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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3억원짜리 성경, 서천 성경전래지 기념관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2017.08.30 00:01
 
충남 서천군 서면 성경전래지 기념관 전시물. 1816년 마량진 첨사 조대복(왼쪽)이 영국 함선에서 맥스웰 함장을 만나는 모습을 재현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서천군 서면 성경전래지 기념관 전시물. 1816년 마량진 첨사 조대복(왼쪽)이 영국 함선에서 맥스웰 함장을 만나는 모습을 재현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서천 마량포구는 1816년 성경책이 가장 먼저 전해진 곳
서천군, 지난해 9월 80억원 들여 4층 규모의 기념관 건립

1611년 발간된 최초 영어 완역판 ‘킹 제임스 성경’ 중 한 권
1816년 영국함장 바실 홀, 마량 첨사(수군대장) 조대복에 전달
홀은 귀국한 뒤 '항해기'에서 “성경을 조선인에게 전해줬다” 기록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포구는 평범한 어촌이지만 전국적으로 주목 받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서해에서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포구 좌우에 바다를 품고 있어 같은 자리에서 해돋이와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마량포구는 한반도에 처음으로 성경이 전래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서천군은 성경 전래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 9월 마량포구에 기념관을 개관했다. 이 기념관에는 3억 원짜리 성경책도 있다.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포구에 있는 성경전래지 기념관. 하얀 페인트의 벽과 빨간색 지붕이 이채롭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포구에 있는 성경전래지 기념관. 하얀 페인트의 벽과 빨간색 지붕이 이채롭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6일 성경전래지 기념관을 찾았다. 하얀색 벽과 붉은색 지붕이 어우러진 기념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서천군이 80억원을 들여 지은 기념관은 지하 1층~지상 4층(연면적 1374㎡) 규모다. 1, 2층 전시관에는 한국 최초로 성경이 전래한 당시 상황과 영국 함선 알세스트호의 선실을 재현한 전시물이 있다. 3층에는 서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갖춘 카페가 있고, 4층엔 예배나 세미나를 할 수 있는 다목적실이 들어서 있다.
 
서천군 마량포구 성경전래지 기념관에서 조선시대 복장을 입고 셀카를 찍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서천군 마량포구 성경전래지 기념관에서 조선시대 복장을 입고 셀카를 찍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곳에 전시된 성경책은 1611년 발간된 최초의 영어 완역판 ‘킹 제임스 성경’가운데 한 권이다. 두툼한 가죽 표지의 킹 제임스 성경은 영국의 제임스 1세가 왕위 즉위 후 최고의 성서학자 54명을 임명해 필사본을 모아 7년 만에 펴냈다. 
성경전래지 기념관장인 이병무 목사는 “성경 역사에서도 가장 의미가 있는 책 가운데 한권”이라고 소개했다.  
 
이곳 4층 다목적실에 가면 해 질 무렵 색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다목적실 서쪽으로 난 십자가 모양의 창문이 맞은편 유리창에 반사된다. 이 때문에 다목적실 창문 안 쪽에서 밖을 촬영하면 하늘에 십자가가 떠있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이곳에서 만난 이상주(50)씨는 “기념관은 기독교 신자는 물론 일 관람객도 우리역사를 배울 수 있는 의미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기념관 관람료는 성인기준 1000원이다. 문의는 041-951-1816.
서천군 성경전래지 기념관에서 관람객들이 1816년 당시 함포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서천군 성경전래지 기념관에서 관람객들이 1816년 당시 함포 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곳에 성경이 전해진 과정은 다음과 같다. 1816년 9월 4일 오후 3시. 마량포구 앞바다에 영국 함대 소속 배 두 척이 닻을 내렸다. 조선인이 목격한 최초의 이양선(異樣船)이다. 235t짜리 선박인 리라 호가 선두에 섰고, 1101t의 알세스트 호가 뒤를 따랐다. 이 배는 본국으로부터 ‘조선 서해안 일대를 탐사하라’는 훈령을 받고 왔다.
성경 전래지 기념관에서 기념관장인 이병무 목사(오른쪽)가 관람객들에게 전시된 성경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성경 전래지 기념관에서 기념관장인 이병무 목사(오른쪽)가 관람객들에게 전시된 성경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생전 처음 보는 커다란 배가 나타나자 조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당시 마량은 성을 쌓고 수군이 진주해 있던 군사기지였다. 수군 부대의 대장 격인 마량첨사 조대복, 비인 현감 이승렬이 판옥선을 타고 닻을 내린 영국 함선으로 향했다.  
조대복과 이승렬은 배 위에서 영국함대의 맥스웰, 바실 홀 등 두 선장을 만났다. 바실 홀은 조대복과 이승렬 일행이 조정에 올릴 보고서 작성을 위해 배를 조사하는 데 적극 협조했다. 대포를 직접 쏘아 보게도 했다.  
 
