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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는 '스타크래프트', 프로에게 배우는 수강생들도

중앙일보 2017.08.28 11:46
“생각보다 손놀림이 좋으시네요. 게임 감각도 괜찮아요”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를 하는 도중 누군가 뒤에서 말했다. 평소 같으면 '누가 내 실력을 평가하느냐'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을 거다. 한때 '스타'에서 지면 끼니를 걸러가며 패인을 분석할 정도로 빠져있었고, 그만큼 '한 스타 한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이번엔 달랐다. 마냥 기분이 좋았다. 유명 프로게이머 박정석(34)씨가 한 칭찬이라서다. 1세대 프로게이머로 대기업 계열의 게임단 감독을 지낸 인 박씨는 '스타' 바닥에선 말 그대로 스타다.
 
프로게이머에게 직접 게임을 배울 수 있는 수업을 만든 '탈잉'의 홍보 포스터. [사진 탈잉]

프로게이머에게 직접 게임을 배울 수 있는 수업을 만든 '탈잉'의 홍보 포스터. [사진 탈잉]

 

1999년 미국의 게임 개발업체인 블리자드사가 출시한 스타는 테란·프로토스·저그 세 종족 중 하나를 골라 상대와 대전하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출시 후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1100만장이 팔렸는데, 40%가량인 450만장 정도가 국내에서 소진됐을 정도로 유독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게임을 직업으로 삼은 프로게이머가 등장했고, 스타 게임을 방송하는 게임 TV와 프로게임협회도 생길 정도로 여파가 컸다. 전국에 PC방이 우후죽순 생긴 것도 스타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타는 '한물간' 것으로 평가돼왔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뀔 조짐이다. 블리자드사가 그래픽과 게임 사운드, 대전상대 선정 방식을 업그레이드한 '스타 리마스터'를 지난 15일 출시했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봉성(40)씨는 "최근 후배가 '한 판 하자'길래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스타를 하러 가자는 얘기였다. 오후 10시 전후로 회사 주변 PC방에 가면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풍경이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게임제작사 블리자드의 발매 축하 행사 ‘GG 투게더 서울’에는 1만여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스타를 잘 하고 싶어하는 이들을 겨냥한 강의도 생겨났다. 주제를 가리지 않고 가르칠 수 있는 사람과 배우려는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재능매칭플랫폼 ‘탈잉’은 스타 프로게이머를 직접 만나 게임을 배울 수 있는 수업을 만들었다. 기자가 박씨를 만난 것도 이 수업을 통해서다.
 
27일 오후 프로게이머 박정석(왼쪽)씨가 서울 서초구의 한 PC방에서 수강생들에게 스타를 가르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7일 오후 프로게이머 박정석(왼쪽)씨가 서울 서초구의 한 PC방에서 수강생들에게 스타를 가르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7일 일요일 오후 3시, 약속한 서울의 한 PC방을 찾았다. 박씨한테 게임을 배우고 싶어 온 네 명이 모였다. 간단한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인천에서 두 시간 걸려 왔다는 장용준(28)씨는 “새 버전의 스타가 나온 이후 친구들과 PC방에 가서 팀플레이를 자주 하는데, 나만 너무 못해 민폐를 끼치고 있다. 제대로 배우고 싶어 수업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프로게이머 박정석씨가 수강생들의 게임을 지켜보며 실력을 파악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프로게이머 박정석씨가 수강생들의 게임을 지켜보며 실력을 파악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참가자들의 실력 파악이 먼저였다. 각자 게임을 하면 뒤에 선 박씨가 수준을 가늠했다. ‘초보 판정’을 받은 두 명은 기초적인 빌드(게임을 진행하는 정형화된 순서)를 익히는 교육이 이어졌다. "중수를 넘어 막 고수로 진입한 단계"라는 평가를 받은 기자는 프로게이머들이 자주 하는 건물와 유닛 단축키 지정(자판을 누르면 특정 건물이나 유닛이 선택되게 하는 것) 방식에 대해 배웠다. 박씨는 “상대방과 싸우는 상황에서 모니터 화면을 바꾸지 않고도 단축키만으로 유닛을 쉬지 않고 생산해야 이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게이머 박정석씨가 중앙일보 기자(왼쪽)의 게임 컨트롤을 보면서 조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프로게이머 박정석씨가 중앙일보 기자(왼쪽)의 게임 컨트롤을 보면서 조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후엔 각자의 약점들을 알려주는 맞춤형 수업이 이어졌다. 박씨는 게임이 장기전으로 흘러가면 세세한 것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기자에게는 “놀고 있는 일꾼들이 많다"는 식으로 조언했고, 다른 수강생에겐 “마우스 말고 키보드를 사용하라. 게임에 지더라도 차근차근 단축키 지정 연습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 시간의 수업은 금방 지나갔다. 수강생들끼리 경기도 했고, 진 경기를 다시 돌려보며 함께 패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수업을 마친 박씨는 “1인 방송을 하면서 스타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렇게 일반인들을 직접 만나 노하우를 전할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포토샵이나 엑셀, 메이크업 노하우 전수 등의 수업이 다수인 재능매칭플랫폼 탈잉은 이번에 스타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다. 강의자로는 박정석 뿐 아니라 강민, 박태민, 조일장 등 14명의 프로게이머가 초빙됐고, 약 2주동안 250여명의 유료 수강생이 수업을 들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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