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인 정보 보험사에 넘긴 홈플러스…법원 284명에 배상 판결

중앙일보 2017.08.31 16:13
대한민국 법원. [중앙포토]

대한민국 법원. [중앙포토]

 
경기 안산지역 시민 426명이 경품행사 등을 통해 입수한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넘긴 홈플러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소송을 제기한 인원 중 66.6%만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홈플러스를 상대로 한 소비자 소송에서 배상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산지원, 홈플러스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일부 승소
소송 제기한 426명 중 284명만 배상받아
홈플러스 임원 등 1·2심 무죄,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유죄
서울 시민 683명 홈플러스 상대로 낸 지난해 소송에선 패소
대법원 홈플러스 유죄 판결 뒤 첫 손배 소송에선 시민 승소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5만원에서 최고 12만원씩 보상 가능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2부는 31일 안산시민 426명이 홈플러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홈플러스에 원고 284명에게 1인당 5만~12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패밀리카드 회원과 경품행사 응모 두 가지 개인정보를 침해당한 피해자는 12만원, 경품응모 피해자는 10만원, 패밀리카드 회원 피해자는 5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경품응모 행사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피해자는 모두 인정했지만 패밀리카드 회원의 경우 '제삼자 제공 미동의'란에 표시를 했는지 등을 따져 배상 인원은 284명으로 결정한 것이다. 배상액별 인원은 12만원 73명, 10만원 75명, 5만원 136명 등이다.
 
앞서 홈플러스와 전·현직 임원 6명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1차례의 경품행사로 모은 개인정보와 패밀리카드 회원정보 2400만건을 라이나생명·신한생명 등 보험사에 231억원에 판매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2015년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서울지역과 안산지역 시민단체들은 각각 피해자들을 모아 홈플러스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안산지역에선 안산소비자단체연합회의 주도로 426명이 소송에 참여했다. 이들은 1인당 30만∼7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에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를 통해 2000여 명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참여자들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하면서 고객들이 생년월일, 자녀·부모의 수와 동거 여부까지 적게 했는데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을 수집해야 하고 당사자 동의 없이 제삼자에게 제공하지 못하게 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홈플러스가 응모권의 개인정보 활용 동의 사항을 1㎜ 크기로 적어놓은 것은 읽기 어렵게 해 경품행사의 목적을 은닉하고 고객 사은을 가장해 경품행사 응모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형사재판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와 전·현직 임원들에게 "개인정보 제삼자 고지 의무를 다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시민들이 제기한 민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6년 1월, 참여연대와 경실련,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13개 시민·소비자 단체는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매매에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부상준 부장판사) 재판부에 1㎜ 크기 글씨로 쓴 항의 서한을 보냈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로 수집한 고객 개인정보를 돈을 받고 보험사에 넘긴 데 대해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응모권에 표기했으며 (공지의 글자 크기인) 1㎜ 글씨는 사람이 읽을 수 없는 정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사진 참여연대]

2016년 1월, 참여연대와 경실련,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13개 시민·소비자 단체는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매매에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부상준 부장판사) 재판부에 1㎜ 크기 글씨로 쓴 항의 서한을 보냈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로 수집한 고객 개인정보를 돈을 받고 보험사에 넘긴 데 대해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응모권에 표기했으며 (공지의 글자 크기인) 1㎜ 글씨는 사람이 읽을 수 없는 정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사진 참여연대]

 
지난해 12월 A씨 등 683명이 홈플러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홈플러스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경품행사 응모권 제삼자 제공의 목적란에 '생명, 손해보험상품 등 안내를 위한 전화 등 보험마케팅을 위한 자료로 활용된다'는 취지의 문구도 모두 명시했다"며 "(1㎜의 깨알글씨 고지도) 이 정도의 글자 크기는 복권, 공산품의 품질표시, 의약품 사용설명서, 각종 서비스 약관 등 다양한 곳에서 통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대법원 3부가 홈플러스와 전·현직 임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1·2심 선고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로 되돌려보내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은 개인정보보호법 72조 2호, 59조 1호에 규정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를 한 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2부도 대법원과 같은 의미에서 판결을 했다. 법원은 "피고가 응모권 내 개인정보 제삼자 제공에 관한 부분의 글씨를 작게 하는 방법으로 원고들이 경품행사의 주된 목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해 얻은 개인정보를 제휴업체에 제공했다는 점에서 불법성이 크다"며 "패밀리카드 회원이라고 해도 '개인정보 제삼자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개인정보를 침해에 해당한다. 원고들이 정신적 손해 외에 피고의 행위로 추가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만큼 위자료 액수에 차등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산지역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주도한 안산녹색소비자연대의 최민지 활동가는 "대법원이 홈플러스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인정하면서 이번 재판부도 이런 판결을 낸 것 같다"며 "소송을 주도한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모아 다음 주쯤 공식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