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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정부 - 재계 소통의 새로운 중심

중앙일보 2017.09.01 01:00 경제 3면 지면보기
새 정부 들어 대한상공회의소의 활동 반경이 눈에 띄게 넓어지고 있다.
 

공정위·일자리위 등과 관계 긴밀
박용만 회장, 국회 자주 찾아 협의
최순실 사태 후 전경련 역할 대체

대한상의는 대선 전부터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초청강연을 여는 등 새 정부와의 관계에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은 현재 청와대는 물론 일자리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의 재계 관련 핵심 부처들과 긴밀한 ‘소통채널’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단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청와대·정부와 재계의 가교 역할을 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해체 위기까지 내몰리는 바람에 그 역할이 법정단체인 상의로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스타일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박 회장은 ‘국회를 가장 많이 찾는 기업인’으로 불린다. 지난달 30일에도 국회를 방문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잇달아 만났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주요 입법현안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국회 야당 지도부 관계자는 “상의가 특정 재벌과 기업 임원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는 합리적인 틀에서 정책 공조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상의가 정치권과 접촉을 늘리는 것은 박용만 회장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박 회장은 새 정부와 재계의 만남을 주선하는 중심에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 7월 27~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기업인 간담회다. 박 회장은 기업들과 사전에 일일이 화두를 조율했고 양일 모두 참석하며 재계측 사회자 역할을 맡았다. 앞서 문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 구성에도 깊이 관여했으며, 지난 6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삼성·현대차·SK·LG 4대 그룹 경영진과의 정책간담회도 다리를 놨다. 역할이 커지면서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인 박 회장은 비상근 무보수 명예직임에도 일주일에 3일 가량을 상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의 이런 행보의 배경엔 “사회 양극화와 부의 편중화가 심화되면 한국경제와 재계도 어려워진다”는 소신이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 경제’의 근본 취지와 일자리 창출, 상생 방향에 동감한다는 얘기다. 다만 앞으로는 재계의 입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전달할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타이밍’을 아는 사람”이라며 “정권 초반에 무조건 반대를 하면 부작용만 크기 때문에 산업부 등 관계 장관이 다 임명되고 정부 경제 정책 윤곽이 다 드러난 뒤 의견을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상의가 정작 예민한 정책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상의는 법정단체인데다 대·중소기업이 섞여있어 중소기업적합업종이나 최저임금 인상, 공정거래 처벌 강화 등 기업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며 “정부와 발맞추기도 좋지만 합리적인 정책이 시행되도록 제대로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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