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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 (8) "아내가 자식만 챙긴다고 속상한가요?"

중앙일보 2017.08.31 04:00
가끔 식사를 함께하는 주변 중년 남성들이 “아내가 자식만 챙긴다”며 섭섭함을 토로하는 때가 종종 있다.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얘기가 아이들 밥상과 반찬 가짓수가 다르다는 거다. 또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내 먹으려 할 때 아내가 “그건 놔둬요. 애들 것이니까”하고 말할 때, 반찬이 애들 취향 위주로 되어있을 때 등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먹는 것을 차별하는 것처럼 치사하고 불쾌한 일은 없다”고 열을 올리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실소가 아니고 무엇이랴.
 

여성 DNA엔 모성본능 존재
이에 도전하면 관계만 나빠져

 
기러기 아빠보다 외로운 `미운 오리` 가장들. [중앙포토]

기러기 아빠보다 외로운 `미운 오리` 가장들. [중앙포토]

 
그들은 또 가족 내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며 비참한 기분이 들 때를 열거하곤 한다. 아이들이 들어오면 현관까지 달려나가 포옹으로 반기는가 하면 남편 퇴근 시 부엌일이나 TV에 눈을 둔 채 건성으로 인사하는 경우가 그렇단다.
 
게다가 아이들은 엄마와 하던 대화를 중단하곤 제방으로 도망치듯 가버린다는 것. 또 아내는 애들이 공부하고 있으니 TV의 볼륨을 낮추라고 명령하다시피 윽박지른다는 것. 그러다 보니 집안 강아지도 덩달아 자기를 무시한다며 열을 올린다. 이놈들은 아주 눈치 빠르게 금방 상황파악을 하곤 가장이 들어와도 꼬리조차 안 칠 때가 있다고 해서 모두 한바탕 웃고 말았다.
 
 
왕따당하는 남편들 
 
 
왕따. [중앙포토]

왕따. [중앙포토]

 
그런데 찜찜한 건 이 힘든 세상에 유일한 휴식처가 되어야 할 가정에서도 남성들이 그런 갈등에 마음 편치 않다면 삶이 얼마나 각박하고 피곤할까 하는 것이다. 또 가장이 그런 마음을 갖는다면 어떻게 집안이 ‘행복한 우리 집’이 되겠는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가장이라는 사람의 마음이 그리 심각하다면 아내들 입장에서 한심하고 웃겨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난 불만이 가득한 그 남성들에게 태고 때부터 여성이란 존재에 박혀있는 모성본능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얘기하곤 한다. 아이들에게 어머니는 더 이상 여자가 아니고 ‘강한 엄마’이기 때문인 것을. 지구 상에 살아있는 온갖 생명에 심어진 그런 DNA에 감히 도전하지 말라고 말이다. 내 말은 아이들에게 아내가 쏟는 정성과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라는 거다. 정도가 심해도 기본적으로 그런 생각에서 출발하면 바라보는 시선이 좀 편해지지 않을까 해서다.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오후 어미 백로가 새끼들에게 잡아온 먹이를 주고 있다. 김성태기자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오후 어미 백로가 새끼들에게 잡아온 먹이를 주고 있다. 김성태기자

 
“이그 저 동물, 제 새끼 챙기는 것 좀 봐. 그래서 나와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고 하니 세상이 굴러갈 수 있는 거야.” 새끼에 대한 사랑은 모든 암컷이 살아갈 이유이며 삶의 동력이라고 생각하면 그중 만물의 영장인 여자 사람은 얼마나 그 모성이 대단할까 말이다. 남자들은 이렇게 반박할지도 모른다. “아니, 예전과 분명 달라. 이제는 나를 고작 돈벌이 수단쯤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거야.” “이제 돈을 못 버니 날 우습게 봐서 그러는 거야?”
 
그건 상대와 공유하는 사랑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알다시피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니 말이다. 남녀가 사랑에 빠져 부부로 맺어지면 그 사랑의 유효기간은 불과 2~3년이라더라. 아니 그건 옛말이다. 요즘은 불과 3개월이면 끝난단다. 그리고는 가족이 된 서로가 양보 없는 기나긴 줄다리기를 하기 시작하는 거란다.
 
 
제비 부부가 새끼 제비들에게 사냥해온 먹이를 먹이고 있다. 김성태기자

제비 부부가 새끼 제비들에게 사냥해온 먹이를 먹이고 있다. 김성태기자

 
그러기에 그다음은 가족 간의 정으로, 측은지심으로 서로를 용서하며 살아가라는 게 아니겠는가. 사실 그게 아니라면 아마 결혼한 사람 대부분이 벌써 이혼했을 거다. 주변에 이혼한 사람들이 득시글거리는 마당에. 아내들은 말한다. “지금은 사랑이 남녀사랑에서 가족 사랑으로 숙성해 넘어왔으니까요.”
 
 
부부란 ‘따뜻한 무관심’갖고 서로 돕는 사이
 
그래서 남편은 내 속을 이해하는 편한 상대, 어떤 사람은 ‘배우자는 바로 나’라는 생각에 자신한테 하듯 소홀해진다고 하더라. 그게 좋은 거다. 연애 시절의 사랑이 계속된다면 그거 힘들어서 어떻게 살겠는가. 할 짓이 아니다. 그 긴장 강도를 가지고 내리 살다 보면 병나기 십상이다.
부부는 ‘따뜻한 무관심’을 갖고 서로가 한 울타리 안에서도 제 개성과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사이라고 이해하면 좋은 거다.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엄마. [중앙포토]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엄마. [중앙포토]

 
엄마들은 흔히 자식들을 “목숨과도 바꿀 존재”라고 말한다. “그렇게 모성이 만들어진 걸 어찌합니까”라고 스스로들 말하면서 웃는다. 그러니 그것에 도전하면 상처받고 관계만 더욱 악화되기 마련이다. 불만을 토로하는 지금의 남편들도 예전에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지 않았던가? 자기의 아버지를 섭섭하게 하면서 말이다. 한 번 기억해보라. 지나간 세월의 아득한 얘기들을.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 hrko3217@hotmail.com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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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대표 필진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 기자로 은퇴한 출판인. 결혼이 흔들리고 있다. 인륜지대사의 필수과목에서 요즘 들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과목으로 주저앉았다. 결혼 한 사람들은 ‘졸혼(卒婚)’과 ‘황혼 이혼’도 서슴지 않는다. 결혼은 과연 쓸 만한가, 아니면 애당초 폐기해야 할 최악의 방편인가? 한 세상 울고 웃으며 결혼의 명줄을 힘들게 지켜가는 선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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