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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찌 살아가나" 실종 가족의 눈물...포항 호미곶 앞바다서 어선 전복 4명 사망 2명 실종

중앙일보 2017.08.30 15:08
30일 오전 4시30분쯤 경북 포항시 구룡포 앞바다 북동쪽으로 37㎞ 떨어진 지점에서 27t급 통발 어선(제803광제호)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선원 9명 가운데 이날 오후 10시 현재 선장 김모(58)씨 등 3명이 구조되고 4명이 사망했다. 2명은 실종 상태다. 숨진 4명은 배 안에서 발견됐다. 해경은 이날 오후 10시30분 현재 선체 내부 수색을 마치고 실종자 가족의 동의를 받아 선박을 구룡포항으로 예인 중이다. 31일 오전 중 구룡포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경은 2명의 실종자가 배안에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더에서 사라진지 8시간 만에
지나던 상선 연락 받고 해경 출동
구조된 선장 "SOS 요청장치 고장"

포항해경에 따르면 사고 어선은 이날 오전 2시30분쯤 붉은대게 통발 작업을 하기 위해 구룡포항을 출항했다. 출항 2시간 뒤인 오전 4시30분쯤 선박식별번호(MMSI)가 끊겨 어선은 해경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사고 사실이 알려지고 해경이 출동해 구조작업이 본격화된 시점은 사고 발생 8시간 뒤인 낮 12시47분쯤이다.  
 
포항 어선 전복 사고 해역

포항 어선 전복 사고 해역

사고는 인근 해역을 지나던 상선이 “배로 보이는 물체가 뒤집혀 있다”고 해경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해경 측은 "늦장 출동이 아니다. 레이더에서 선박이 사라졌다고 무조건 출동하는 게 아니라 선박에서 구조 신호가 와야 출동을 한다"고 했다. 사고 어선은 조난 사고 발생 시 구조요청을 하는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가 장착돼 있었다. 하지만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V-PASS는 선박의 위치를 추적해주는 동시에 긴급상황 시 SOS 버튼을 누르면 해경이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2013년 어선법이 개정되면서 의무 설치화됐다. 사고 어선 선장은 해경조사에서 "출항 전 V-PASS 시스템이 고장나 있었다"고 진술했다.  
 
30일 경북 포항 구롱표 북동쪽 20해리 해역에서 뒤집힌 통발어선 주변에서 해경대원과 잠수부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경북 포항 구롱표 북동쪽 20해리 해역에서 뒤집힌 통발어선 주변에서 해경대원과 잠수부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선박은 길이가 20m다. 길이 24m 이상의 선박에 설치하도록 규정해둔 비상위치지시용 무선표지(EPIRB)마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EPIRB가 설치된 배는 수면 4m 아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해경 무선으로 조난신고가 된다.
 
당시 해역엔 풍랑주의보까지 발효된 상태였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에서 조난장치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 8시간 뒤에야 해경이 출동하게 돼 사고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경은 해경항공기 6대, 해경함정 13척, 해군고속정 2척, 해군항공기 2대, 어업지도선 및 민간 어선을 사고 해역에 보내 실종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날이 어둡고 파도가 높아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해양경찰서 구룡포파출소 앞에 해경 구조 보트가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해양경찰서 구룡포파출소 앞에 해경 구조 보트가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해경은 이날 오후 구룡포수협 2층에 사고 상황실을 설치했다. 구룡포수협 인근인 경북선원노동조합 2층 사무실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대기실에선 가족들이 나와 해경의 구조 소식을 애타고 기다리고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대게 잡으러 간다고 해서 새벽에 직접 차로 데려다줬다. 잘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실종자 이름이 잘못된 것 아니냐”라며 눈물을 흘렸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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