 예방전쟁 등을 논의하고 있다.

급박하고 명백하며 충분한 위협이 있을 경우 ‘정의로운 전쟁’
김정은의 미 본토 핵미사일 공격발언으로 미국은 정의로운 전쟁의 명분을 축적


일반적으로 국제법 및 국제정치 학자들은 도덕적 기준에 따라 선제타격은 ‘정의로운 전쟁’, 예방전쟁은 ‘정의롭지 못한 전쟁’이라고 한다. 국제정치학자인 마이클 월저(Michael Walzer)는 그의 저서 “정의로운 전쟁과 정의롭지 못한 전쟁(Just and Unjust War)”에서 명백한 침략이 없는 경우에도 국가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주권에 대해 급박하고(imminent) 명백하며(clear) 충분한(sufficient) 위협이 있을 경우 그 국가의 공격은 선제공격이며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했다. 반면, 예방전쟁은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의 정치지도자가 ‘지금 전쟁하는 것이 나중에 하는 것보다 낫다’고 믿을 때 일어나며 ‘정의롭지 못한 전쟁’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이미 개발했으며 핵무기를 소형화했고 괌 주변을 화성-12형 탄도미사일로 타격할 계획을 준비했다고 선언했다. 이에 더해,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김정은의 호언장담으로 인해 북한의 핵미사일은 미국에 대한 ‘급박하고 명백하며 충분한 위협’이 되었다. 이제 미국은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을 축적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승인없이 대북 정밀타격 명령 가능
김정은의 행동 여하에 따라 ‘화염과 분노’ 실행 여부 결정


911테러 이후 미국 의회는 대통령에게 미사일, 전략폭격기 및 함정 등을 동원하여 공격할 수 있는 ‘대테러 무력사용권(AUMF)’을 부여했고, 지난 4월 시리아 공습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 권한을 사용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 없이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 및 시설을 외과수술식 정밀타격(surgical strike)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또한, 전쟁권한법(War Power Act of 1973)에 의해 미국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60일까지 지상군을 파병한 해외전쟁을 수행할 수 있으며 최장 30일을 더 연장할 수 있다. 미국은 90일 이내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실제로 북한을 선제타격 또는 예방전쟁을 실행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한반도 정세, 한국의 준비태세, 미ㆍ중 및 미ㆍ러 관계,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관계, 그리고 미국의 국내정세 등 복잡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 받을 것이며, 또한 김정은의 행동여하에 달려있을 것이다. 김정은의 도를 넘은 핵과 미사일 도발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