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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개편 1년 유예] "수업 따로 수능 따로"…중3 '삼중고'

중앙일보 2017.08.31 10:30
2017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학생들이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지가 배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영어와 한국사 외 과목까지 절대평가 확대가 논의되던 2021학년도 수능(현 중 3)은 기존 방식대로 치르기로 했다. 교육부는 대입 제도 개선 전반을 검토하면서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내년 8월까지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김상선 기자

2017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학생들이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지가 배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영어와 한국사 외 과목까지 절대평가 확대가 논의되던 2021학년도 수능(현 중 3)은 기존 방식대로 치르기로 했다. 교육부는 대입 제도 개선 전반을 검토하면서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내년 8월까지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김상선 기자

“중3인 우리 애는 혹시 대입에 실패했을 때 재수 기회조차 뺏기는 것 아닐까요.” 
 

교육부, 31일 수능 절대평가 확대 '1년 유예' 발표
통합사회·통합과학 공부에 수능 부담은 그대로
새 수업 적응, 학습량 증가, 재수 어려움까지
전문가들 "학습부담 덜기 위해 추가 조치 필요"

 31일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1년 연기’ 발표하자 중3 아들을 둔 박모(44·서울 서초구)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박씨의 중3 아들은 고3이 되어선 현행처럼 수능을 보고 재수를 할 경우에 현재 중2에게 처음 적용될, 새로운 수능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뉴스를 접한 박씨는 “우리 애 입시엔 수능 절대평가를 꼭 확대할 것처럼 20일 전 호언장담하고서 손바닥 뒤집듯 금방 정책을 바꾸니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교육부는 수능 개편 적용을 현재 중3에서 중2로, 적용 시기를 1년 유예하고 현재 중3은 기존 방식으로 수능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3은 영어·한국사만 절대평가로 치르고 국어·수학·탐구(2과목)는 상대평가로 시험을 보는 현행 수능과 동일한 형태로 대입을 치르게 된다. 20일 전인 지난 10일에는 현재 중3부터 적용하겠다면 두 가지 시안을 발표했었다.
 그런데도 이날 교육부는 중3이 고교에 올라가는 내년부터 적용하겠다고 예고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예정대로 그대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개편 수능 적용은 1년간 유예하고, 개정 교육과정은 유예하지 않기로 하면서 중3 학생·학부모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고교 교사와 입시 전문가들은 현 중3 학생들이 ‘삼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우선 ▶생소한 새 교육과정에 대한 적응 부담 ▶내신과 수능의 이중 준비▶졸업 이후 대입 재도전(재수) 시 수능 개편으로 인한 불리함 등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 중3이 고교에 진학하는 내년부터는 고교 수업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당초 방침대로 그대로 실시된다. 새 교육과정은 문·이과 통합·융합 교육과 발표·토론·프로젝트 등 과정 중심의 평가를 강화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고1은 국어·영어·수학·한국사·통합사회·통합과학·과학실험탐구 등 7개 공통과목을 배운다. 
 
 이중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신설되는 과목이다. 문과 학생도 통합과학, 이과 학생도 통합사회를 배워야 한다. 새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부터 고1엔 통합사회과 통합과학이 필수 공통과목으로 신설된다. 국어·영어·수학만큼 내신 비중이 높아(국·영·수와 동일하게 한 학기 4단위, 일년 동안 8단위) 학생들로서는 소홀할 수 없다. 임병욱 서울 인창고 교감은 “대학에서도 융합형 인재를 강조하는 추세여서 대학이 통합사회, 통합과학 내신을 중요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2학년 이후엔 희망 진로에 따라 일반·진로선택 과목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새 교육과정이 도입되면 조사·탐구·프로젝트와 같은 수행평가가 지금보다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교육 과정이 발표·토론 등 학생 중심 활동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짜여 있다”며 “자료를 조사하고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종합적인 사고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새로운 평가 방식은 교사는 물론 학생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김 교사는 “암기와 문제풀이 위주의 공부방법에 익숙했던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적응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개편 수능의 적용이 미뤄지면서 현재 중3은 교육과정과 수능의 '엇박자' 탓에 학습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내신과 수능 부담을 각각 따로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현재 중3은 수능에서 현행처럼 사회탐구, 과학탐구에서 2개 과목을 선택해 치러야 한다. 내신의 부담은 커지고, 수능의 부담은 여전한 셈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기존 교교생은 5개 과목(국·영·수·탐구 2개) 공부에 집중했다면 현 중3은 5개 과목에 통합사회·통합과학까지 7개 과목을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능 개편 일정

수능 개편 일정

 중3이 졸업년도 대입에 실패했을 때 재수가 쉽지 않다는 예상도 나온다. 졸업한 이듬해 재수하면서 현재 중2와 함께 보게 되는 수능(2022학년도 수능)은 절대평가 확대 등으로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절대평가 확대는 단지 수능 난이도의 문제를 넘어 시험 방식 자체가 변해 입시 지형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중3이 응시하는 2021학년도 대입에서는 재수 부담 때문에 안정·하향 지원 등 눈치작전이 극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편 수능의 첫 적용을 받게 될 중2도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당초 중2는 중3들이 새로운 교육과정과 개편된 수능 체제를 경험하는 것을 보면서 학습전략이나 고교별 선택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해도 되는 처지였다. 그런데 교육부가 개편 수능 도입을 1년 유예하기로 함에 따라 현재 중2가 고교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등 대입 지형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도 높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사실상 1년 유예라고 하지만 단계적 절대평가가 아닌 전면 절대평가로 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중2는 향후 발표될 수능 방안과 내신 절대평가 도입 여부 등을 잘 살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중3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김혜남 교사는 “애초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는 한 것은 개정 교육과정 도입에 따른 것도 있었지만 학습 부담 경감 목적이 컸으나 이번 발표엔 학습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책이 제대로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탐구 선택 과목 수를 1개로 줄여주는 등 학습 부담 경감을 위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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