조대복과 이승렬이 선장실에 꽂혀 있던 책에 관심을 보였고 이를 본 바실 홀은 책을 선물했다. 홀이 선물한 책은 조선 땅에 최초로 전해진 성경이었다. 홀은 귀국 뒤 조선항해 경험을 『한국 서해안 항해기』에 남겼다. 그가 남긴 여행기에는 “성경을 조선인에게 전해줬다”는 내용이 나온다.  
1816년 영국 함장 바실 홀이 선물한 1611년판 킹 제임스 성경.홀은 귀국 뒤 조선항해 경험을 『한국 서해안 항해기』란 책에 남겼다. 그의 여행기에는 “성경을 조선인에게 전해줬다”는내용이 나온다. 서천군이 3억원을 주고 구입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1816년 영국 함장 바실 홀이 선물한 1611년판 킹 제임스 성경.홀은 귀국 뒤 조선항해 경험을 『한국 서해안 항해기』란 책에 남겼다. 그의 여행기에는 “성경을 조선인에게 전해줬다”는내용이 나온다. 서천군이 3억원을 주고 구입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성경의 뒷얘기는 정약용의 『다산 시문집』에 실려 전한다. 정약용은 “책은 가로 세로로 아주 작은 글씨로 돼 있는데 2품 이상의 재상들이 모여 보고 나서 몇 장씩 뜯어다가 집안사람들에게 주었다”고 적었다. 영어를 읽을 수 없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고, 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 기념관에 있는 성경책이 당시 바실 홀이 준 성경책과 똑 같은 판본이다. 서천군은 2015년 성경전래지기념관을 지으면서 1611년판 킹 제임스 성경 찾기에 나섰다. 이 판본은 초기 300여 권이 발간됐으며 세계적으로 30권 정도가 남아있다. 그 중에 거래되는 것은 5∼6권에 불과했다. 수소문 끝에 미국 애리조나 주의 피닉스 고(古)성경박물관에 이 책이 소장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세계적인 경매사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전문 감정가로부터 1개월에 걸친 감정을 통해 진품임을 확인하고 구입했다. 가격은 3억 원.  
성경 전래지 기념관 4층 다목적실(예배당)에서 관람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성경 전래지 기념관 4층 다목적실(예배당)에서 관람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성경전래지기념관 인근에는 아펜젤러 순직기념관이 있다. 1885년 언더우드와 함께 한국에 선교사로 온 아펜젤러는 1902년 8월 성경 번역자 회의 참석을 위해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목포로 가다가 어청도 앞에서 배가 침몰해 사망했다. 감리교는 2015년 9월 그를 기리기 위해 어청도에서 가장 가까운 마량포구 언덕에 기념관을 세웠다.  
 
성경전래지 기념관 창문에 그려진 십자가.다목적실 서쪽으로 난 십자가 모양의 창문이 맞은편 유리창에반사된다. 김방현 기자

성경전래지 기념관 창문에 그려진 십자가.다목적실 서쪽으로 난 십자가 모양의 창문이 맞은편 유리창에반사된다. 김방현 기자

서천 성경전래지 기념관 인근에 있는 야외 기념공원. 성경 전래 기념비와 범선 조형물 등이 전시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서천 성경전래지 기념관 인근에 있는 야외 기념공원. 성경 전래 기념비와 범선 조형물 등이 전시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기념관에서 400m 떨어진 해변에는 성경 전래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재현한 기념공원이 있다. 영국함선 리라 호와 마량진 첨사 조대복이 승선했던 조선 판옥선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기념관 인근에는 수령 500년 된 동백나무 숲이 있다. 
노박래 서천군수는 “성경 전래지 등을 서천의 대표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천=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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