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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막공연 "민족문화의 정수를 최고 수준의 현대 미로 표현해야"

중앙일보 2017.08.30 11:42
29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만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차진엽 안무감독(왼쪽)과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안무가 호우잉. 임현동 기자

29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만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차진엽 안무감독(왼쪽)과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안무가 호우잉. 임현동 기자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대표적인 현대무용가가 29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났다. 한국의 차진엽(39)과 중국의 호우잉(46). 각각 무용단 ‘콜렉티브 에이’와 ‘호우잉 댄스씨어터’를 이끌고 있는 두 사람에겐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올림픽 안무가란 사실이다. 호우잉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안무가로 활동했고, 차진엽은 2015년 10월 평창올림픽 개ㆍ폐막식 안무감독으로 선정돼 내년 2월을 준비하고 있다.
29일 개막한 창무국제공연예술제에 70분짜리 무용 작품 ‘더 모먼트’를 들고온 호우잉은 10년 전 작업했던 올림픽 개막식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반면 차진엽은 올림픽 조직위원회와의 비밀 유지 약속 때문인지 말을 아꼈다. 호우잉은 올림픽 개막식 공연에 대한 예술가로서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민족 문화의 정수를 뽑아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일 높은 경지의 ‘미’다. 평소 예술을 몰랐던 사람들까지 그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미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차진엽도 “예술적인 표현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개ㆍ폐막식 공연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메시지 등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를 시청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해 현재적인 한국의 미로 나타낼지가 더 큰 과제”라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안무가 호우잉,
차진엽 평창올림픽 안무감독에 조언
"민족문화의 정수를 현재적 미로 구현해야"
호우잉 30일, 9월1일 대학로서 '더 모먼트' 공연도

호우잉은 2007년 미국 뉴욕에서 무용단 ‘쉔 웨이 댄스 아츠’ 소속으로 활동하던 중 올림픽 개막식 안무가로 발탁됐다. “장이머우 베이징올림픽 개ㆍ폐막식 총감독이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중국인 예술가들 중에 적임자를 직접 골라뽑아 일을 맡겼다”고 했다. 호우잉은 같은 무용단 소속 두 명의 안무가와 함께 개막식 앞부분 8분 짜리 프로그램 ‘화권(畵卷ㆍ가로 길이가 긴 족자)’의 안무를 했다. 주경기장 바닥에 대형 LED판이 두루마리 족자처럼 펴지고, 그 위로 검은 옷의 무용수들이 올라가 마치 종이 위에 붓글씨를 쓰듯 춤을 춘 작품이다. 호우잉은 “당시 올림픽 개ㆍ폐막식 준비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국가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해줬다. 개막 6개월 전부터 출연자들 전원이 자신의 공연이나 직장일 등 개인적인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식 준비에만 매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개막식 안무가 의미있는 일이긴 했지만 다시 하고 싶지는 않은 일”이라고 털어놨다. “내가 추구하는 예술성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인데, “그래도 모든 이력서의 첫 줄에 ‘올림픽 안무가’라고 쓰면서 홍보 효과는 컸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공연 중 호우잉이 안무한 '화권'의 한 장면. [중앙포토]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공연 중 호우잉이 안무한 '화권'의 한 장면. [중앙포토]

차진엽은 함께 안무감독을 맡고 있는 한국무용가 김혜림 춤미르댄스시어터 대표, 뮤지컬 안무가 강옥순씨와 함께 두 시간 가량의 개ㆍ폐막식 프로그램을 모두 책임진다. “무대ㆍ영상ㆍ음악ㆍ의상 등 각 부문 담당자들과 모여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평창올림픽 개ㆍ폐막식 준비는 송승환 총감독, 양정웅 총연출, 장유정 부감독 체제 아래 음악 이병우ㆍ양방언ㆍ홍동기ㆍ원일, 의상 금귀숙ㆍ송자인, 미술 임충일 등 각 부문 전문가들이 감독을 맡아 진행 중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서로의 창작 과정을 공유하며 더욱 진지해졌다. 호우잉은 30일과 9월 1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더 모먼트’에 대해 “아무런 아이디어도, 계획도 없이 만들기 시작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게 창작과 안무란 내부의 열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영감은 특정한 시간이나 장소에서 나오지 않고, 내 느낌에서 온다. 과거의 경험을 좇기보다는 현재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 더 창작 과정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차진엽 역시 매번 새롭게 떠오르는 아이디어에 따라 창작하는 자신의 작업 스타일을 공개했다. “새 작품을 만들 때마다 안무를 처음 시작할 때의 기분이다. 이전에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이렇게 특별한 작업 방식이 없어도 되나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는 그의 말에 호우잉은 반색을 했다. “뭐든지 ‘0’에서 출발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더 신선하고 실감나고 생동감 넘친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늘어나는데, 긴 경험은 지루할 뿐이다”라면서다.
호우잉의 한국 공연은 이번이 네 번째다. “한국 관객은 개방적이고 현대적”이라는 그는 한국 안무가에 대해서도 “매우 창의적이며 강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 전통 문화의 흔적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이를 현대무용 안에 잘 녹여낸다”며 덕담을 건넸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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