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춘식의 寫眞萬事]검찰총장 채동욱 변호인 채동욱

중앙일보 2017.08.31 10:55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29일 법무법인 서평을 설립하고 변호사로서 새출발했다.사무실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며 잠시 생각에 잠긴 채 변호사.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29일 법무법인 서평을 설립하고 변호사로서 새출발했다.사무실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며 잠시 생각에 잠긴 채 변호사.

 
  야인처럼 떠돌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29일 법무법인 서평의 변호사로 법조계에 복귀했다. 채 전 총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문제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가 혼외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총장직에 취임한지 6개월만인 2013년 9월 사퇴했다. 채 전 총장을 총장직에서 끌어 내린 혼의자 문제는  댓글 사건의 수사가 정권 출범 초기 새 정권의 순항에 방해가 된다고 여긴 박근혜 정부의 공작이라고 보는 측과 댓글 사건 수사와 상관없이 채 전 총장의 도덕적 결함에 주목하는 측의 의견이 아직까지도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문제다.
 
  논란이 어떻게 진행되든 4년 전 문제를 다시 꺼내들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인생 최악의 상황에 내몰려 세상과 절연한 초로의 사내가 상처를 극복하고 세상에 복귀하는 그 모습에 집중하고 싶을 뿐이다. 인생의 정점에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자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주 모악산 근처에서 하루 108배와 참선을 하고, 매일 17시간씩 그림을 그렸다는 그의 고백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속에서 치솟는 불길에 타 죽었을지도 모르던 자신과의 투쟁기나 마찬가지다. 상처를 극복한 자의 눈빛은 상처를 입은 적이 없는 자의 눈빛과 다른 무엇이 있다. 그 다름의 실체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오래된 동굴안에서 부는 바람처럼 서늘한 느낌이 있다. 입구에서 보는 동굴처럼 알 수 없는 깊이가 있고, 들여다볼수록 짙어지는 어둠이 있다.  
채 변호사의 그림 스승 유휴열 화가는 "채 전 총장은 구도나 색상의 풍부함 등 법률가를 떠나 화가로서의 재질이 매우 뛰어나다"'고 했다.

채 변호사의 그림 스승 유휴열 화가는 "채 전 총장은 구도나 색상의 풍부함 등 법률가를 떠나 화가로서의 재질이 매우 뛰어나다"'고 했다.

 
  정치권의 유력 인사가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라는 개업식에 대한 예상은 빗나갔다. 오후 7시에 시작하는 개업식 2시간 전부터 채 전 총장의 사무실에서 그가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을 지켜봤지만 과거 검찰에 같이 근무하던 옛 동료들, 그림을 같이 그리는 동료들, 그리고 기업인들이 다였다. 정치인으로는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이 유일했다. 계속 찾아오는 축하객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채 전 총장에게 물었다.
“인기가 식지 않았네요? 연예인같은데요?”
씩씩한 대답이 돌아왔다. 
“연예인보다 더 힘드네요. 화장실도 못 가잖아요.”
축하객의 발길이 잠시 잦아든 사이 창가에서 담배 한 개비를 물어든 채 전 총장이 갑자기 창밖으로 소리를 질렀다.
“00야, 가지마. 개업식 끝나고 소주 한잔 하자. 가지마!”  
 
  채 전 총장에게 그림을 가르쳐줬다는 유휴열 화가가 채 전 총장의 그림 밑에서 채 전 총장의 그림에 대해 설명을 했다.
“구도나 색의 풍성함 등 미술적 재능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그리겠다는 의도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수단으로서 그림을 그렸을 겁니다. 자신의 마음이 머무는 마음자리를 그린 거지요.”
그가 그린 유화 ‘생명의 나무’ 여름 편엔 붉은 바탕에 검은 색의 나무 한그루가 등장한다. 붉은 색 배경은 타는 듯한 여름의 열기 아니면 마음속에 타올랐던 불꽃일 것이다. 자세히 보니 나무 줄기에 체화된 듯한 인간이 보인다. 역시 검은색과 붉은색으로 그렸다. 한때 그의 마음이 머물렀던 자리가 짐작이 됐다. 그러고 보니 조용하게 손님들을 안내하는 채 전 총장의 부인이 검은색 원피스에 진주 목거리를 매고 있었다. 진주는 조개가 견딘 상처와 치유의 결과물이다. 부부는 묘한 지점에서 감정이 모아지고 있었다.
채 전 총장의 유화 '생명의 나무' 여름

채 전 총장의 유화 '생명의 나무' 여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29일 법무법인 서평을 설립하고 변호사로서 새출발했다.채 변호사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채 변호사 뒤에 있는 여성은 부인이다.김춘식 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29일 법무법인 서평을 설립하고 변호사로서 새출발했다.채 변호사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채 변호사 뒤에 있는 여성은 부인이다.김춘식 기자

개업식에 참석해 축사를 한광양 매실농원의 홍쌍리 여사.

개업식에 참석해 축사를 한광양 매실농원의 홍쌍리 여사.

채 변호사가 개업식을 찾아준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채 변호사가 개업식을 찾아준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개업식 축하 인사는 두 사람이 했다. 먼저 채 전 총장의 선배인 최환 전 서울 지검장이 덕담을 전했다. 두 번째는 전남 광양 청매실 농장의 홍쌍리 여사였다. 법조인도 아닌데, 뜻밖이었다. 홍 여사는 그동안 채 전 총장의 마음이 이랬을 것이라며 3년 동안 3천 번을 꿰맸다는 자신의 바지를 하객들에게 보여줬다. 홍 여사가 인사를 전하려 다가온 채 전 총장을 꼭 안았다.
 
 지난 1월 변호사 등록을 하고 이제 변호사가 된 채 전 총장이 하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지난 4년 동안 참으로 많은, 찢어지는 가슴 아픔을 맛보았다. 많은 괴로움과 함께 가족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채 변호사가 감정을 추스린 듯 말을 이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낮은 곳에서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
 
덧붙이는 글-30일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파기환송심에서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글·사진=김춘식 중앙일보 포토데스크 부국장 kim.choonsik@joongang.co.kr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